결빙구간
말보다 먼저 얼어붙는 건
침묵의 표면이었지요
기억은 어딘가 균열진 채
스스로를 지우지 못하고 남았습니다
차가운 유리창 너머
기울어진 풍경이 천천히 밀려오고
나는 조금씩 투명해졌습니다
무게를 잃은 마음은 쉽게 떠오르고
깊어질수록 고요해졌습니다
신호등은 여전히 붉고
잠깐의 멈춤조차
차가운 겨울을 데려오는 법
당신이 떠난 뒤
내 안의 시간은 제자리에 얼어붙었습니다
말끝마다 고드름이 자라고
숨결은 조용히
스스로를 감추었습니다
그러다 문득,
귓가를 스친 미세한 온기
길어진 겨울 사이
빛처럼 스며든 한낮의 틈
녹아내리는 건 가장 고요한 순간
아, 나는 그제야
내 이름을 부를 수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