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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시] 결빙구간

결빙구간

by 제피로스


말보다 먼저 얼어붙는 건

침묵의 표면이었지요

기억은 어딘가 균열진 채

스스로를 지우지 못하고 남았습니다

차가운 유리창 너머

기울어진 풍경이 천천히 밀려오고

나는 조금씩 투명해졌습니다

무게를 잃은 마음은 쉽게 떠오르고

깊어질수록 고요해졌습니다

신호등은 여전히 붉고

잠깐의 멈춤조차

차가운 겨울을 데려오는 법

​​

당신이 떠난 뒤

내 안의 시간은 제자리에 얼어붙었습니다

말끝마다 고드름이 자라고

숨결은 조용히

스스로를 감추었습니다

그러다 문득,

귓가를 스친 미세한 온기

길어진 겨울 사이

빛처럼 스며든 한낮의 틈

녹아내리는 건 가장 고요한 순간

아, 나는 그제야

내 이름을 부를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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