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이 나를 통과할 때마다
조금씩 얼어붙었다
차창 너머 흘러드는 속삭임들,
녹지 않는 기억의 온도를 품은 채
심장은 조용히 속도를 늦췄다
이어 붙이지 못한 말들,
닿지 못한 손끝들이
가벼운 한숨처럼 눈으로 내려앉고
잠시 멈춘 신호등 아래
나는 소리 없이 금이 갔다
투명한 살결 사이로
잊힌 말들이 흘러나오고
창백한 얼음 위를 비틀거리며 걷는다
겨울은 언제나 어딘가 미끄러웠고
나는 방향을 잃은 뒤에야
멈추는 법을 배웠다
얼어붙은 구간을 지난 자리엔
서툰 봄의 발자국이 남아 있었다
눈치채지 못한 따뜻함으로
나는 아주 천천히
축축한 어둠 속에 얼어붙은 봄을 꿈꾸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