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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시] 커피 얼룩처럼

커피 얼룩처럼

by 제피로스



서랍 깊숙이 숨겨둔 편지엔

당신의 이름이 없었다

지워진 자국들만,

묵은 커피 얼룩처럼 번져 있었다


오늘도

말라붙은 마음을 우려내며

종이컵에 조심스레

하루를 붓는다


침묵에 잠긴 오후

빛이 너무 조용해서

그늘이 먼저 말을 걸었다


그리움은 종종

말보다 늦게 도착한다

그래서 모든 답장은

조금씩 삐뚤어지고


식어버린 커피를 바라보다

당신이 건네지 못한 문장을

나 대신 기억해보려 했다


기억은,

한때 온기였던 것들의 무게로

천천히

가라앉는 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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