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능은 운이야, 인생에서 중요한 건 용기지
재능은 운이야.
인생에서 중요한 건 용기지
우디 앨런 감독 초기작 중에 좋아하는 작품인 <Manhattan>(1979)에 나오는 대사다. 우디 앨런 감독 영화답게 위트 넘치는 대사가 많았는데 오래전에 본 영화라 거의 다 잊어버렸다. 어쩐 일인지 '재능'보다 '용기'가 중요하다는 대사만큼은 마음에 깊이 새겨졌다.
일찌감치 글쓰기에 특출 났던 우디 앨런은 코미디쇼의 대본 작가로 커리어를 시작했지만 스탠드업 코미디언, 작가, 영화 각본가, 배우, 감독으로 빠르게 성장했다.
글쓰기 재능만으로 이룰 수 없는 성취다.
1935년생으로 내년이면 아흔을 앞둔 우디 앨런은 다작 감독으로 잘 알려져 있다. <Love and Death>(1975), <Annie Hall> (1977), <Interiors> (1978), <Manhattan>(1979), <Hanna and her sisters>(1986)과 같은 초기 명작들과 대비해 최근작들은 실망스럽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우디 앨런은 그런 비판에 크게 개의치 않는 듯하다. '만드는 작품마다 모두 걸작을 만들고 말 거야'라고 작정하고 덤비기보다는 '좋아하는 일을 계속할 뿐'이다. 평단과 대중의 반응까지 좋다면 그것은 덤이다. 외부 평가가 어떻든 좋아하는 일을 지속할 '용기'가 없다면 불가능할 일이다.
재능이란?
그렇다면 재능이란 정확이 무엇일까? 흔히 우리는 재능을 태어날 때부터 받은 재능, 즉 타고난 장점이라고 생각한다하지만 우디 앨런이 말했듯이 재능에는 대분분이 운이 크게 작용한다. 건강, 외모, 양육 환경, 기질까지 대부분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부분이다. 어떤 사람들은 자신의 강점을 키울 수 있는 환경에서 태어나는 반면, 어떤 형태의 지원도 받지 못하고 자라는 사람도 있다. 같은 부모 밑에서 낳고 자란 형제자매들 사이에서도 재능은 크게 다를 수 있다. 우리 형제자매들을 봐도 그렇다. 오빠는 어릴 적부터 운동을 잘했고, 여동생은 미술에 뛰어났으며, 남동생은 한때 가수와 배우를 꿈꿀 정도로 발성이 남달랐다.
자세히 관찰해 보면 재능은 우리 주변에 널려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선천적으로 잘하는 것이 하나 이상은 있다. 하지만 재능만으로 의미 있는 삶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능력을 최대한 개발하기는커녕 자신의 능력조차 인지하지 못한다. 재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용기가 부족해서다. 실패하고, 거절당하고, 좌절이 닥쳤을 때도 계속 나아가는 용기가 없기 때문이다
용기, 재능과 운을 넘어서는 힘
재능이 '지도'를 그려준다면,
그 지도를 들고 여정을 나서게 하는 것은 '용기'다.
용기의 핵심은
두려움, 불확실성, 또는 불편함에 기꺼이 맞서려는 의지다.
용기는 두려움이 없는 상태가 아니라,
두려움에도 불구하고 행동하기로 결심하는 것이다.
재능은 고정적일 수 있지만 용기는 지속적인 발전으로 이어지게 한다. 재능만으로는 압박감을 견디기 쉽지않다. 해리 포터 시리즈의 저자 J. K. 롤링의 상상력과 재능은 따로 논할 필요도 없을 만큼 널리 알려져 있다.
더 놀랍고 경이롭기까지 한 것은 그의 ‘용기’다.
싱글맘에 기초생활수급자 형편에도 자신의 재능을 믿고 글쓰기를 밀고 나간 용기, 열 개가 넘는 출판사에서 거듭 출판 거절 통지를 받았음에도 물러서지 않은 용기, 세상이 아니라고 말할 때에도 자신의 이야기는 가치가 있다고 믿고 기회의 문을 두드리기는 것을 멈추지 않은 용기
결국 우리 삶에서 마법을 만들어내는 것은 재능이나 운이 아니라 불확실성 앞에서도 한 발짝 나아가는 용기일 임을 일깨워준다. 재능은 기회의 문을 열어줄 수 있지만 그 문을 통과하게 하는 것은 용기다.
몇 년씩 바라보기만 했던 사람에게도 다가가게 하는 것도, 처음 해보는 어려운 일에 도전해 볼 수 있는 것도, 통하지 않을지도 모르는 개그로 무대에 오를 수 있게 하는 것도 '용기'다.
인생은 리허설이 있는, 잘 연습된 공연이 아니라 '즉흥적 공연'과 닮았다. 모든 대사를 완벽하게 소화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다음 동작이나 대사가 불분명할 때도 최선으로 대응하고 모멘텀을 유지하며 앞으로 나아가는 일이다.
얼마 전 운이 좋게도 오랫동안 원했던 일에 한 발짝 더 가까워지게 되었다. 하지만 설렘대신 의심이 밀려왔다. 갑자기 '나를 내세우는 일'도 마뜩잖고, 스스로의 능력에도 의문이 들었다. 며칠 잠을 설치고 나서 우디 앨런의 말이 떠올랐다.
"재능은 운이야. 인생에서 중요한 건 용기지"
여기서 용기는 '다 잘 될 거야'라는 맹목적인 자신감도, 성공에 대한 확신도 의미하는 게 아니리라. 진정한 용기는 '아무것도 보장된 것이 없음'을 받아들이고 그럼에도 나아가는 것이다. 우리 인생은 재능이 우리의 가치를 결정하는 오디션이 아니다. 불확실성을 안고 가는 긴 여정이며, 진전은 '완벽함'이 아니라 '끈기'로 가늠된다.
재능이 안내해 준 지도가 완벽하지 않아도,
다음 길이 울퉁불퉁해도 걸어갈 가치가 있음을 알고
새로운 길로 기꺼이 나아가는 것이 용기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재능보다는 용기다.
표지 사진: Unsplash의Michael Dziedz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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