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 같은 저녁이 기다리고 있는 시간
다음 주는 간만에 출장이다. 출장 일정은 대개 빽빽하고 정신없이 돌아가기 마련이라 육체적으로는 분명히 피곤하다. 그럼에도 출장이 싫지는 않다. 더 솔직히 이야기하면 출장이 기다려질 때도 있다. 일하는 엄마라면 이 감정을 이해할 것이다. 집에서의 일상은 가족과의 시간, 특히 아이들을 돌보고 크고 작은 집안일들을 챙기는 데 많은 에너지를 쏟게 된다. 반면, 출장은 그런 일상으로부터 잠시 벗어나 오롯이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 된다.
출장에서의 하루는 다르다. 하루 종일 집중력과 체력을 쏟아붓는 통역 업무는 분명 고되지만, 저녁이 찾아오면 마치 선물 같은 시간이 기다리고 있다. 일정을 마치고 호텔방으로 돌아오는 길, 혼자만의 저녁식사를 계획하며 느끼는 여유란! 바쁜 하루를 뒤로하고 나만의 페이스로 시간을 채우는 것은 그 자체로 즐겁다.
혼자만의 저녁 루틴은 출장의 묘미 중 하나다. 간단히 식사를 마치고, 그날 통역했던 내용을 복습하며 하루를 정리한다. 다음 날의 업무를 준비하면서도 조용히 스스로를 다잡는 이 과정은 마치 마음을 재정비하는 의식처럼 느껴진다. 그리고 공부를 마친 후에는 가벼운 요가를 하거나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며 긴장을 푼다. 호텔방의 적막 속에서 호흡에 집중하는 요가는 일상의 분주함 속에서는 누리기 쉽지 않은 평온함을 선사한다.
음악을 들으며 하루를 마무리할 때쯤, 비로소 온전히 나 자신이 된 기분을 느낀다. 엄마, 아내, 딸, 통역사라는 여러 역할을 잠시 내려놓고 한 사람으로서 나를 돌아볼 수 있는 이 시간, 출장의 밤은 삶의 균형을 되찾는 시간이기도 하다.
물론, 출장도 항상 달콤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새로운 환경에서의 긴장감, 예상치 못한 변수들도 있고 출장이 길어지면 집에서 엄마를 기다리는 귀염둥이들도 보고 싶어 진다. 하지만 가끔씩의 출장은 분명 삶에 또 다른 에너지를 불어넣는다.
오늘 저녁, 출장 때마다 꼭 가져가는 아이템들을 챙겼다.
1. 한 손에 들어오는 가벼운 조명
호텔 간접 조명이 너무 밝은 경우를 대비해 꼭 챙긴다. 따뜻한 조명 색에 앙증맞은 디자인, 만원 정도의 저렴한 가격까지 출장 필수템 1호, 한 시간 후에 저절로 꺼지는 것도 맘에 든다.
2. 미니 텀블러
평소에도 늘 가지고 다니는 200ml 용량의 미니 텀블러, 목을 축이는 데는 충분하다.
3. 비상 간식
출장 중에는 일 하다가 식사 때를 놓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짧은 휴식시간에 냄새나지 않게 먹기 좋은 견과류, 아몬드같이 같이 딱딱한 견과류는 씹는 소리가 날 수 있어서 부드러운 캐슈넛을 챙긴다. 참치 샀을 때 받은 케이스에 넣고 다니는데 아주 요긴하게 잘 쓰고 있다.
4. 비상간식
역시나 식사가 어려울 때 가볍게 먹기 좋다. 우유도 좋아하지만 우유는 마시고 나면 입이 텁텁하고 냄새도 날 수 있는데, 두유는 상대적으로 뒷맛이 깔끔한 편이면서도 든든하다.
5. 영양제
보통 하루 종일 통역하게 되는 출장 중에는 컨디션 관리가 평소보다 더 중요하다. 비타민, 마그네슘 비롯한 영양제도 꼭 챙긴다. 자주 가지고 다녀서 케이스 글자가 많이 지워졌다.
6. 미니 악세서리함
원래는 약통 한구석에 반지랑 귀걸이를 같이 보관했는데 센스쟁이 여동생이 미니 악세서리함을 챙겨줬다. 늘 고마운 내 동생 :)
7. 운동 밴드
출장 중에는 평소보다 노곤하지만 경험 상 중간 정도 강도의 운동을 지속해 줘야 오히려 컨디션이 좋다. 집에서처럼 덤벨로 전신 근력운동은 못해도 밴드만 있으면 짐에 가지 않아도 요가는 물론 웬만한 상/하체 운동은 거뜬히 할 수 있다.
9. 귀마개
어떤 호텔방에서는 냉장고 소리가 유난히 큰 곳이 있다. 소리에 민감한 편이라 숙면을 위해서 귀마개도 꼭 챙긴다. 일반형 귀마개가 좀 커서 불편했는데 찾아보니 작은 사이즈가 따로 있었다.
이번 출장은 또 어떤 순간들로 채워질까?
가족들이 모두 잠든 고요한 토요일 밤, 짐가방을 싸며 혼자만의 설렘을 음미한다.
표지 사진: Unsplash, element5digit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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