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선물은 ‘그냥’하는 선물

우리는 왜 선물을 주고받는가

by 루이보스J


12월, 선물의 계절이다.


선. 물.

이 단어를 발음할 때 이미 설렘이 느껴진다.


받는 사람은 말할 것도 없고, 주는 사람도 고르는 재미가 있다. 하지만 그 즐거움 이면에는 늘 고민이 따른다. 상대가 맘에 들어할지 확신할 수 없기 때문이다.


선물은 단순히 물건이 아니다. 선물은 마음의 표현이고, 관계를 이어가는 하나의 언어다. 하지만 선물하기는 결코 쉽지 않다. 상대방의 기호를 잘 알아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때로는 선물이 전하는 메시지가 관계에 예상치 못한 영향을 미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선물, 고민의 시작

선물을 고르는 과정은 즐거우면서도 스트레스를 동반한다. 선물은 ‘상대방을 위한 것’이지만, 그것이 곧 주는 사람의 ‘센스’와 ‘정성’을 보여주는 일이기도 하다. 평소에 스스로 사기에는 부담스럽지만 받고 싶어 할 만한 것을 주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지만, 그렇다고 지나치게 비싼 선물은 오히려 부담이 될 수도 있다. 선물을 받는 것은 마음에 일종의 빚을 느끼게 하기 때문이다.


몇 년째 서로의 생일 때면 선물을 주고받던 친구에게 올해는 새로운 제안을 했다. 선물 교환 대신 함께 얼굴을 보고 밥 먹자고 했다. 카톡 선물하기나 택배로도 쉽게 선물을 주고받는 요즘, 정작 만나지 않고 선물만 주고받는 관계가 왠지 서운하게 느껴졌다. 게다가 내 생일이 친구보다 늦어 매번 내가 먼저 선물을 하고, 친구는 더 좋은 선물로 보답하려는 모습이 마음에 걸렸다. 선물이 주는 부담이 관계의 중심이 되는 것을 피하고 싶었다.


#기념일과 선물의 기대감

이성 간의 선물은 더욱 미묘하다. 몇 해 전 크리스마스 즈음, 전철에서 옆자리에 앉은 청년들의 대화를 우연히 들은 적이 있다. 그들은 여자친구 선물 때문에 고민하며 서로의 스트레스를 털어놓고 있었다. “도대체 뭘 사야 만족할까?”라며 한숨을 내쉬는 그들의 말에, 나도 모르게 마음이 뜨끔했다. 기념일이 반갑기는커녕 부담스럽게 느껴진다는 그들의 고백은 낯설지 않았다.


보통 여성이 생일이나 기념일을 더 꼼꼼히 챙기고, 동시에 기대도 크다는 점을 생각하면 이는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흔히 선물이 단순한 물질적 교환을 넘어 ‘마음의 크기’를 보여주는 척도라고 여겨지기 때문이다. 이러한 믿음은 때때로 선물이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경우 실망을 넘어 갈등의 원인으로까지 번지게 한다. 상대의 진심이 의심받거나, 정성이 부족하다는 인식이 생기면서 관계에 미묘한 균열을 일으키기도 한다.


결국 선물을 둘러싼 긴장은 그 자체만의 문제가 아니라 특별한 날, 즉 ‘기념일’이라는 순간에 부여된 사회적 기대감에서 비롯된다. 그 기대감은 ‘평소와는 달라야 한다’는 무언의 압박으로 작용한다. 이는 결국 선물 자체보다 기념일이라는 ‘의식’에 대한 해석과 기대가 만들어내는 긴장일 것이다.


그렇다면, 최고의 선물이란 무엇일까?

얼마 전 읽은 최인철 교수의 <아주 보통의 행복>에서 그는 “최고의 선물은 뜻밖의 순간에 주는 ‘그냥’ 선물”이라고 말한다. 아무 날도 아닌 날, 아무 이유 없이 주는 선물이야말로 진짜 값진 선물이라는 것이다.


”그냥 하는 선물이라지만 즉흥적이나 충동적이지 않다. 그들의 선물은 철저하게 준비된 우연이다. 그들은 상대방의 취향을 흘려보내지 않고, 상대방의 가족 이름을 흘려듣지 않으며, 무엇보다 상대방을 잊지 않는다. 그래서 그들의 선물은 오래된 즉흥이며, 계획된 우연이다. 그들이 그냥이라고 말한다고 해서, 원래 있던 거라고 말한다고 해서, 심지어 오다 주웠다고 말한다고 해서 그 말을 곧이곧대로 들어서는 믿어서는 안 된다.”

-<아주 보통의 행복>


‘그냥’이라는 단어 뒤에는 무심함이 아니라 정성과 진심이 숨어 있다. 그것은 상대방을 깊이 이해하고, 기억하고, 그를 위해 행동하는 태도에서 비롯된다.'그냥'하는 선물에는 ‘네가 특별하다는 것을 잊지 않았다’는 메시지가 담겨 있다. 그 마음은 선물을 받은 사람이 느끼는 감동의 크기를 결정짓는다.


#최고의 선물은 관계 그 자체

“그냥 선물하는 행복 천재들이 우리를 행복하게 하는 진짜 이유는 그들의 존재 자체가 선물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늘 최선을 다해 우리를 대한다. 그들은 늘 최상의 모습으로 우리를 대한다. 그들은 늘 진실한 모습으로 우리를 대한다. “ -<아주 보통의 행복>


‘그냥’ 선물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우리에게 주는 기쁨은 어떤 물질적인 것보다 크다. 그래서 선물은 때로는 물건이 아니라 함께하는 시간, 마음을 나누는 대화, 그리고 ‘그냥 너라서’ 주는 진심일 때 가장 빛난다.


#우리는 왜 선물을 주고받는가

선물이란 단순히 물건을 주고받는 행위가 아니다. 그것은 마음의 모양을 빚어 손에 쥐어주는 일이며, 그 안에 담긴 감정과 생각이 상대에게 닿기를 바라는 소통의 한 방식이다. 선물은 때로는 한 사람의 이야기가 되고, 때로는 두 사람 사이에 놓인 보이지 않는 끈이 된다.

우리 각자가 서로에게 주는 최고의 선물은 바로 '존재' 그 자체다. 특별한 날이나 이유를 굳이 찾지 않아도 된다. 함께 있는 지금, 서로를 기억하고 있다는 사실, 그리고 함께 걸어가는 시간이야말로 가장 빛나는 선물이 아닐까. 어쩌면 세상에서 가장 큰 선물은 '나의 일부'를 건네주는 것이고, 동시에 상대방의 '일부'를 받아들이는 그 순간일지도 모른다.


표지사진: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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