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우리는 서로의 손길만으로도 치유된다

(필사) 손만이 할 수 있는 가장 어여쁜 역할_김소연

by 루이보스J



손만이 할 수 있는 가장 어여쁜 역할은 누군가를 어루만지는 것이다.


그 촉감 앞에서 우리는 어떤 공포로부터, 어떤 설움으로부터, 어떤 아픔으로부터 진정되곤 한다.


동물원에서 목격하는 가장 평화로운 풍경 중 하나는, 따사로운 양지에 원숭이들이 일렬로 앉아 서로의 털을손질하며 기생충을 잡아주는 모습이다.

L'Amour et Psyche, enfants (Cupid and Psyche as Children), William Adolphe Bouguereau (1890)

우리의 손길은 그렇게 마음의 기생충을 잡아주며

위무한다.


기생충을 박멸하려는 듯한 연인의 격렬한 애무는,

깊고 깊은 우울마저 소독해 낸다.


그럴 때는 추모객이 끊이지 않는 비석처럼, 감정의 모서리가 반들반들 윤이 나며, 탁본을 뜨듯 비문이

심장에 새겨진다.


위무의 손길과 애무의 손길을 무심히 가로지르는 듯한 마사지 요법도, 주물럭주물럭 빚어내는 밀가루 반죽과 나물들을 빚는 손맛도, 뻣뻣해지고 간사해지는 우리의 육체에 단비를 내리곤 한다.


<마음사전>_김소연


#손#손길#터치#위로#연인#애무#마음사전#김소연#위안#위로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