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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고 아름다워지기 위해 어디까지 갈 것인가.

영화 <서브스턴스>를 보고

by 루이보스J


대담하게 역겹고,

사악할 정도로 영리하다


Audaciously gross, wickedly clever

- Rotten Tomato 총평


얼마 만인가, 영화를 보고 이렇게 얼얼했던 게.

마지막으로 이런 충격을 받았던 순간을 떠올려 보면, 아마도 <그을린 사랑>(2011)이나 <올드보이>(2003) 정도일 것이다. 그리고 이제, <서브스턴스(The Substance)>가 그 대열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데미 무어에게 첫 골든 글로브 여우주연상을 안긴 이 화제작은 매혹적으로 감각적이면서도,

동시에 압도적으로 불쾌하다. 영화는 젊음과 아름다움에 대한 사회의 집착을 파고들며,

우리가 숭배하는 가치들이 과연 무엇인지 거칠고도 날카롭게 묻는다.


코랄리 파르자 감독 작품

한때 잘 나갔지만 이제는 거의 잊힌 오십 대 스타 엘리자베스(데미 무어)는 어느 날, '더 나은 나'를 만들어준다는 기적 같은 약물을 손에 넣는다. 그 약물 덕분에, 그녀는 다시 젊고 아름다운 모습으로 돌아간다.

단, 일주일 단위로 원래의 오십 대 자신으로 돌아가야 한다.


그렇게 탄생한 ‘젊어진 나’ 수(마거릿 퀄리)는 말 그대로 화려하게 빛난다.

생기 넘치는 피부, 도발적인 입술, 화면을 뚫고 나올 듯한 탱글거리는 육체.

그녀의 싱싱한 젊음에 굴복하지 않을 사람이 누가 있으랴.

수가 등장하는 순간, 그녀는 단순한 인간이 아니라 사회가 숭배하는 '젊음' 그 자체가 된다.

그녀가 걸어가는 곳곳마다 사람들의 시선이 꽂히고, 그녀가 웃으면 모든 공간이 환해지는 듯하다.

하지만 이 눈부신 젊음과 아름다움은 그 자체로 너무 강렬해서, 주변의 모든 것을 집어삼킬 기세다.

그리고 결국, 그녀는 원래 자신이었던 엘리자베스를 압도하기 시작한다.


젊음의 축복을 다시 얻은 엘리자베스는 과연 행복해졌을까? 그녀가 꿈꾸던 것은 진짜 ‘더 나은 나’였을까, 아니면 그저 더 매끈한 ‘껍데기’였을까? 영화는 우리가 숭배하는 아름다움과 젊음이 실은 얼마나 공허한 신기루인지, 그리고 그 신기루를 좇다가 스스로를 어디까지 망가뜨릴 수 있는지를 가차 없이 보여준다.


수는 엘리자베스의 욕망이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그러나 그녀는 단순한 대체물이 아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그녀는 그저 '일주일 짜리‘ 존재로 남는 것에 불만을 품기 시작한다. 둘 사이의 균형이 무너지기 시작하면서 영화는 점점 더 광기 넘치는 심리 스릴러로 변모한다.


젊고 아름다움을 유지하기 위해서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

아니, 어디까지 망가질 수 있을까?


영화는 마치 한 편의 신랄한 잔혹 동화 같다.

백설공주에서 늙어가는 여왕이 마법의 거울을 붙잡고 ‘세상에서 제일 아름다운 여자는 누구냐’고 묻듯,

<서브스턴스>는 우리가 거울 앞에서 던지는 근원적인 질문을 비틀어 놓는다.


우리는 진정 젊음을 원하는가?

아니면 젊음이 가져다주는 권력을 원하는가?

그리고 그 끝에는 어떤 대가가 기다리고 있을까?


영화에서 나타나는 약물(substance)은, 말 그대로 ‘더 나은 버전’을 만들어준다고 주장하지만, 그 약은 결코

' 본질(substance)’을 담아내지 않는다. 겉모습만을 변화시킬 뿐, 내면은 여전히 공허한 채로 남는다.

영화는 끝끝내 우리가 마주하기 꺼리는 거울을 정면으로 들이댄다.


우리가 원하는 것은 진정 '더 나은 나'인가,

아니면 단지 더 젊고 아름다운 껍데기인가?


이 영화는 그 껍데기에 대한 환상이 얼마나 위태롭고 덧없는 것인지 가차 없이 폭로한다.


이제 당신은 샤워를 마친 뒤 거울을 볼 때마다 스스로에게 새로운 질문을 던지게 될 것이다.


내가 마주하는 이 얼굴, 이 몸은

내 본질을 얼마나 잘 담아내고 있는가?


표지사진: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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