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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라는 불가마속에서 얼마나 뜨거워져야 할까

내 안의 순백, 'Integrity'를 빚는 여정

by 루이보스J

영어 선생님들은 종종 단어보다는 문장을 외우라고 조언한다.

우리말과 영어 단어가 항상 일대일로 대응하지 않을뿐더러, 문맥에 따라 의미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Integrity' 역시 그런 단어 중 하나다.


Integrity'의 첫 번째 얼굴은 정직과 도덕성이다. 단순히 거짓말을 하지 않는 것을 넘어, 자신의 신념을 굳건히 지키는 것을 의미한다. 아래 문장은 그 의미를 명확히 보여준다.


-Her integrity was never in doubt; she always did the right thing, no matter the cost.

-그녀는 언제나 정직했다.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올바른 일을 했다.


하지만 'Integrity'는 정직과 도덕성에만 머물지 않는다. '완전성'과 '온전함'이라는 뜻도 품고 있다.


-The integrity of the building was compromised after the earthquake.

- 지진으로 인해 건물의 온전함이 손상되었다.


위 예문처럼, 구조적으로 흠이 없고 본래 상태를 유지하는 것을 의미한다


‘일관성’의 의미도 있다.


-The integrity of his work is evident in the way he follows the same principles in every project.

-모든 프로젝트에서 동일한 원칙을 따르는 방식에서 그의 작업의 일관성이 분명하게 드러난다.


이처럼 'Integrity'는 도덕, 온전함, 일관성을 아우르는 단어다.


이 단어를 접할 때마나 나는 조선의 순백자를 떠올린다.


2년 전 리움 미술관에서 열린 기획전 <조선의 백자: 군자지향>에서 본 순백자의 황홀한 자태가 잊히지 않는다.


백자는 소박하다, 매끄럽다, 담백하다, 깨끗하다. .


백자는 그 자체로 온전함의 상징이자, Integrity의 표본이다. 특히, 중앙 관요에서 만들어진 백자는 그 속살이 맑고 투명하게 드러나며, 그 자체로 정제된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다. "흰 눈"처럼 맑고 "우윳빛"처럼 기름지며, 때로는 "푸른빛"이 반짝이는 그 모습은 우리가 흔히 말하는 온전함의 완벽한 구현이라고 할 수 있다.


순백자는 순백이라는 색이 의미하는 것은 단순한 미(美)가 아니라, 절제와 균형, 그리고 내면의 완전함이었다.

상세 : 전시 : 리움미술관


『성종실록』에서도

“이 백자잔은 맑고 티가 없어서, (…) 이를 사람에게 비유하건대, 마치 대단히 공평하고 지극히 발라서 한 점의 허물도 없게 되면 선하지 못한 일들이 용납될 수 없는 것과 같다.”라고 적고 있다.


순백자는 'Integrity'를 시각적으로 구현한 걸작이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인간으로서 integrity 를 지키고 살기가 싶지 않은 세상이다.


소비주의, 물신주의의 침투와 습격은 교묘하고 무자비하다.

먹고 살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비굴해질 때도 있다.


Integrity 를 지키기는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은 양보하지 않겠다는 자세다.


그것은 마치 조선의 백자가 보여주는 순백처럼, 우리가 내면의 흐름을 따라가며 만들어가는 살아있는 예술이자, 끊임없이 정련되고 성숙해지는 개인의 서사이기도 하다.


'Integrity'는 한 번에 완성되는 것이 아니다. 흙과 시간, 불이 만들어낸 백자와 같다. 처음에는 거칠고 불완전한 모습일 수 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그 격조와 균형을 잡아가며, 점점 더 정제되고 다듬어져, 결국 우리는 그 속에서 고아한 아름다움을 발견하게 된다. 이처럼 우리의 삶 속에서도 'Integrity'는 완전한 상태로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우리 각자가 자신만의 방식으로 만들어가는 과정이다.


결국, 'Integrity'란 완전한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아니라, 그 과정에서 스스로를 정직하게 다듬어 가는 지속적인 노력과 태도임을 알게 된다.


따라서 'Integrity'는 우리의 삶 속에서 하나의 목표나 결과물이 아니라, 매일매일 만들어가는 여정이다. 우리가 그 여정에서 어떤 선택을 하고, 얼마나 진실되게 살아가느냐에 따라, 우리가 만드는 '순백'의 백자처럼, 우리의 삶도 그 자체로 독특하고 아름다운 예술이 될 것이다.


우리는 삶이라는 불가마 속에서 얼마나 뜨거워져야 할까? 불 속에서 스스로를 잃지 않고 더욱 단단해질 수 있을까? 조선의 백자는 말한다. 온전함이란 타협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불 속에서도 형태를 유지하며 더욱 깊이 있는 빛을 만들어내는 것이라고. 우리의 'Integrity'도 마찬가지다. 흔들리지 않는 것이 아니라, 흔들림 속에서도 다시 중심을 잡고 더 단단해지는 것.


삶의 시련 속에서 우리가 만들어가는 온전함이야말로, 그 어떤 보석보다 빛나는 순백의 예술이 될 것이다.


표지사진: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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