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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berate,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자유

3월, 해방을 연습하는 삶을 다시 시작!

by 루이보스J

봄비로 시작한 3월이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어김없이 비가 내린다. 비가 오고 기온이 뚝 떨어지면 겨울이 오고, 비가 오고 땅이 녹으면 봄이 온다. 새해가 시작되었다고 하지만, 1월과 2월은 준비운동에 가깝다.


진짜 스타트라인은 3월. 학교 종이 울리고, 거리마다 새 학기를 맞이하는 설렘과 긴장감이 흐르면

그제야 비로소 한 해가 본격적으로 굴러가기 시작한다.


올해, 내 테마는 해방. (Liberation.) 뒤늦게 본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 영향만은 아니다. 해방은 늘 내 삶 한편에서 조용히, 그러나 끊임없이 맴돌던 단어였다.


며칠 전, 뉴스에서 모교 소식을 접했다. 익숙한 교정, 그 앞에서 울부짖는 후배들이 학교에 난입한 극우 세력과 맞서 싸우는 모습이었다. 그리고 그들의 등 뒤에 적혀 있던 네 글자.


"해방이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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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고 있었다. ‘해방이화’, ‘대동인문’을 외치며 이십 대 초반을 통과했던 것을.


‘해방이화’라는 구호는 8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자유와 민주를 외치던 선배들이 독재 정권 하에서 탄압받던 여성들, 노동자들, 그리고 분단된 민족의 해방을 염원하며 붙인 이름이다.

당시 선배들에게 ‘Liberate’는 단순한 단어가 아니었다. 그것은 억압으로부터의 탈출이었고, 존재 자체를 증명하는 몸부림이었다. 자유를 갈망하는 것이 아니라, 자유를 쟁취하는 과정이었다. 우리는 '자유'나 '민주주의'는 이미 성취된 가치라고 믿고 살아왔다. 그러나 12.3 계엄 이후, 우리는 또다시 자유와 민주주의를 지켜야 하는 시대를 마주하고 있다.


해방은 한 번 이루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쟁취해야 하는 것임을 깨닫는다.
다시, 우리는 해방의 길로 나아가야 한다.


개인 차원에의 '해방'도 함께 하고 싶다.

Liberate Myself 무엇으로부터?


Liberate from excess 과잉으로부터의 해방


Liberate from the noise of information.

Liberate from overstimulation.

공해 수준이 되어버린 정보들로부터의 해방

무의미한 뉴스, 넘쳐나는 소셜미디어 피드, 알고리즘이 던져주는 콘텐츠에서 한 발짝 물러서기

정신을 나태하게 만드는 과잉 자극으로부터의 해방


Liberate from materialism.

풍요 속에서도 끊임없이 결핍을 느끼게 하는 물신주의로부터의 해방

가지고 싶은 것보다 필요한 것을 찾으며 살기


Liberate from superficial connections.

진정한 소통이 아닌, 피상적인 관계로부터의 해방

‘좋아요’ 숫자로 관계를 재단하지 않기


Liberate from clutter.

내면의 고요함과 여백을 방해하는 물건들의 과잉으로부터의 해방

비워야 할 것은 공간뿐만이 아니다

마음도, 머리도 비워야 한다


Liberate.
그 어원을 들여다보면, 라틴어 liberare에서 왔다. 의미는 ‘자유롭게 하다’, ‘해방하다’.
그런데 이 단어의 뿌리를 더 깊이 파고들면, liber라는 단어를 만난다.

liber, 자유로운. 그리고, 책(Book).


그렇다. Liberate와 Library는 같은 어원을 공유한다.

책은 자유를 준다. 생각을 해방하고, 삶의 방식과 사고의 틀을 확장한다. 억압적인 체제에서 가장 먼저 불태워지는 것이 책이라는 사실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해방이란, 무언가를 파괴하는 것이 아니라, 생각을 넓히고,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일지도 모른다.


우리는 모두 저마다의 해방을 꿈꾼다. 누군가는 몸의 해방을, 누군가는 마음의 해방을,
그리고 어떤 이는 생각의 해방을.


진정한 해방이란 무엇일까? 그것은 단순히 ‘어디선가 벗어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를 확장하는 과정’ 인지도 모른다.


그 길의 시작에 서 있는 지금, 3월을 다시 시작한다


표지 사진: UnsplashRowan Heuvel

#해방이화#3월#자유#민주주의#과잉#고요#해방#풍요#결핍#확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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