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아름다운 순간에는 왜 눈물이 날까?

(일상의 회복) 끝을 아는 우리가 붙잡을 수 있는 것들

by 루이보스J

벚꽃이 흐드러지게 핀 양재천을 달렸다.
헌법재판소의 파면 판결 전에도 자주 달리던 코스지만, 오늘은 모든 것이 달라 보였다.


봄은 어느새 도착해 있었고, 겨우내 단단히 닫혀 있던 나무껍질 사이로 연하디 연한 새순이 조심스럽게 올라오고 있었다.

삶에 대한 예민한 감각이 다시 살아나는 느낌.
한바탕 고약한 악몽에 시달리다 막 깨어난 것 같기도 하고,
집요하게 나를 쫓아오던 에일리언을 마침내 물리친 듯한 안도감도 들었다.


하늘은 파랗고, 그 파란 하늘 위에 팝콘처럼 부풀어 오른 벚꽃잎들이 흩날리고 있었다.
사람들은 그 아름다움 앞에서 저마다 멈추어 서 있었다.
사진으로 붙잡으려는 이들, 꽃 아래 벤치에 앉아 담소를 나누는 연인들,
어린이집 선생님의 손을 잡고 아장아장 걸어가는 아이들까지.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날 것 같았다.
이토록 찬란한 풍경을 마주하고서.


왜, 궁극의 아름다움 끝에는 늘 슬픔이 따라오는 걸까.

아마도, 우리는 '끝'을 알기 때문일 것이다.
벚꽃은 길어야 2주. 그마저도 봄비 한 번이면 허망하게 흩어져버린다.
긴 겨울이 끝나고 봄이 오고, 봄은 눈 깜짝할 새 여름에게 자리를 내준다.
그렇게 시간은 흘러가고, 우리도 언젠가는 이 길을 지나갈 것이다.


하지만, 그 '끝을 아는 감각'이야말로 우리에게 일상을 선물한다.


바로 지금 이 순간,

이 봄의 공기,

이 빛의 결,

이 찰나의 아름다움.


일상의 기쁨이란 거창한 게 아니다.


방금 우린 차 한잔의 향,

달리기 후 들이마신 숨 속의 바람,
그리운 친구의 안부 카톡 한 줄,

아이가 건넨 사탕 하나,
그 작은 조각들 속에 우리가 붙잡고 싶은 ‘영원’이 숨어 있다.


그리고 우리는 그 사소한 순간들에서,

“산다는 건 꽤 괜찮다”라고 스스로를 토닥일 수 있게 된다.


삶은 야생처럼 예측 불가하고, 귀하게 단 한 번 주어진다.
그렇다면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그 하루하루를, 찬란한 벚꽃처럼
두려움 없이 피워내고 사랑하는 일뿐 아닐까.


“Tell me, what is it you plan to do with your one wild and precious life?”


— Mary Oliver


표지 사진: UnsplashMasaaki Komori


#봄#일상#벚꽃#안도#파면#축하#안도#찬란#순간#인생#선물#사랑#기쁨#소중#아름다움#눈물#감각

keyword
작가의 이전글참된 행복은 목적 없고 효용 없는 것 덕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