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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어디서든 누구나 할 수 있는 7가지 선물

오늘 당신도 이미 하고 있을지 모르는 작은 선물들

by 루이보스J

비가 갠 청계산은 맑았다.
등산로를 오르는 사람들의 얼굴도 한결 환해 보였다.
진달래는 아직 산자락에 붉게 피어 있었고,
연둣빛 새잎은 물기를 머금은 채 영롱하게 빛났다.

그 풍경 속에서 문득 생각했다.
자연은 참 대단하다고.
아무런 조건도, 대가도 없이 그 자리에 가만히 있어주며 우리를 품어준다.
새소리와 나뭇잎의 떨림, 산길에 깔린 흙냄새까지.
그 모든 것이 조용히, 그러나 넉넉하게 사람을 감싼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칠시(七施)가 저절로 떠올랐다.

가진 것이 없어도, 누구나 행할 수 있는 7가지 베풂의 방법.
어쩌면 자연이 우리에게 베푸는 그 자비로움과도 닮아 있는 일들이다.


첫째, 화안시(和顔施).
밝고 부드러운 얼굴로 사람을 대하는 것.
미소 하나로도 누군가의 마음에 햇살을 드리울 수 있다.


둘째, 언시(言施).
따뜻한 말을 건네는 것.
길에서 마주친 이에게 “고생 많으세요”
친구에게 “네 덕분에 웃었어”
그 짧은 한마디가 위로가 될 때가 있다.


셋째, 심시(心施).
마음으로 남을 위하는 것.
속으로라도 ‘저 사람 잘 됐으면 좋겠다’고 빌어주는 것.
보이지 않아도, 그 마음은 어딘가에 전해진다.


넷째, 안시(眼施).
따뜻하고 부드러운 눈길을 주는 것.
말보다 더 많은 것을 전하는 때가 있다.
아무 말 없이 바라봐주는 시선 속에도 자비가 담길 수 있다.


다섯째, 신시(身施).
몸으로 돕는 것.
문을 잡아주거나, 무거운 짐을 들어주는 작은 손길 하나.
그런 사소한 움직임이 누군가에겐 커다란 온기가 된다.


여섯째, 좌시(座施).
자리를 내어주는 것.
물리적인 자리뿐만 아니라
마음의 자리, 기회의 자리, 관심의 자리도 포함된다.
누군가에게 잠시 머물 틈을 내어주는 일.


일곱째, 방사시(房舍施).
쉴 공간을 내어주는 것.
누군가 지친 마음을 놓고 갈 작은 공간이 되어주는 것도 보시다.
때로는 따뜻한 말 한마디, 따뜻한 눈빛 하나가
그 사람의 쉴 곳이 되어주기도 한다.


이 칠시는 누구나 할 수 있다.
돈이 없어도, 시간이 없어도, 특별한 능력이 없어도 괜찮다.
자연이 그러하듯, 그저 그 자리에서 부드러운 마음으로
사람을 품어주고, 세상을 바라보면 된다.

오늘 문득, 청계산의 연둣빛과 꽃잎들, 그리고 산새들의 소리를 들으며
나도 그렇게 조용히 베푸는 사람이 되고 싶어졌다.

거창하지 않아도 좋다.

단 한 사람에게라도, 혹은 나 자신에게 따뜻함을 건넬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


표지 사진: UnsplashJay Cas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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