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의 <프랑켄슈타인>의 명대사
가족이 모두 잠든 깊은 밤, 홀로 마주한 기예르모 델 토로의 <프랑켄슈타인>
영화는 기괴함 속 압도적인 영상미와 더불어, 인간 존재의 의미를 파고드는 격조 높은 대사들로 비극을 한 편의 고전시처럼 승화시킨다.
이 영화는 창조자와 피조물이라는 두 존재를 통해 우리를 거울 앞에 세운다.
외과의사이자 과학자인 빅터 프랑켄슈타인은‘ 창조’에 집착한다. 자신에게 ‘존재’의 모든 것이었던 어머니의 죽음에서 비롯된 것이다. 우주의 한 귀퉁이가 도려내진 듯한 어린 시절의 공백은 그를 죽음을 정복하겠다는 광기에 가까운 결심으로 이끈다.
명대사 1.
"우주의 한 귀퉁이가 도려내지고 창공이 영원한 암흑으로 변했다."
"A part of universe had been hollowed out,
and the firmament was now permanently dark."
이 대사는 어머니를 잃은 빅터의 내면 풍경이자, 생명을 창조함으로써 자연의 질서에 구멍을 내려는 그의 오만한 시도를 상징한다. 그는 시체를 이어 붙여 '피조물'의 탄생에 성공하지만, 창조의 황홀경은 곧 공허함으로 무너진다.
빅터는 창조의 끝에 다다르자마자 자신이 저지른 행위의 비인간성과 마주한다. 그는 피조물의 흉측한 외모와 거구에 압도되어 두려움을 느꼈고, 자신이 만든 생명에게 가장 먼저 등을 돌리는 무책임한 창조주가 된다.
명대사 2.
"창조 이후는 생각도 안 해봤습니다. 그렇게 땅 끝에 다다르자 지평선도 사라졌달까요? 그 성취는 부자연스럽게 느껴졌고, 공허함만 남더군요. 그 사실이 날 괴롭혔습니다."
"I never considered what would come after
creation. Having reached the edge of the
earth, there was no horizon left.
The achievement felt unnatural.
Void of meaning. And this troubled me so."
진정한 괴물은 육체가 아닌 창조주의 무책임에서 비롯됨을 증명하는 순간이다. 인간이 신의 흉내를 내는 순간, 그 오만함의 빛은 순식간에 공허한 어둠이 되었다.
명대사 3.
"이상자체만으로는 가치가 없다고 봐요. 전쟁을 예로 들죠. 명예, 조국, 용맹. 그 자체로는 가치 있고 숭고한 이상들이에요. 사람들은 그걸 위해 죽어가요. 결코 숭고하지 않은 방식으로요. 진흙에 얼굴을 처박고 피를 토하고 고통에 울부짖죠. 다들 누군가의 아버지, 형제, 아들이었고 어머니가 먹이고 씻기고 돌보고 가르쳐서 세상에 내보낸 사람들이에요. 그런데 머나만 전장에서 쓰러지죠. 비극을 부추긴 자들은 나 몰라라 하는데, 그 자들은 집에 남아 피나 총검 볼일도 없고, 살 찢길 일도 없이 따뜻하고 깨끗한 담요를 덮고 있어요.
어리석은 자들이 이상을 좇으면 그렇게 돼요'
"I believe ideals alone are worthless. Take war, for instance. Honor, homeland, valor—they
are worthy, noble ideals in themselves. And men die for them. But they die in ways that are never noble. They choke in the mud, spitting up blood, howling in agony. These were all
someone's father, brother, or son; men whom a mother fed, bathed, raised, and sent out into the world. Yet they fall on distant battlefields, while those who instigated the tragedy remain untouched. They remain at home, with no sight of blood or bayonets, no flesh torn,
sleeping warm under clean blankets.
That is what happens when fools pursue ideals."
빅터의 후원자 조카이자 빅터의 동생 윌리엄의 약혼자인 엘리자베스는 이 비극 속에서 유일하게 순수한 교감의 가능성을 상징한다. 그녀는 추상적인 '숭고한 이상' 뒤에 감춰진 잔혹함을 꿰뚫으며 빅터의 오만함을 경고한다.
그녀는 인간의 오만이 초래하는 고통을 외면하지 않으며, 피조물의 상처에 연민을 느끼고 그의 순수함을 알아본다. 그녀의 시선은 인간의 오만이 초래하는 현실적인 눈물을 직시하게 한다.
명대사 4.
"나는 알게 됐어요. 진실의 공포를. 내가 아무것도 아님을. 비루한 오점. 인간과는 본질적으로 다른 존재... 이 고통은 내 마음에 들러붙어서 나를 놓아주지 않았어요."
"And I learned it. The horror of the truth. I understood that I was nothing. A wretch. A Blot.
Not even of the same nature as man. This hurt clung to my mind. It never let go."
창조주에게 버림받고 세상으로 내던져진 피조물은 흉측한 외모 때문에 배척당하면서도 인간 가족의 우애를 엿보며 사랑을 배우고 '친구'라는 따뜻한 단어를 듣는다. 그러나 자신이 누구인지 알고자 실험실로 돌아가 자신의 출생에 대한 끔찍한 진실을 마주한다
창조주에게조차 존재로 인정받지 못한 피조물의 깨달음은 단순한 충격이 아닌, 존재 자체에 대한 근본적인 부정이자 비극이다.
파국으로 치닫던 영화는 피조물의 '자기 수용'이라는 숭고한 깨달음으로 매듭을 짓는다. 그는 더 이상 인간이 되려 하지 않고, 운명을 받아들이며 역설적으로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성숙에 도달한다.
델 토로는 흉측한 외모를 가진 피조물의 눈을 통해 우리를 거울 앞에 세운다.
명대사 5.
"And thus the heart will break, yet brokenly live on." (Lord Byron)
"그리하여 마음은 부서질 것이나, 부서진 채로 살아가리라." -바이런 경
진정한 괴물은 육체의 기괴함이 아닌, 생명에 대한 책임과 연민을 외면한 창조자의 오만이다.
우리는 부서질지언정, 연민과 책임을 통해 부서진 채로 살아가는 법을 배워야 한다는 바이런 경의 문구가 이 영화의 마지막 울림이다.
표지 사진: Unsplash의Marc-Olivier Jodo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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