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교는 끝이 없고, 풍요는 바로 옆에 있다

숫자가 아닌 감각으로 삶을 읽는 법

by 루이보스J

어제 광화문에서 일을 마치고, 세종에서 중앙부처 공무원으로 일하고 있는 '똑순이' 후배를 만나 점심을 먹었다. 우리는 늘 그렇듯 커리어와 육아 이야기를 나누다가, 내가 최근 경주 APEC 부대행사에서 사회를 보게 된 근황을 전했다. 자연스럽게 ‘유명’ 사회자들이 받는 요율로 화제가 넘어갔고, 행사 하나에 몇 천씩 받는다는 말을 듣자 후배 얼굴에서 웃음이 스르르 걷혔다.


“저...현타 왔어요.”


농담처럼 건넨 말이었지만, 마음속에서 순간적으로 일렁이는 감정이 분명했다. 잠시 뒤 대화는 다른 주제로 흘렀고, 우리는 늘 그렇듯 웃으며 헤어졌다.


저녁에 후배에게서 메시지가 왔다.
“오늘 너무 즐거웠어요. 근데..몇천 얘기가 자꾸 생각나서 혼자 웃었어요 ㅎㅎ"

"저는 오늘 세종에서 광화문 출장 오면서 출장비 5만 원 받았거든요.”


스스로를 향한 가벼운 자조와 그 뒤에 숨어 있는 비교의 마음이 읽혀서, 괜히 미안해졌다


나는 이렇게 회신했다.

“그 맘 알죠. 그런데 그렇게 따지면 끝이 없더라구요. 일론 머스크까지 올라가 ㅋㅋ 각자 다른 길이니까요. 건강한 몸과 평안한 마음이 가장 중요하죠.”


지혜로운 후배는 이내 마음의 평정을 찾았다.
“ ㅋㅋㅋ 맞아요 일론 머스크까지 ㅋㅋㅋ 저만의 길로 차곡차곡 잘 밀고 가면 되겠죠!”


그 메시지를 읽다가 문득 생각했다.
아, 지금 우리는 wealth가 아니라 abundance를 선택하고 있구나.


Wealth(부)는 숫자의 세계다.
누가 얼마를 받고, 누가 얼마나 높이 올라갔고, 또 누가 더 많은 걸 가졌는지. 비교와 계산이 자연스럽게 따라붙는다. 그 언어로 사고하기 시작하면 위는 끝없이 열려 있다. 언제나 더 큰 누군가가 있고, 그 누군가는 또 다른 누군가를 올려다본다.


하지만 Abundance(풍요)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흐른다.

아이가 건넨 짧은 웃음, 소중한 친구와의 대화, 건강한 몸, 흔들리지 않는 마음의 중심, 그리고 내 일을 좋아하는 감각. 이 모든 것들은 양으로 셀 수도, 계산할 수도 없으며, 누군가의 몫을 줄이지도 않는다.


특히, 자연이 선사하는 abundance는 우리가 wealth를 좇느라 자주 놓치는 풍요다.

흐드러지게 피어 숨 쉬는 꽃들,

초여름 숲의 숨결처럼 생생하게 흔들리는 나무들,

하염없이 내리는 눈이 만드는 고요한 시,

끝없이 이어진 푸르고 푸른 바다가 속삭이는 자유.


이런 풍요는 누구의 수입과도, 직급과도, 요율과도 아무 상관이 없다.

누가 얼마를 벌든, 누가 어떤 자리에 있든, 자연의 풍요는 우리 모두에게 열린 채 존재한다.
나눌수록 줄어들지 않고, 비교할수록 흐려지지도 않는다.


후배와 나눈 대화는 겉으론 돈 이야기였지만, 사실은 삶의 기준에 관한 이야기였다. 숫자는 늘 사람을 줄 세우지만, 정작 우리를 지탱해 주는 건 대부분 숫자로 환산되지 않는 것들이다.


좋은 사람과 나누는 한 끼,

자기 자리에서 묵묵히 쌓아가는 하루,

몸이 건강하고 마음이 잔잔한 상태,

그리고 그날 문득 눈에 들어온 풍경 하나.


아끼는 후배의 마지막 말처럼, “제 길로 차곡차곡” 가는 삶. 그게 바로 abundance의 방향이다.


결국, 부유함은 비교의 언어로 흐르지만
풍요로움은 존재의 언어로 머문다.


후배와 나는 아주 잠시, 서로를 향해 작게 미소를 나누며 숫자 대신 풍경에 기대는 쪽을 선택했다.


그 선택은 생각보다 오래 마음을 따뜻하게 했다.


표지 사진: UnsplashAkin Cakiner

본문 사진: UnsplashGiorgio Trovato

본문 사진: 사진: UnsplashJames Ahlberg


#풍요#부#자연#방향#삶#길#커리어#인생#평안#건강#행복#고요#숫자#비교#워킹맘#우정#동지애


keyword
작가의 이전글사랑, ‘계산’을 무너뜨리는 가장 비합리적 변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