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판 앞에서 우리는 어떤 사람이 되는가

Reactive vs. Responsive, 책임의 방식에 대하여

by 루이보스J

즐겨보던 유튜브 채널 <사고실험>의 진행자가 활동 일시 중단을 알리는 장문의 글을 올렸다. 질문의 깊이와 대화의 결이 남달랐던 채널이었다. '이건 정말 잘 만든 콘텐츠야'라고 생각하며 꾸준히 챙겨보던 터라, 무슨 일인가 싶어 글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었다.


사건의 전말은 이랬다. 런던베이글뮤지엄 대표 인터뷰 이후 직원 과로사 논란이 불거졌고, 채널 측이 해당 영상을 비공개 처리하자 비판이 쏟아졌다. 단순히 영상 하나를 내린 것에 대한 지적을 넘어, 채널이 성공한 인물들을 무비판적으로 영웅화해 왔다는 근본적인 문제 제기로 이어졌다.


진행자는 쏟아진 댓글들을 읽으며, 콘텐츠 크리에이터로서 자신의 역할과 책임에 대해 근본부터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고 고백했다.


그중 한 댓글이 그를 깊이 흔들었다고 했다.


"한국에서의 성공은 대부분 착취를 기반으로 한다. 그 현실을 외면하고 성공한 이들에게 마이크를 쥐여주는 콘텐츠는 우상화이자 사기에 가깝다. <사고실험> 또한 그렇다."


본인이 해석한 표현이라 전제했지만, 그 문장이 그에게 어떤 충격을 주었는지 글 전체에서 느껴졌다.

이어진 글에서 그는 이렇게 말했다.


"한계를 지적받았다고 억울했던 건, 사실 제가 스스로의 부족함을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이었습니다. 변명 대신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성실히 하겠습니다. 최선을 다해 판단하고, 실수하면 책임지겠습니다. 그리고 섣불리 인정을 바라지 않겠습니다. 정말 쓸모 있는 콘텐츠였다는 증명은, 평생이 걸려 마지막에 받으면 되는 일이니까요."


글을 다 읽고 나서 안도했다. 내가 이 채널에서 느꼈던 깊이와 진정성이 헛것이 아니었다는 확신이 들었다.


그리고 동시에, 한 사람이 비판을 마주하는 태도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되었다.


ReactiveResponsive라는 두 단어가 떠올랐다.


둘 다 '반응한다'는 뜻을 가지고 있지만, 그 방향은 정반대다.


'Reactive'는 자극에 즉각적이고 충동적으로 반응하는 것이다.

비판이 오면 방어하거나 삭제하거나 회피한다.

상황에 끌려가는 반응이다. 순간을 모면하기 위한 반사신경에 가깝다.


'Responsive'는 충분히 듣고, 생각하고, 맥락을 고려한 뒤 응답하는 것이다.

느리더라도 신중하게. 주도적으로 내리는 반응이다.

나와 세상을 제대로 잇는 감각이다.


우리는 생각보다 자주 Reactive 하게 산다.

비판 댓글 하나에 마음이 요동치고, 불안한 소문 하나에 흔들리고,

'지금 당장'에 매달리다가 퍼렇게 식어버린다. 불안과 방어가 반응을 지배한다.


하지만 존중, 성숙, 그리고 책임은

언제나 Responsive 한 자리에서만 나온다.


Responsibility. 우리는 이 단어를 흔히 '책임'이라고 번역한다.

하지만 단어를 가만히 들여다보면 그 안에 숨은 의미가 보인다.


Response(응답) + Ability(능력)

즉, 책임이란 어떤 상황에 '응답할 수 있는 능력'이다.


반응의 수준이 곧 그 사람의 책임 수준을 결정한다. 급히 해명하는 것은 반응이지만, 끝까지 지켜보며 신중히 답하는 것은 책임이다.


<사고실험> 진행자는 시청자들의 비판에 단지 상처받거나 변명하는 데 그치지 않았다. 스스로의 한계를 정면으로 마주하는 방식으로 응답했다. 그것이 바로 Responsibility였다.


그는 쉬운 길을 택하지 않았다. 비판을 무시할 수도, 반론할 수도, 피해자 코스프레를 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는 가장 어려운 길을 선택했다.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하고, 더 나은 방향을 찾아가겠다고 말하는 길.

그 선택이 진짜 책임이다.


나는 비판 앞에서 어떤 태도를 취해왔는가.

실수했을 때 어떻게 응답해 왔는가.


Reactive 한 반응은 상황을 반복하게 만든다.

같은 실수, 같은 갈등, 같은 후회의 패턴 속을 맴돈다.


하지만 Responsive 한 응답은 관계를 성장시킨다.

신뢰를 쌓고, 이해를 넓히고, 서로를 더 깊은 곳에서 만나게 한다.


세상은 끊임없이 우리에게 묻는다.

"너는 지금 어떻게 응답할 것인가."


그 질문에 성실히 답해 나가는 과정.

그것이 살아가는 책임이고,

창작의 책임이고,

관계의 책임이다.


우리는 모두 실수한다.

완벽한 사람은 없다.

중요한 건 실수 그 자체가 아니라, 그 이후의 선택이다.


조금 느리게 가더라도, 생각하고 응답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사람.


나도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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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 사진: UnsplashMahdi Bafande

본문 사진:사진: UnsplashJakub Żerdzick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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