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해지면 행복할까

영화 <제이 켈리(Jay Kelly)>를 보고

by 루이보스J

"It's a hell of a responsibility to be yourself.

It's much easier to be somebody else or nobody at all"


“나 자신으로 산다는 건 참 버거운 책임이다.

남이 되거나, 아예 아무도 아닌 척 살아가는 편이 훨씬 쉽다.”

- Sylvia Plath


영화 <제이 켈리>는 미국의 시인 Sylvia Plath 가 일기에 썼던 문구로 시작한다.

노아 바움백 감독의 영화 <Jay Kelly>


35년 동안 부와 명성을 누려온 배우 제이 켈리.

스포트라이트 아래에서 반평생을 살았지만, 공로상을 받는 순간 그의 곁을 지킨 사람은 많지 않았다. 어린 시절 내내 일에 매달리느라 품어주지 못했던 딸들과의 서먹함, 몇 번의 이혼, 오해와 상처로 끊어진 아버지와의 관계, 그리고 그를 살뜰히 챙겼지만 어느 날 조용히 떠난 스태프들까지. 그 마지막 무대에서 끝까지 남아 있던 이는 오랜 매니저 론, 단 한 사람이었다.


유명세가 안겨준 선물은 화려했지만, 가져간 것도 적지 않았다. 최근 청소년 시절 저지른 범죄가 뒤늦게 드러나 하루아침에 활동을 접어야 했던 어느 배우의 사례처럼, 유명세는 누군가를 끝없이 띄워 올리다가도 방향을 바꿔 단숨에 추락시키는 데 주저함이 없다. 늘 과도한 조명 아래 살아야 하는 삶. 그 조명은 ‘무엇을 하고 있는지’보다 ‘누가 바라보고 있는지’에 훨씬 민감하다.


무라카미 하루키가 한 에세이에 썼던 문장이 떠오른다.


“유명해진다는 것은 내가 한 일에 비해 과도한 칭송을 받는 일이며, 동시에 내가 하지도 않은 일에 맹비난을 받는 일이다.”


유명세란 결국 나라는 사람을 비추는 거울이 아니다.
훨씬 왜곡된 돋보기, 혹은 지나치게 밝은 조명에 가깝다.


사람들은 그 불균형한 빛을 통해 유명인을 본다. 어떤 날에는 사소한 실수도 범죄처럼 보이고, 다른 날에는 평범한 친절이 성인군자의 미담이 된다. ‘있는 그대로의 나’는 관심의 스펙트럼에서 점점 밀려나고, 그 자리를 차지하는 것은 타인이 만들어낸 이미지, 기대, 투사된 서사다.


유명인은 어느 순간부터 자기 이름을 가진 타인이 되어간다.


물론, 유명해져서 좋은 점도 분명하다.
경제적 여유 또는 자유, 선택의 폭, 영향력


하지만 그 대가는 생각보다 무겁다.
친밀감의 상실

끊임없는 판단
순간이 아닌 기록으로만 존재하는 삶


그리고 무엇보다, 진짜 관계를 구별하기 어려워지는 순간들


우리 모두는 크고 작은 역할과 지위 속에서 살아간다. 때로는 나라는 존재보다 내가 가진 것, 내가 할 수 있는 것, 내가 속한 곳이 먼저 소개된다.


그래서일까. 유명해질수록, 혹은 어떤 형태로든 주목받을수록 결국 두 가지가 필요해진다.


하나는, 오해와 과장 속에서도 자신을 잃지 않을 단단한 자아.
다른 하나는, 나를 사람으로 대해주는 극히 소수의 진짜 관계.


제이 켈리의 마지막 장면에서 그에게 남아 있던 단 한 사람, 론의 눈빛이 오래 남았다. 누군가의 성공을 위해 평생을 헌신한 조력자의 표정이 아니라, 인간 제이를 그저 ‘아는 사람’으로 바라보는 담담한 시선. 칭찬도, 비난도 아닌, 그저 함께 있어주는 태도. 그것이야말로 명성보다 강한 연결의 방식일지 모른다.




유명해지면 정말 더 행복해질까?
아니면 단지 '행복한 것처럼 보이게’ 만들 뿐일까?


많은 사람이 나를 알아본다는 것과, 단 한 사람이 나를 알아준다는 것은 전혀 다른 경험이다.

전자는 확장이고, 후자는 깊이다.


결국 행복을 결정짓는 것은 명성이 아니라,

‘내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그리고 ‘어떤 이들과 ‘진짜’ 관계를 쌓아왔는지’가 아닐까?


그 모든 답은 화려한 무대가 아니라, 일상의 가장 조용한 순간들 속에 있다.


표지 사진: UnsplashSwati Ked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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