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만난 사람들 중, 누가 남았을까

Transactional vs. Transformative

by 루이보스J

2025년도 이제 열흘 남짓 남았다.

달력을 넘기다 문득 멈춘다.

올해도 참 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회의실에서, 업무 현장에서, 화면 너머에서.

이름을 기억하지 못하는 얼굴들이 훨씬 많고,

의미 있게 남은 인연들은 손에 꼽을 정도다.


이 차이는 뭘까.

왜 어떤 만남은 인사로 끝나고,

어떤 만남은 시간이 지나도 마음속에 남아 있을까.


우리는 살아가며 정말 많은 사람을 만난다.

의도적으로든, 우연히든.

그중 대부분의 만남은 지나간다.

스쳤다는 표현이 정확하다.

서로의 삶에 흔적을 남기지 않은 채.


사실 그건 자연스러운 일이다.

모든 만남에 마음을 쏟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래서 많은 관계는 암묵적인 계산 위에 놓이게 된다.


이만큼 주고, 이만큼 받는다.

시간, 정보, 감정, 호의.

균형이 맞으면 유지되고, 어긋나면 정리된다.


이런 관계는 분명하고 효율적이다.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고, 기대치도 명확하다.

우리는 이런 관계를 통해 사회를 살아간다.

거래하듯 주고받는 관계, transactional한 관계다.


문제는, 이런 관계만으로는 삶이 굴러갈지는 몰라도

삶이 깊어지지는 않는다는 데 있다.


어느 순간 우리는 깨닫는다.

오래 기억에 남는 얼굴들이 따로 있다는 것을.

단순히 나에게 무엇을 해준 사람들이 아니라,

나를 조금이라도 다른 사람으로 만들어놓은 사람들.

Transformative한 관계는 처음부터 티가 나지 않는다.


대단한 사건으로 시작되지 않을 수도 있다.


다만 함께 있는 동안,

어떤 방식이든 ‘표면’에 머무른 관계의 층을 뚫고

서로의 ‘알멩이’에 닿는다.


서로의 생각이 미묘하게 흔들리고,

기존의 확신에 작은 균열이 생긴다.


이 관계에서는 두 사람이 모두 안전지대를 벗어난다.

정답을 들고 오기보다 질문을 내놓고,

설명하기보다 귀를 기울인다.

때로는 그간의 생활이나 사고 방식의 틀에서 완전히 벗어나야 할 때도 있다.


하지만 바로 그 지점에서 변화가 일어난다.

나는 당신을 통해 내가 가진 언어의 한계를 보고,

당신은 나를 통해 자신이 미처 의심하지 않았던 관점을 만난다.

누가 가르치고, 누가 배우는지가 분명하지 않다.

영향은 오가고, 성장은 동시에 일어난다.


Transformative한 관계란

한쪽만 성장하는 관계가 아니다.

한쪽이 소모되고, 다른 한쪽이 얻어 가는 관계도 아니다.

서로의 세계에 발을 들여놓고

둘 다 이전과는 조금 다른 사람이 되어 가는 관계다.


그래서 이런 관계는

쉽게 맺어지지 않고, 쉽게 유지되지도 않는다.

서로에게 정직해야 하고,

스스로에게도 솔직해야 하기 때문이다.

자신이 변할 가능성을 열어둔 사람만이

이 관계 안에 오래 머물 수 있다.


나이가 들수록 이런 관계는 더 귀해진다.

새로운 관계를 만드는 능력보다

변화 가능한 상태를 유지하는 일이 더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점점 더 편한 사람,

익숙한 사람만 곁에 두려 하는 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삶을 돌아보면 결정적인 순간마다

나를 성장시킨 것은 언제나 이런 만남들이었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일어난 조용한 변화들.


결국 우리에게 의미있는 것은

얼마나 많은 사람을 만났는지가 아니라,

누구와의 만남으로 내가 어떻게 달라졌는지다.


Transactional한 관계가 삶을 유지시켜준다면

Transformative한 관계는 삶을 자라게 한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 남는 건 늘 후자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서로를 바꾸었고,

그래서 서로에게 남을 수밖에 없었던 관계들


표지/본문 사진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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