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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이보스J Dec 04. 2022

어떻게 하면 영어를 잘할 수 있나요?

통역사의 영어습득법 대방출 

"어떻게 하면 영어를 잘할 수 있나요?"


통역사들이 흔히 받는 질문이다.  안타깝지만 위 질문으로는 원하는 답변을 받기 어렵다.  정확한 답변을 줄 수 없는 불완전한 질문이기 때문이다.  


Start with ‘why?’


일단 가장 중요한 정보 ‘왜’가 빠져있다.  입시나 시험 준비를 위한 영어 공부인지, 자막 없이 영화나 드라마를 즐기고 싶어서인지, 사전을 찾지 않고 술술 영어책을 읽고 싶은 것인지, 말하기를 향상하고 싶은 것인지, 영어로 글을 쓰고 싶은 것인지, 아니면 그냥 영어가 좋아서 인지 ‘왜 영어 공부를 하고 싶은지’를 따져봐야 한다.  


다음은 현재 내 수준을 냉정히 평가해볼 차례다.  시험 준비인 경우 목표 점수 대비 현재 수준이 어떤지, 자막 없이 영화를 봤을 때 몇 퍼센트나 이해하는지, 전달하고 싶은 내용을 얼마나 잘 영어로 말할 수 있는지 가감 없이 점검해본다.   


현 수준의 점검이 끝났다면 ‘언제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을 할애할 것인가’?를 자문해본다.  영어공부의 우선순위를 정하는 일이다.  만사 제쳐두고 영어에만 몰두할 여건이 되는지, 아니면 육아나 직장생활과 병행해야는지 말이다. 


우리나라 입시환경에서 자란 사람이라면 토익과 같은 특정 시험을 준비하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을 것 같다.  기출문제를 많이 풀어보고 출제경향을 파악하고 어떤 부분에서 자꾸 틀리는지 오답 패턴을 철저히 분석해보고 보완하면 크게 어렵지 않게 영어 점수를 높일 수 있을 것이다.   


시험 준비가 아닌 영어 실력 향상이 목표라면 보다 체계적인 계획과 실행이 필요하다.  외국어를 습득하는 데는 해당 언어에 노출되는 시간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하루 일과를 영어를 듣고, 읽고, 쓰고, 말하는 일과로 촘촘히 계획해보자.  듣고, 읽고, 쓰고, 말하는 주제를 하나로 통일하면 그 효과가 배가된다.  영어 아침 뉴스에서 나오는 여러 꼭지 중에 오늘 하루 공부하고 싶은 내용을 한 두 개쯤 선택한다.  


예를 들어, 아침 영어 뉴스에서 2022년 월드컵에서 한국이 포르투갈을 꺾고 16강에 진출했다는 소식을 접했다 치자. 다음은  읽기 자료로 활용할  관련 뉴스를 검색할 차례다.  South Korea, Portugal 이라고만 쳐도 관련 기사가 뜬다. 


 “South Korea beats Portugal and advances to World Cup 2022 knockout stage” 제하의 기사가 뜬다. (뉴스 기사 제목은 현재형으로 많이 쓴다) 


1) 포르투갈을 ‘꺾었다’에 동사 'beat', 

2) 월드컵 16강을 'knockout stage' (토너먼트 단계) 

3) 진출에 ‘advance to’를 쓴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제목 하나에서 벌써 3개나 되는 유용한 표현을 익힌 셈이다.  다음은 말하기다. 학교나 회사에 영어로 이야기할 대상이 딱히 없다면 전화영어라도 신청한다.  선생님과 통화할 때 오늘 듣고, 읽었던 표현을 활용해본다. 


“Did you hear that South Korea beat Portugal and advanced to World Cup 2022 knockout stage?”  


그리고 자기 전에 영어로 같은 주제로 일기를 써본다.  길지 않아도 된다.  오늘 익힌 표현을 내 것으로 만드는 과정이다.  


외국어 습득은 첫째도 반복, 둘째도 반복, 셋째도 반복이다. 


기본적으로 듣기, 읽기, 말하기, 쓰기를 모두 연습하되 목표에 따라 공부법과 공부 자료를 차별화할 필요가 있다. 


1.    듣기

듣기를 향상하려면 TED 강연 같은 스크립트가 있는 영상을 반복적으로 공부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처음에는 스크립트를 보지 않고 듣고 글이든 말로 요약해본다.  두 번째는 스크립트를 출력해서 꼼꼼히 읽어본다.  내가 놓쳤던 부분의 원인을 파악한다.  단어를 몰라서였는지, 연사 말 속도가 너무 빨라서였는지, 배경지식이나 맥락을 잘 몰라서였는지 등을 정확히 따져본다.  새로 나온 단어나 표현을 용어집에 정리한다.   같은 내용을 다음 날 또 들어본다.  처음보다 분명 훨씬 많이 들릴 것이다.  내가 평소에 관심 있던 주제에 대한 영상을 골라 공부하면 지루하지도 않고 배경지식도 쌓을 수 있다. 


2.    읽기

읽기도 마찬가지다.  내가 평소에 관심 있던 주제의 책이나 기사 등을 하루에 소화할 분량을 정해서 처음에는 사전을 찾지 않고 끝까지 읽는다.  두 번째 읽을 때는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을 표시해서 원인을 파악한다.  모르는 단어나 숙어 때문이었는지, 배경지식이 모자라서였는지 따져보고 사전이나 인터넷 검색을 통해 막혔던 부분을 해소한다.  이 과정이 익숙해져 감에 따라 공부할 분량을 점점 늘려본다.   시간이 감에 따라 내가 어느 부분에 약한지 패턴이 보이게 될 것이다.  


3.    쓰기 

어느 정도의 길이 이상으로 영어로 쓰고 말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읽고 듣는 연습을 통해 어휘력이 쌓이고 영어의 문법 체계가 잡혀야 가능해진다.  쓰기를 향상하는데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역시 ‘필사’다.  믿을만한 저자가 쓴 책이나 칼럼, 기사 등 양질의 자료를 고른다.  한 문장씩 외워서 써봐도 되고, 자신감이 붙으면 한 문단 씩 외워서 필사를 해본다.  그러고 나서 원문과 비교해본다.  전치사를 빠트렸을 수도 있고 시제가 틀렸을 수도 있고 문장 하나 전체를 완전히 틀리게 썼을 수도 있다.  봐주지 말고 스스로 빨간펜 선생님이 된 것처럼 철저하게 분석한다. 이 과정을 반복하면 역시 내 문제의 패턴을 발견할 수 있고, 이 약점을 보완하면 어느새 글 하나 뚝딱 영어로 쓸 수 있게 될 것이다. 


4.    말하기 

영어 읽기, 듣기, 쓰기는 잘하면서도 말하기를 어려워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영어로 말하는 환경에 있는 게 아니라면 쓸 일이 없으니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온라인으로라도 외국인 친구를 만들거나, 회화학원을 다니거나, 전화 영어라도 신청해서 영어를 꾸준히 연습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본다.  그 마저도 어렵다면 영어 말하기 향상을 목표로 하는 사람들과 스터디 그룹을 만들어 영어로만 말하는 규칙을 정해 같이 연습하는 방법도 좋다.  규율만 잡힌다면 혼자 하는 연습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말하기 연습에 적합한 자료는 책이나 기사보다는 연설문이나 영화 대본, 인터뷰 등이 좋다.  우리말에도 문어체와 구어체가 있듯 영어도 마찬가지다.  뉴욕타임스나 이코노미스트 같은 잡지에 실린 기사는 어휘의 수준도 높고 양질의 정보도 담겨있지만 말하기 연습용으로 활용하기에는 미사여구나 문어체 표현이 많다.  구어체를 접할 수 있는 연설문, 영화 대본, 인터뷰 등의 스크립트를 구해 외우고 녹음해서 스스로 아웃풋을 점검한다.  역시 철저히 분석해보면 내 말하기 패턴을 파악하고 보완해 나갈 수 있다. 


이쯤 되면 영어 공부의 핵심이 명확해진다. 사실 영어 ‘공부’라기보다는 ‘습득’이 맞다. 왜 영어를 습득하고 하는지 목표를 정하고, 읽기, 듣기, 쓰기, 말하기 중에 어떤 영역이든 어휘력을 늘리고 새로운 표현을 반복해서 익히는 수밖에 없다.  


 He who learns a new language acquires a new soul.


새로운 언어를 배우면 하나의 영혼이 더 생긴다고 했던가?  새로운 영혼을 얻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렇다고 해서 새로운 세상으로의 문이 열리는 과정을 즐기지 않을 이유도 없다.   영어 습득을 통해 하루하루 내가 확장되는 경험을 만끽하시길! 


#영어공부#통역사#외국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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