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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이보스J Dec 17. 2022

우디 앨런 예찬

영화 <A Rainy Day in New York>을 보고


   -영화보기 전에 리뷰를 읽지 않는다.

   -첫 장면부터 끝까지 하나도 놓치지 않는다.

   -영화 볼 때 팝콘 먹어야 하는 사람과는 극장에 함께 가지 않는다.

 

영화를 무척이나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반드시 지키는 철칙이다.  사전에 리뷰를 보지 않는 것은 어떤 편견이나 기대 없이 영화 자체가 나에게 스며들게 하고 감독이 의도했던 아니든 영화적 재미를 극대화하는 장치들을 최대한 음미하고 싶어서다.  미지와 환상의 세계로 막 빨려 들게 하는 첫 장면을 놓치는 것도 나로서는 상상할 수 없다.  우디 앨런이 각본을 쓰고 주연까지 맡은 1972년작 <Play it, Sam> 같은 영화의 첫 장면을 놓친다면 그 영화를 제대로 본 것이 아니다.  (영화 <카사블랑카>에 대한 오마주 형식의 코미디 영화인데, 아직 못 본 분이 있다면 꼭 한번 보시길)


그리고 문제의 팝콘. 극장을 찾는 이유들도 제각각이라 영화를 보며 팝콘이나 오징어 등을 먹는 것을 낙으로 삼는 사람도 있으리라. 배가 고파서 허기를 달랠 수도 있고 말이다.  물론 나에게는 그들의 자유를 제한할 권리도 그럴 생각도 없다.  다만 바로 내 옆자리에서 숨소리가 느껴질 정도로 가까이 앉게 될 동행이 극장에서 뭔가를 먹는 사람이라면 곤란하다.  먹는 소리가 거슬려서만이 아니다.  영화 볼 때면 모든 감각을 열어 완전히 몰입하는 편이라 영화를 보며 꼼지락꼼지락 음식을 먹는 또 다른 감각 행위를 하는 것이 (존중은 하지만) 공감한다고는 말하지 못하겠다.   

 


영화보기 전에 리뷰는 읽어 보지 않지만 평점은 확인한다.  심심풀이 땅콩으로 영화를 보는 경우가 거의 없는 지라 시시한 영화를 보며 시간을 낭비했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영화는 최대한 피한다.  주로 국내 포털 사이트, IMDb(인터넷 영화 데이터베이스), Rotten Tomatoes (영화 비평 사이트) 점수를 참고하는데 최소 7점 이상은 되어야 볼 생각이 든다.  

 

그래서 미뤄두었던 영화가 우디 앨런 감독의 <A Rainy Day in New York>(2019)이다.  가장 좋아하는 감독이긴 하지만 범작도 꽤 있는 편이라 우디 앨런 영화라고 해서 다 덤벼들진 않는다.  게다가 국내 대표 포털 사이트 평점은 고작 5점대였다.  최대한 양보해서 6점대라면 모를까 5점대라니… 비 오는 날 뉴욕 택시 문을 열어 두고 영화 속으로 나를 잡아 끄는 듯한 티모시 샬로메의 근사한 모습이 담긴 포스터를 보고 살짝 마음이 동했지만 넘어가지 않았다.


그러다 뉴욕 여행을 앞두고 자애(?)를 베푸는 마음으로 드디어 주저했던 <A Rainy Day in New York>을 보았다.  역시 우디 앨런이었다.  92분 동안 내내 이어지는 나른한 재즈, 비 오는 뉴욕의 촉촉한 풍경에 흠뻑 젖어들었다. 게다가 언제 들어도 지루해지지 않는 우디 앨런식 수다에 싱그럽고 매력적인 배우들까지…아, 이런 순도 높은 즐거움 얼마만인가.  


영화를 다 보고 나니 5점대 평점이 너무 가혹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Annie Hall><Manhattan><Crimes and Misdemeanors><Love and Death><Midnight in Paris> 같은 감독의 명작 대열에 끼지는 못해도 결코 망작은 아니었다.  도통 이해가 되지 않아 평점 리뷰를 확인해봤다.  그제야 가혹한 5점대 평점이 왜 나왔는지 이해가 되었다.  1점대 평점 테러가 수두룩했다.  감독의 사생활 문제를 거론하며 영화를 사정없이 평가절하고 있었다.  한마디로 도덕적으로 흠결이 있는 감독이 만든 영화에 후한 점수를 줄 수 없다는 주장이다.  모르긴 해도 이 사람들은 영화를 보지도 않고 1점대 점수를 줬으리라.  


잘 알려진 대로 우디 앨런은 연인 관계에 있던 미아 패로우가 입양한 딸 순이와 결혼했다. 피는 섞이지 않았지만 딸과 결혼했다고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은데 이는 사실이 아니다.  우디 앨런과 미아 패로우는 연인 관계였을 뿐 결혼한 부부 사이가 아니었다.  게다가 두 사람은 같이 살지도 않았다.  정확한 사실 관계를 따지자면 우디 앨런은 연인의 딸과 사랑에 빠진 것이다.  물론 당사자인 미아 패로우에게는 충격적이었을 것이라는 것은 충분히 짐작이 가지만 그렇다고 결코 일어날 수 없는 일이 벌어진 것도 아니다.  특히 당사자가 아니어서 소상한 사정은 알 길이 없는 나머지 사람들이 가치 판단할 일은 아니라고 본다. (우디 앨런의 자서전에 따르면 이미 우디 앨런과 미아 패로우는 사이가 멀어져 있었다.  또한 미아 패로우는 수년간 순이를 학대해왔다. 입양아로서 단 한 번도 그 누군가에게 최우선 순위가 돼본 적이 없던 순이가 자신에 사랑을 쏟는 우디 앨런을 배우자로 선택한 것은 놀랍지가 않다.)  또 한 가지 우디 앨런을 공격하는 포인트는 자신보다 한참 어린 여자와 결혼했다는 것이다.  남녀 간의 사귐에 있어서 나이차가 가장 중요한 요소일까?  유명인의 소식에 ‘ OO살 연하/연상과 열애/결혼’이라는 문구를 볼 때면 질적 차이를 깡그리 무시한 도식적 관계 규정에 두드러기가 날 것 같은 건 나뿐인가?


 <A Rainy Day in New York> 평점 테러를 보고 좋아하는 두 가지 인용구가 떠오른다.  


"도덕이라는 잣대는 우리가 개인적으로 싫어하는 사람들에게 취하는 태도일 뿐이다.” _오스카 와일드

"Morality is simply the attitude we adopt towards people whom we personally dislike."


"생각하는 것은 어렵다. 그래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판단한다.” _칼 융

"Thinking is difficult. That’s why most people judge."


나는 그저 우디 앨런 감독의 팬으로서 제발 장수했으면 바랄 뿐이고 더 욕심을 부린다면 '한국에서 영화 한 편 제작해주면 얼마나 좋을까?'라고 즐거운 몽상에 빠져본다.  벌써 제목까지 지어놨다.


<Anything can happen in Seoul>  :)

#우디앨런 #레이니데이인뉴욕#ARainyDayinNewYork#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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