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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이보스J Dec 19. 2022

(진짜) 우디 앨런 예찬

코믹스러운 지적 유희를 선사하는 유일무이한 감독 우디 앨런

성격> 경제력> 외모> 가정환경

성격> 외모> 가치관> 직업


한 결혼업체가 공개한 배우자를 보는 기준이 눈길을 끈다.  위가 여성이 남성을 볼 때, 아래가 남성이 여성을 볼 때 고려하는 요소들이다.


남성이 여성을 보는 기준은 예나 지금이나 크게 달라진 게 없는 반면 이제는 여성들도 남성들의 외모를 따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할머니나 엄마 세대와 달리 유독 현대 여성들의 심미안이 더 발달한 걸까? 모르긴 해도 여성의 활발한 사회 활동과 관련이 있지 않을까 싶다. 여성의 사회진출이 보편화된 지금, 전적으로 남자의 경제력에만 의존해야 했던 시대와 배우자를 보는 기준이 같다면 오히려 그게 더 이상할 테다.  그래서인지 젊은 남녀 들 사이에는 다이어트와 운동에 전념해 아름다운 몸을 만들고 ‘리즈시절’ 화보를 찍어두는 바디 프로필 일명 ‘바프’가 선풍적 인기라는 기사를 보았다.  (얼마 전 영국 시사잡지 이코노미스트에서도 한국의 바프 열풍에 주목한 바 있다.)  


여성보다 상대적으로 시각적 정보에 민감한 남성에게 있어 여성의 외모가 차지하는 비중은 따로 이야기할 것도 없을 테고 여성 입장에서 보아도 키 크고 남자다운 다부진 몸매에 수려한 외모를 갖춘 남자는 시선을 끌기 마련이다.  하지만 정작 여성들에게 가장 인기가 많은 타입은 단연코 유머감각이 뛰어난 재치 넘치는 사람이다.  흥미로운 점은 내 경험으로 보나 주변의 증언으로 보나 수려한 외모의 남성이 유머감각까지 갖추고 있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뛰어난 외모라는 이미 여성들을 매혹할 말한 무기를 갖춘 남성들이라 굳이 유머 감각 세포까지 발달시킬 필요가 없었는지도 모른다.  다른 이유도 생각해볼 수 있다.  보통 사람들을 웃게 만드는 요소는 ‘자기 비하’ 일 때가 많다. 준수한 외모의 남자들은 처음부터 자기 비하 개그를 할 소재가 별로 없거니와 지나치게 겸손하다는 등으로 오해받아 자칫 역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


간단히 말해, 유머감각은 덜(?) 수려한 외모를 가진 남성들에게 신이 내린 비장의 무기라 할 수 있겠다.


솔직히 말해 준수한 외모의 남성은 실망을 안겨줄 때가 많다. 그도 그럴 것이 말쑥한 첫인상만 보면 기대가 높아지기 때문이다. 외모가 뛰어난 남성은 처음 기대에 어긋나는 크고 작은 결점이 발견되면서 만남이 거듭될수록 호감도가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반면 아예 기대감이 없었던 평범한 남성들은 의외의 모습으로 여성들의 마음을 끌 때가 있다. ‘볼수록 매력’이라는 ‘볼매’라는 말도 이런 상황에서 만들어졌을 터다. ‘볼매’에도 여러 종류가 있겠지만 유머감각이 단연 최고다.  20세기 최고의 섹시 스타 마릴린 먼로도 웃게만 드는 남자에게는 뭐든 해주겠다(If you can make a woman laugh, you can make her do anything)고 하지 않았나. 물론 외모에 대한 선호가 다 다르듯(모든 여자들이 장동건 외모를 이상형으로 꼽지는 않는다, 나 포함), 웃음 코드도 다 다르다. 여성들의 취향은 정말 제각각이다. 같은 이야기를 해도 반응이 시큰둥한 사람이 있는가 하면 한 마디 한 마디에 웃음이 빵빵 터지는 사람들도 있다.


빵빵 터지는 웃음을 선사하는 사람, 우디 앨런이 나에게는 그런 존재다.  


외모로만 따진다면 우디 앨런이야 말로 사랑하기 힘든 유형이다.  남성성과는 너무 거리가 먼 마르고 왜소한 몸매에 좁은 어깨, 잘생긴 구석을 찾기 힘든 눈코 입에 감기 걸린 할머니 목소리 같은 코맹맹이 소리까지. 타고난 신체조건은 연애의 관점에서 보면 거의 재앙에 가깝다. 그런 우디 앨런이 결혼을 세 번씩이나 했고 미아 패로우, 다이앤 키튼 같은 당대 최고의 여배우와 연애를 했으며 현재는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스캔들의 주인공 미아 패로우의 입양 딸 순이 프레빈과 오랜 결혼 생활을 유지하고 있다.


볼품없는 외모의 우디 앨런은 다행히도 최고의 유머감각을 타고 난 듯하다. (또는 후천적으로 습득된 것일지도 모르겠다.  자서전을 읽어보니 어린 시절 제각각 개성 넘치는 가족과 많은 친척들 사이에서 사랑을 듬뿍 받고 다양한 인간관계를 맺으며 자란 영향이 큰 듯하다.) 단숨에 무장해제시켜버리는 그의 지적인 재잘거림은 언제 들어도 질리지 않는다. 삶과 죽음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웃음 코드로 단번에 기화시켜버리는 재주, 딱 적당한 정도로 세련된 퇴폐미, 우발적으로 일어나는 사건 들로 보여주는 무겁지 않지만 경박하지도 않은 인생에 대한 철학, 거기에 환상적으로 버물려지는 재즈와 클래식까지…


우디 앨런식 코믹스러운 지적 유희는 유일무이하다.

대체 불가능하다.

혹자는 우디 앨런 영화에는 더 이상 새로울 게 없다고 투덜대지만

우디 앨런 영화는 그 자체로 하나의 독자적 장르다.


1935년생 노감독의 장수를 기원하는 이유다.


#우디앨런#유머#이상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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