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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이보스J Jul 24. 2023

하루 동안 펄럭이며 영원하다고 생각하는 나비 같은 존재

그 책 그 구절, 칼 세이건 [코스모스]

아무리 떠올리려 해도 기억나지 않는다.

그날 어떤 계기로 몇 년째 책장에 꽂혀 있기만 했던 [코스모스 (Cosmos)]를 꺼내 읽기로 결심했는지.  어떤 이끌림이었는지는 희미해도, 첫 페이지를 펼치자마자 느꼈던 강렬한 떨림은 지금도 생생하다.

 

그리고 직감했다.  시간과 공간의 경계를 초월한 항해가 막 시작되었음을.



 "앤 드루언에게,

공간의 광막함과 시간의 영겁에서

행성 하나와 찰나의 순간을

앤과 함께 할 수 있음에 기뻐하며"

 

(앤은 칼 세이건의 마지막 아내이자 동지였다.)

 

 처음으로 느껴보는 가슴 벅차오름이었다. “공간의 광막함과 시간의 영겁에게 행성 하나와 찰나의 순간을 앤과 함께 할 수 있음에 기뻐하며."  광활한 우주 속에 티끌 같은 존재들의 사랑과 감사가 담겨 있는 한 줄이다.  누군가에게 우주를 품은 헌사를 바칠 수 있다는 것,  이처럼 경이로운 헌사를 쓰도록 영감을 불러일으키는 존재가 있다는 자체로 주체하기 어려울 정도의 감동이 밀려왔다.

(이 심오하고 낭만적인 서문을 찍어 카카오톡 배경 사진으로 올렸다.  참으로 오랫동안 나 스스로도 그 의미를 알지 못했다. 이 서문이 내 우주로의 초대장이었다는 걸.)

  

<코스모스>의 가장 큰 매력은 어쩌면 시보다 더 시적인 세이건의 산문일지 모른다.  세이건은  아름다운 언어로 우주에서 별이 탄생하는 순간부터 먼 은하계의 끝자락에 이르기까지 수천 년 동안 인류를 사로잡은 천체 현상의 장엄함을 드러내는 매혹적인 서사를 엮어냈다.


  <코스모스>의 중심에는 자연의 신비를 밝히는 엄격한 과학적 탐구방식에 대한 깊은 감사가 자리 잡고 있다. 그러나 세이건은 이야기를 풀어내는 방식에서 방정식과 데이터의 영역에만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깊은 경이로움이 녹아있는 상상력을 펼져낸다 . 세이건은 우주 조상이 어떠했을지 훌륭하게 그려내면서 우리가 까만 하늘 저 멀리 반짝이는 별과 연결된 존재임을 상기시켜 준다.  즉, 우리는 한때 신성한 광채로 폭발하여 우주에 원소를 흩뿌렸던 고대 초신성의 잔재인 별가루로 만들어져 결국 생명의 구성 요소로 합쳐진 존재라는 것이다.

 

 <코스모스>를 읽다 보면 누구라도 어딘가에 홀린 듯 철학적인 사색에 빠지게 된다.  그리고 순순히 받아들이게 된다. 창백한 푸른 점 지구에 인간이 존재하는 시간은 광활한 우주의 바다에서 펼쳐지는 교향곡에서 찰나의 순간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말이다.  고요한 겸손함이 온 몸에 퍼진다.  비록 우리의 존재가 덧없을지라도 현재를 소중히 여기고, 세상의 아름다움을 만끽하고, 우리가 아는 유일한 고향인 지구를 지켜야 한다고 세이건은 말한다.

 

광활한 우주의 풍경 속에서 우리는 보잘것없으면서도 각자 나름의 심오한 의미를 품고 있다.
  
 [코스모스]는 뛰어난 스토리텔링과 매력적인 산문으로 많은 독자들이 복잡한 과학 개념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너무 강렬해서 전염될 듯한 과학에 대한 세이건의 순수한 열정과 우주에 대한 경외심과 경이로움을 전달하는 그의 탁월한 능력에 전 세계 독자들이 매료되었다.  <코스모스>는 시대를 초월한 고전으로 오래도록 기억될 책이다.  우리가 호기심 많은 방랑자로 우주의 신비에 대한 탐구를 멈추지 않는 한.


천문학자들은 과학계의 시인들임에 분명하다.  그중에서도 칼 세이건은 최고의 경지를 보여준다. [코스모스]는 우주에 대한 경이로움과 사색을 불러일으키는 구절들로 반짝 반짝 빛난다.

 

"우주는 우리 안에 있습니다. 우리는 별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우리는 우주가 스스로를 알 수 있는 통로입니다."

The cosmos is within us. We are made of star-stuff. We are a way for the universe to know itself.

 

 "우주의 크기와 나이는 인간이 이해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섰습니다. 광대함과 영원 사이의 어딘가에 우리의 작은 행성인 지구가 있습니다."

The size and age of the cosmos are beyond ordinary human understanding. Lost somewhere between immensity and eternity is our tiny planetary home.


  "생명체의 아름다움은 그 안에 들어 있는 원자가 아니라 그 원자들이 결합하는 방식에 있습니다."
  The beauty of a living thing is not the atoms that go into it, but the way those atoms are put together.


  "지구는 광활한 우주의 무대에서 아주 작은 무대입니다."
  The Earth is a very small stage in a vast cosmic arena.


  "상상력은 종종 우리를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세계로 인도하지만, 상상력이 없다면 우리는 아무 데도 갈 수 없습니다."
  Imagination will often carry us to worlds that never were, but without it, we go nowhere. 

 

 "우리는 하루 동안 펄럭이며 영원하다고 생각하는 나비와 같습니다."
  We are like butterflies who flutter for a day and think it's forever.


  "우리 같은 작은 생명체에게 광활함은 오직 사랑을 통해서만 견딜 수 있습니다."
  For small creatures such as we, the vastness is bearable only through love.


  "우리가 찾아 헤매는 동안 공허함을 견딜 수 있게 하는 유일한 것은 서로뿐입니다."
  In all our searching, the only thing we've found that makes the emptiness bearable is each other.


  "우리는 별을 바라보는 별입니다."

We are star-stuff contemplating the stars.

 

#코스모스#칼세이건#우주#Cosmos#지구#푸른별#천문학

커버사진: UnsplashBrett Ritch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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