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의 결혼식

by 자강




나보다 먼저 결혼할 것 같던 윤이 여러 사정으로 결혼이 늦어지면서 대통령 선거 준비로 한창 바쁜 시기에도 불구하고 3월 초 결혼식을 올렸다. 장소는 명동성당. 윤의 약혼녀가 조상 대대로 세례를 받은 가톨릭 신자이고, 그 가훈에 따라 혼인성사를 받는 것으로 결혼식을 치른다고 하였다. 그리하여 할머님과 장인어른, 새 장모님은 상경을 해야 하셨고, 윤을 대신해 서울역까지 내가 모시러 갔다.


결혼식이 일요일 오전 미사 시간에 맞춰 혼인성사가 있을 예정이어서 처가 어른들께선 전날부터 기차를 타고 오셔야 했다. 서울역에 어르신들이 도착할 시간에 맞춰 나가 30여 분쯤을 기다리니 개찰구 옆 쪽에서 맨 앞에 장인어른께서 역사 안으로 들어오시는 모습이 보였다.


"할머니, 아버님 상경하시느라 고생하셨유. 멀미는 안하셨는감유?"


"아이고, 최서방 나와 있었구먼, 내는 아무렇지 않은디 어머니께서 좀 힘들어 허셨어. 시방은 좀 나아지셨구. 마중 나오느라 자네만 성가시게 했구먼."


"무슨 말씀을 그리 허신대유. 당연히 지가 모시러 와야쥬. 짐은 지헌테 주시고 택시 타러 가셔유."


"그러세."


두루마기에 구두를 신고 맥고모자를 눌러쓰고 오신 장인어른이 앞서 가시고 나는 할머님의 걸음에 속도를 맞춰 천천히 그 뒤를 따랐다. 새 장모님은 나에게 지긋이 눈으로만 인사를 건네고 장인어른과 나란히 앞서서 갔다.


택시 승강장에서 대기하고 있던 택시를 잡아 타고 우리의 신혼집이 있는 재동으로 갔다. 우리의 신혼집은 처남들이 살고 있는 집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어서 우선 처남집에 가기 전 아내가 기다리고 있는 신혼집으로 향했다. 택시를 타고 가는 동안 차창 밖으로 보이는 서울 풍경이 신기한지 할머님과 새 장모님은 줄곧 밖을 바라보셨다. 때마침 전차가 지나가니 사뭇 흥미로워하셨고, 그러는 사이 택시는 안국동을 거쳐 재동국민학교 앞에 멈췄다.


"할머님, 아버님 다 도착했으니 내리셔유."


나는 택시비를 지불하고 할머니께서 편히 내리실 수 있도록 택시 문을 잡아드렸다.


"아이구, 고맙구먼."


택시에서 내린 할머님의 손을 잡아드리고 집으로 향하는데 골목길에서 아내가 나와 우리를 반겼다.


"할머니, 아버지 어서오셔유. 먼 길 오느라 고생허셨쥬?"


신혼여행을 다녀온 후 신행길에 올라 근 한 달 만에 뵙는 친정 식구들이 반가운지 아내의 얼굴에서 웃음꽃이 피었다.


"기만이랑 기창이도 곧 온다고 했응께 우리 집에서 저녁 드시고 가셔유."


"그랴 우리 애기 신접살림은 힘들지는 않은겨?"


"그럼유. 최서방이 얼매나 잘 해주는지 힘들 일 없었유. 할머니 참말로 보고 싶었구먼유."


어미새를 만난 아기 참새처럼 재잘대는 아내와 그 모습을 사랑스러워 바라보시는 아버님과 할머님의 모습이 정말 좋아보였다. 그 옆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시는 새 장모님께 나는 말을 건넸다.


"장모님도 고단허시쥬? 우선 방으로 드셔유."


그렇게 가족 모두가 재회를 하고 저녁을 먹고 피곤함을 뒤로한 채 한참을 이야기를 나누고 나서야 처가 어른들께선 처남집으로 주무시러 가셨다.


다음날 아침 윤의 결혼식날, 결혼식에 걸맞은 예복을 갖춰 입고 택시를 타고 명동성당으로 향했다.


"당신 그거 아세유. 우리가 명동에서 다시 만나기 전 둘 다 명동성당에 갔던 거? 물론 시간은 달랐지만 같은 날 같은 장소에 머물다 갔다는 말이어유. 그때 식당에서 명동성당 얘기를 했잖아유."


"기억하지. 영숙 씨가 결혼식을 꼭 명동성당에서 하고 싶다고 말했는데 그 소원이 이루어진 거지."


"그 니 까유. 지도 영숙 씨 소원이 이루어줘서 을메나 기쁜지 모르겄어유."


택시가 명동성당에 도착하고 가족 모두가 새신랑을 찾았다. 성당 앞에 서있는 커다란 화환에는 누구나 아는 이름들 몇이 있다. 성당에서 치르는 작은 결혼식이지만 윤의 결혼을 보이지 않는 데에서 축하해 주는 이들이 많은 듯했다.


"어이, 윤가야 결혼 축하한다. 우리 보덤 늦게 하는 결혼식이니 우리 촌수 정리는 어찌해야 겄냐. 이젠 처외삼촌이 되었으니 어른 대접해야 하는 거 아녀?"

"뭔 말이 그러냐? 우리 사이야. 어릴 적부터 친구인디 그런 거 신경 쓰덜 말고 허던 대로 해야."


"그려, 결혼 진심으로 축하헌다. 영숙 씨는 어디 있는겨 시방 보러 거도 되는 겨?"


"성당 안쪽 미사 준비실에 있는디 정신없을 겅이께 천천히 보드라구."


윤과 축하 인사를 마치고 장인어른과 장모님, 할머님을 모시고 성당 안으로 들어가 자리에 앉았다. 기만이 기창이는 조금 후에 도착해 우리가 앉은자리에 앉았다. 혼인성사가 시작되면 아내와 나는 윤과 영숙 씨의 부탁으로 신부님과 함께 혼인증명을 해주어야 한다. 실수 없이 해낼 수 있을지 무척 떨리는 상태로 기다리고 있는데 드디어 신부님의 미사가 시작되었다. 신부님이 미사가 끝나고 윤의 혼인성사가 진행되었다. 차례에 맞춰 아내와 나의 혼인증명 선서의 절차가 끝나고 신랑신부의 반지 교환을 하고 혼인성사가 끝이 났다.

윤의 처가 쪽 사람들과 인사를 나눈 다음 양가 사람들 모두 나와 윤과 신부가 허니문카 타는 걸 배웅하고 집으로 돌아오기 위해 다시 택시를 탔다.

이젠 윤도 나도 모두 가정을 이뤘고, 아이도 생기겠지. 나는 집으로 가는 택시 안에서, 구름 사이로 얼굴을 내민 해를 보며 그 삶이 갈등 없이 순탄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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