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여가 왜 안 나가? / 중간 동네북
간신히 계약 현황 보고를 막고 숨을 돌리려는 찰나, 또 일이 터진다.
삘릴릴릴릴릴리
S 팀장 : 네, S 입니다.
전화기 속 목소리 : (^&*^&%$^*$%*
S 팀장 : 네?
전화기 속 목소리 : (*$%^&#$%$%$&^$&#$%&
S 팀장 : (전화를 끊고) 야, 인사팀에서 현장직 급여 못 내보내겠다는데 이게 무슨 소리야?!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또 그가 맡은 업무다. (엄밀히 말하면 그가 인계받은 U 과장의 업무다) 그와 U 과장은 또다시 S 팀장에게 불려간다. 그는 자신 때문에 U 과장도 같이 혼나는 것 같아 공연히 더 죄스럽다.
하지만 계약 현황 때도 그랬고 지금의 인건비도 그렇고, 이러한 난리들은 업무 담당자의 부주의로 인한 것이라기보다는 더 큰 차원에서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판단된다.
현장직 관리. 현장직의 채용부터 시작하여 각종 제증명서 문의 / 근태 입력 (급여와 직결) / 급여명세서 발급 및 송부 / 퇴사에 이르기까지 현장직 관련된 모든 '인사' 업무를 아우르는 관리 업무다. 이 업무는 그가 U 과장에게 처음 인계받는 그 당시부터도 잡음이 많았던 데다, 중간에서 행정 처리만 할 뿐 업무의 시작과 끝에는 전혀 관여하지 못하는 업무였다.
기술팀 : 현장직 채용 협상 및 실제로 함께 일하는 부서
사업지원팀 : 기술팀과 인사팀 사이에서 커뮤니케이션 담당
인사팀 : 현장직 채용 여부 최종 승인. 각종 행정 서류 기반하여 급여 지급
말이 좋아 커뮤니케이션이지, 사업지원팀은 엄밀히 말하자면 기술팀과 인사팀 중간에 끼인 동네북이다. 서류 및 행정 업무를 담당한다는 미명 하에, 기술팀과 인사팀 사이의 커뮤니케이션마저도 사업지원팀 하얀 얼굴 사원을 통해 이뤄졌다. 그는 '인간 스피커'가 된 기분이 들 때가 많았다. 그냥 둘이서 직접 이야기하면 되는 것 아닌가? 그가 왜 중간에 끼어서 말을 전달하고 답변을 받아 다시 재전달해줘야 하는 것인가.
지금의 문제는, 인사팀에서 현장직 중 1인의 급여를 지급할 수 없다고 선언함으로 인해 발생했다. 해당 현장직 인원은, 그가 이 업무를 인계받았을 때부터 계속해서 뭔가 관리 업무가 삐걱대는 부분이 많았던 인물이다.
1차
1) 기술팀 : 이때까지만 쓰고 퇴사하기로 합의를 보았다
2) 기술팀 : 갑자기 필요하여, 다시 고용하기로 하였다
3) 인사팀 : 이 사람이 왜 필요한지, 프로젝트 개요 / 업무 내용 / 업계 연봉 테이블 요구
4) 기술팀 : 이미 협상이 다 되어, 인상된 연봉을 소급해줘야 한다
5) 인사팀 : 기안을 늦게 받았으니, 연봉 소급은 해줄 수 없다
6) 기술팀 : 그러면 수령하지 못하는 연봉 소급분을 만회할 만큼, 새로 받는 연봉을 더 높여서 협상 (인사팀에는 해당 내용 비밀로)
2차
1) 기술팀 : 해당 인원이 몸담고 있던 프로젝트가 완료되어, 새로운 프로젝트로 근태를 옮겨야 한다
2) 인사팀 : 이 사람이 왜 여기에 들어가는지 프로젝트 개요 / 업무 내용 / 업계 연봉 테이블 요구
3) 기술팀 : 인사팀의 서류 요구 등이 너무 과도하여, 세부 프로젝트가 아닌 가장 큰 프로젝트로 옮기려 함
4) 기술팀 : 가장 큰 프로젝트로 옮기려 했으나, 이런저런 내부 사정으로 불가
5) 기술팀 : 새롭게 계약 예정인 프로젝트로 근태를 추가하려 함
6) 인사팀 : 그러면 그 프로젝트에 대한 개요 / 업무 내용.... 등 요구
7) 기술팀 : 그런데 해당 프로젝트 자체를 계약하는 과정에서, 고객사와 논의가 길어짐
8) 인사팀 : 해당 프로젝트가 없으니, 해당 현장직은 근태 코드가 없고 급여는 줄 수 없음
9) 기술팀 : 프로젝트 계약 날인은 늦어지나, 구두 협의 완료되어 일단 인력 투입 진행 중 (인사팀에는 비밀)
10) 기술팀 : 마침내 프로젝트 계약 날인되어, 관련 프로젝트 근태 진행 요청 (to 사업지원팀)
11) 인사팀 : 계약이 너무 늦었고, 계약 관련 서류들을 아직 제출받지 못했음. 그래서 급여는 내보낼 수 없다
위의 변경 사항들은 약 4~5개월 동안 이뤄진 내용들이다. 기술팀과 인사팀의 입장만 적어놓았고, 행간에서 커뮤니케이션을 진행한 사업지원팀은 생략했다. 즉, 기술팀과 인사팀은 '사업지원팀 하얀 얼굴 사원'에게 위의 내용들을 말했다. 그는 이 기술팀과 인사팀 사이를 왔다갔다하며 파발처럼 말을 전달하고, 그에 대한 답변을 다시 되돌아가 전달하고, 그게 말이 되냐고 하면 그걸 또다시 되돌아가 전달하고, 그럼 어쩌느냐는 대답도 또다시 되돌아가 전달했다.
중간 동네북인 그는, 자신의 처지도 처량하지만 인사팀과 기술팀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기술팀은 왜 저렇게 자꾸만 입장을 바꾸는 걸까. 실제 사업을 진행하다 보면 현업에서는 필연적으로 저렇게 자꾸만 특이사항이 발생하는 것인가?
인사팀도, 왜 현업을 알려 하지 않고 그저 메뉴얼과 서류만 요구하는가. 더 철저히 관리하고 싶다면, 관리의 프로세스나 시스템을 개선해야 하는 것 아닌가?
결국 위와 같은 상황이 쌓이고 쌓이다, 끝끝내 최종 결정권을 쥔 인사팀에서 급여를 주지 않겠노라고 방아쇠를 당겨버린 것이다. 인사팀의 폭탄 발언으로 인해 뒤집어진 것은 사업지원팀 뿐이었다.
S 팀장 : 야 급여가 왜 안 나간다는거야? 회사원이 급여 못 받으면 그만한 게 없어요
U 과장 : 아 저희 기술팀이랑 고객사 프로젝트 계약이 계속 밀려왔는데, 이번에 관련 서류들이 너무 늦게 전달되서 급여를 못 주겠다는 입장입니다
S 팀장 : 야 그게 말이 돼? 그러면 빨리 상황을 알리고, 양쪽에 커뮤니케이션을 했어야 할 거 아냐.
그 : (지겨우리만치 그렇게 해왔다) ...
S 팀장 : 빨리 인사팀 연락해서 상황 설명하고, 급여 나갈 수 있게끔 해
U 과장 : 알겠습니다
사업지원팀은 이렇게까지 사단이 났는데, 당사자인 인사팀과 기술팀은 태평하기 그지없어 보인다. 그리고 들려오는 여러 이야기들을 종합했을 때, 사업지원팀이 이렇게 용을 써가며 수습하려는 이유도 불명확하다. '직원이 급여를 받지 못할지도 모른다' 라는 이유보다, '급여를 못 받게 되면 해당 직원이 소송을 할 수도 있고, 그렇게 되면 높으신 분께서 노하신다' 는 것이 주된 이유인 것처럼 보였다.
S 팀장 : 이거 급여 못 받게 되면, 노동청에 신고 들어갈 수도 있어. 그렇게 되면 일이 커져.
그 : (?)
S 팀장 : 높으신 분께서, 이런 법적인 분쟁 엮이는 거나 기사 나는 거를 아주 싫어하신단 말야. 그러니까 지금 이게 단순한 문제가 아냐.
그 ...
어찌저찌하여 결국 난리가 해소된다. 사업지원팀의 갖은 노력 끝에, 돌처럼 굳건하던 인사팀은 너그러이 말씀을 거두고 해당 현장직의 급여를 지급한다. 나중에 알고 보니, 인사팀의 너그러운 용서는 그냥 하늘에서 떨어진 것이 아니었다. 사업지원팀 U 과장이 사유서를 작성하여 제출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한다.
U 과장 : 내가 이걸 왜 사유서를 써야 하는 건지 모르겠다.
그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