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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얀 얼굴 학생 Jun 18. 2021

2020. 09. XX.

지하 주차장

2020년 9월 초에 꾼 꿈이다.



 나는 한 상가의 주차장으로 차를 끌고 들어간다. 내부는 전형적인 주차장의 느낌인데, 얼핏 얼핏 밖으로 하늘이 보인다. 내가 몰고 있는 차는 조금 특이하다. 어렸을 때 가지고 놀던 미니카를 실제 차량 크기로 확대한 듯한 모습인데, 껍데기가 없다. 즉 차량 덮개는 없고 차량 아래 본판과 동력부만이 존재하는 모습이다. 차량이라기보다는 유원지에서나 보일 법한 4륜 구동기에 가깝다.


 4륜 구동기를 몰고 주차장에서 자리를 찾는다. 자리가 없어서 더욱 깊숙이 내려간다. 가장 바닥 층에서 바로 한 층 위, 자리를 하나 발견한다. 그렇지만 자리가 좁고, 주차하기 힘들어 보인다. 밑바닥 층에 가서 확인해보고 자리가 없으면 다시 올라오겠다 생각하고 내려간다.

 가장 바닥층이다. 여기도 자리가 없다. 올라가려 하는데 올라가는 길이 끊어져 있다. 내려오는 길과 올라가는 길이 분리되어 있어 밑바닥 층에 갇힌 꼴이 되었다. 조금 당황한다. 하지만 이내 주변을 돌아보니, 위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보인다.(지하주차장은 중정 형식으로 천장이 트여 있어서 모든 층을 올려다볼 수 있다)

 이 계단은 철제 난간, 나무로 된 층계참 외에는 모두 뚫려 있다. 커다란 나무 판때기를 벽에 박고, 거기에 난간을 설치한 것뿐이라 아래에서도 계단을 투과해서 볼 수 있다. 마침 저기 위에서 8명 정도의 무리가 계단으로 내려오고 있다. 두 가족이거나 한 가족인 것 같다. 가로로 길게 늘어서서 내려온다. 이 계단은 폭이 상당히 넓다.



나는 그 순간 기막힌 생각을 떠올린다. 내 차를 들고서 이 계단으로 올라가면 되겠구나!



 내가 탄 4륜 구동기는 껍데기가 없고 크기도 작아, 비교적 가벼워 보인다. 껍데기가 없어서 잡기에도 용이하다. 계단 앞까지 간 후, 나는 차를 세운 뒤 들어 올린다. 세로보다는 가로가 더 잡기 편해서 차를 세운 뒤 팔을 뻗어 차량 본판의 양 옆을 잡아 들어 올린다. 들어 올리는 순간, 생각보다 굉장히 무겁다. 얼마 전 데드리프트를 했었는데, 그 무게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무겁다. "어이쿠" 하는 소리가 절로 나온다. 하지만 못 들 정도는 아니다. 차를 들고, 힘을 최대한 쓰는 상태로 계단을 오르기 시작한다. 전진하는 내가 대견하다. 그러나 오래가지는 못한다. 열 계단 정도 오른 뒤 잠시 쉬어야겠다고 생각하고 차체를 조심스럽게 내려놓는다. 내려오던 무리는 나를 보며 고생하라고 말하며 옆으로 지나쳐 내려간다.

 저 사람들은 맨 아래층에 차를 주차해뒀을까? 어떻게 차를 끌고 올라가려는 거지? 의문이 생기려다가 만다. 다시 차를 들고 계단을 오르기 시작한다.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런데 그때, 차량 본판의 위쪽 철판이 종잇장처럼 구겨지기 시작한다. 나는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한다. 더 심하게 구겨지기 전에 차량을 내려놓고 원래 상태로 눕힌다. 구겨진 철판을 손과 발로 어떻게든 펴 본다. 나의 손짓 발짓이 조금은 효과가 있는 것 같다. 어느 정도 펴진 다음 다시 들고 옮겨야겠다고 생각한다. 또다시 구겨질지 모르니 한 번에 많이 이동할 수는 없겠다고 생각한다.


앞을 보니 계단은 아직 한참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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