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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얀 얼굴 학생 Jun 18. 2021

2020. 06. XX.

붉은 갑옷의 문지기

2020년 6월 중순에 꾼 꿈이다.



 판타지 MMORPG 게임 같은 세계다. 두 용사가 모험을 떠난다. 한 명은 마녀, 다른 한 명은 나무와 합체한 드워프 같은 모습이다. 날씨는 화창하고 하늘은 푸르다. 두 용사는 검은 돌을 가공한 벽돌로 쌓은 커다란 성으로 향한다. 용사들은 성에 가까워진다. 성벽 너머 하늘엔 거대하고 붉은, 십자가 모양의 형상이 떠 있다.


 성문에 병사가 없어 검문 없이 통과하려는 그때, 옆에서 붉은 갑옷을 입은 병사가 나타나 두 용사를 멈춰 세운다. 붉은 갑옷 내에서 나오는 목소리는 낮고 차분하다. 갑옷의 모양새와 풍기는 분위기로 보아 일개 병사는 아니다. 이상한 점은 이 붉은 갑옷의 문지기는 방패나 창 따위의 무기를 전혀 들지 않았고, 단순히 갑옷만 착용했다는 것이다. 갑옷 속이 전혀 보이지 않아서 안에 사람이 있는 것인지 단순히 갑옷이 움직이는 것인지 알 수 없다. 붉은 갑옷은 두 용사에게 지나갈 수 없다고 말한다.


 두 용사는 경험이 없는 풋내기다. 마녀가 격앙된 톤으로 소리치며 지나가려 하자 붉은 갑옷은 마지막 경고를 한 후, 갑자기 성벽에 기대어 앉는다. 마녀는 걸음을 멈추지 않는다. 그때 붉은 갑옷이 앉은 상태에서 앞으로 나아가려는 듯 상체를 앞으로 훅 움직인다. 특별한 변화는 없다. 문지기는 제자리에서 상체만 앞으로 숙였다가 다시 정자세로 돌아간다. 그런데 그때 마녀의 몸이 반으로 갈라진다. 드워프는 소스라치게 놀란다. 하늘을 보니, 성벽 너머 하늘에 떠 있던 거대한 붉은 십자가 형상이 용사들 뒤편 하늘로 옮겨와 있다.


 붉은 갑옷은 더 이상의 자비는 없을 것이라고 한다. 그때 붉은 십자가 형상이 붉은 갑옷 위로 움직인다. 용사는 깨달았다. 붉은 갑옷의 검과 방패는 하늘에 떠 있는 거대한 십자가 형상이었다는 것을. 붉은 갑옷은 용사들이 계약의 구슬조차 가져오지 않았다며 실망이라고 말한다.


 아마 붉은 갑옷은 하늘의 거대한 형상과 모종의 계약을 맺은 듯하다. 붉은 십자가 형상은 인류사에 존재했던 모든 기사들이 가졌던 힘과 전투의 집합체로 보인다. 어떠한 계약을 통해 현재는 눈 앞의 붉은 갑옷이 그 강대한 힘을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붉은 갑옷을 꺾기 위해서는, 계약을 무효화시키거나 약화시켜야 할 것이다. 붉은 갑옷이 언급한 계약의 구슬이라는 이름이 단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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