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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얀 얼굴 학생 Nov 25. 2021

2021. 11. XX.

2021년 11월에 꾼 꿈.



 입사 면접을 보러 가는 중이다. 꿈에서의 시야는 뿌옇기 때문에, 정확하진 않으나 아마 정장을 입은 것 같다. 해당 회사에서의 1차 면접은 이미 합격했고, 지금은 2차 면접을 보러 간다.


 회사에 도착해서 잠시 대기하다가 면접장으로 들어간다. 면접관과 면접자가 몇 명인지에 대한 사전 정보가 전혀 없고, 궁금할 겨를도 없고 궁금하지도 않다. 면접장에 들어가니 면접관 둘에 면접자가 둘이다. 2대 2 면접이다. 막상 자리에 앉으니 어색하게 느껴진다. 면접관이 더 많고 면접자는 혼자일 것으로 예상했나 보다.


 얼굴이 흐릿한 면접관이 자기소개를 해달라고 말한다. 자기소개를 한다. 많은 곳을 여행했고 호주에 워킹홀리데이를 다녀왔노라고 말한다. 머리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 무의식의 꿈속에서도, 몇 번이고 외웠던 자기소개는 막힘없이 술술 나온다.


 자기소개가 끝나고, 옆에 앉아있는 다른 지원자가 이어서 자기소개를 시작한다. 슬쩍 훑어보니, 키는 중간이고 비쩍 마른 체구에 안경을 썼다. 안경을 썼지만 순한 인상이 아니며, 목소리도 카랑카랑하다.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자기소개를 하던 지원자는, 경쟁심이 강한 모양이다. 여행을 다녀왔다더니, 갑자기 나의 자기소개를 깎아내리기 시작한다.


 "안녕하십니까! 저도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하지만 저는 옆의 OO 지원자 같은 여행은 하지 않았습니다! 저는 새를 좋아해서 새를 키웁니다! 제가 키우는 새를 풀어놓고, 그 새가 가는 곳을 따라가는 여행을 했습니다!"


 갑작스러운 공격에 머리가 멍해진다. 왜 굳이 가만있는 자신에게 시비를 거는지 이해할 수 없다. 화가 나진 않는다. 어쨌든 이 공격에 대응해야 한다. 어떻게 이야기해야 이 위기를 타개할 수 있을까 생각한다.


 하지만 생각을 할수록, 옆 지원자의 이야기에 매료된다. 새를 키워서, 그 새가 마음대로 날아가는 방향을 쫓아 여행을 했다니! 새라는 목표를 추구하는, 성취지향적이고 열정적인 여행이다. (꿈에서는 이성적인 사고가 마비되어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다)


 까만 플라스틱 의자에 앉아, 옆 지원자의 공격에 어떻게 대응할지 골똘히 고민하지만 뾰족한 수가 떠오르지 않는다. 새를 풀어놓고 쫓아가는 여행을 했다니, 내가 가진 경험으로는 도저히 이길 수 없다. 성마른 지원자는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계속해서 자기소개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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