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5 - 콘크리트 철거

Construction Fire

by 하얀 얼굴 학생

붕괴 범위의 착오가 있긴 했으나, 어쨌든 데이빗의 계획대로 지붕 골조 철거에 가속이 붙는다. 그와 데이빗이 생명의 위협을 느끼며 지붕 위에 엎드려있는 동안, 지붕 골조의 절반 이상이 말 그대로 폭삭 주저앉았다. 이후 그와 데이빗은 안전한 1층 땅에 서서, 폭삭 주저앉은 나무 골조들을 망치로 걸고 땅으로 끌어내린다.


무너져 내린 지붕을 철거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각목들을 쌓아두었다가 버린다. 지붕 골조들을 전부 철거하고 하늘이 뻥 뚫렸을 무렵, 부슬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부슬부슬 내리는 비이기에 그와 데이빗은 그냥 맞는다. 비를 맞고 있던 데이빗이 문득 불을 피우자고 한다.


그는 불을 피워본 경험이 없다. 그는 각종 건설현장에서 일하며 기술을 익힌 데이빗이, 불을 피우는 방법까지 터득했구나 생각한다. 데이빗은 쌓여있는 지붕 골조 더미에서 깨끗한 각목을 몇 개 가져온다. 두께도 얇은 것부터 두꺼운 것까지 다양하다. 그는 데이빗과 함께 주택 주변에 떨어져 있는 마른 잔가지, 나뭇잎 조금을 줍는다. 데이빗은 불을 피우기 위해 모아 온 땔감들을 쌓는다. 쌓는 순서가 있다. 맨 아래에는 마른 잔가지와 나뭇잎을 먼저 수북이 쌓는다. 그 위로 얇은 각목들을 서로 기대서 텐트처럼 만들고, 두꺼운 각목으로 점차 쌓아나가는 식이다. 잔가지와 나뭇잎이 내용물, 얇은 각목이 골조, 두꺼운 각목은 바깥 마감재인 셈이다. 데이빗은 각목들 안쪽으로 손을 집어넣어, 잔가지와 나뭇잎에 라이터로 불을 붙인다. 잔가지와 나뭇잎은 이내 불이 붙더니, 활활 타오르기 시작한다. 불이 각목들로 옮겨 붙으면서, 꽤 강하고 오래가는 불이 탄생한다.


부슬부슬 내리는 비와 흐릿한 먹구름 속에서 타오르는 모닥불은 운치가 있다. 부슬비는 불에 치명적인 영향을 주지 않는다. 그와 데이빗은 불 옆에서 멍하니 서 있다. 불을 보는 것이 신기하기도 하고, 각목에 불이 옮겨 붙고 나니 불이 제법 커져서 따뜻하다. 그는 이 불을 지핀 데이빗의 솜씨에 감탄한다. 그리 어려운 것은 아니지만, 항상 처음이 어렵다. 데이빗은 이런 것들을 어디서 배웠는지 신기할 따름이다. 데이빗은 너무나도 당연한 일을 한 것처럼 전혀 뽐내지 않는다. 뽐낼 필요조차 느끼지 못하는 듯하다. 그는 미래에 혹시 쓸 일이 있지 않을까, 데이빗의 불 피우는 과정을 하나하나 세심히 관찰해둔다.



지붕 골조 정리가 끝나간다. 그는 건물을 철거하면서, 생각지도 못한 일을 많이 했다. 또 어떤 일이 펼쳐질지 기대가 된다. 이번에도 철거 현장은 그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데이빗은, 콘크리트를 철거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철거 일을 하면서, 뒷마당 수영장으로 가는 계단을 수없이 오르내렸다. 깨진 벽돌들과 각재를 나를 때 수없이 오간 계단이다. 계단의 존재는 너무나도 당연해서 신경 쓰지도 않았다. 자연의 일부처럼, 계단은 항상 거기 있어온 듯했다. 알고 보니 이 계단은 콘크리트를 한 덩이로 굳혀서 만든 콘크리트 계단이다. 이 계단도 철거해야 한다. 그는 새로운 경험, 콘크리트를 철거할 생각에 신이 난다.


데이빗은 차에서, 새로운 공구를 가져온다. 어디서 많이 본 듯한 공구다. Jack Drill이다. 잭드릴은 총길이 1m가 넘고, 드릴날은 일자 드라이버를 몇 십배 확대한 두꺼운 정이다. 일반 드릴은 드릴이 회전하면서 못을 박거나 뺀다. 잭드릴은 다르다. 잭드릴은 드릴날이 회전하지 않고, 앞뒤로 피스톤 운동을 한다. 다만 그 피스톤 운동이 강력하다. 잭드릴의 피스톤 운동은 콘크리트를 깨버린다. 그는 잭드릴을 본 기억이 있다. 한국에서 길을 돌아다닐 때, 건설현장에서 포크레인에 연결되어 있던 공구다. 포크레인은 두꺼운 정을 달고 있었다. 두꺼운 정의 끝을 콘크리트 덩어리에 대고, 무언가 가동하면 '틱틱틱틱' 하면서 정이 안으로 조금씩 파고들다가 이내 콘크리트 덩어리를 쪼개버린다. 데이빗이 가져온 잭드릴은, 크기만 다룰 뿐 그가 보았던 포크레인의 잭드릴과 별반 다르지 않다.



잭드릴은 강한 파워를 내기 때문에, 반드시 전기선을 연결하고 양손으로 잡아야 한다. 데이빗은 전기선을 연결하고, 두 다리를 벌려 단단히 딛는다. 굵은 정을 계단 모서리에 조준한 뒤, 양손에 힘을 주고 방아쇠를 당기자 잭드릴이 앞뒤로 요동친다. 소리도 크고, 진동이 굉장히 강하다. 데이빗의 온몸이 잭드릴과 함께 진동한다. 약 10~20초 후, 잭드릴의 정이 콘크리트 속으로 파고들면서 콘크리트 계단 모서리가 떨어져 나간다. 그는 이 모습을 보며, 본인이 직접 하고 싶어 안달이 난다.


데이빗은 왠지 잭드릴을 쓰는 데에 거부감이 있는 듯하다. 데이빗은 순순히 그에게 잭드릴을 넘긴다. 그는 신이 나서 건네받는다. 처음 들어본 잭드릴은 상당히 묵직하다. 한 손으로 드는 것은 불가능하다. 오함마보다 훨씬 무겁다. 그래서 손잡이가 두 개인 것이리라. 그는 잭드릴을 두 손으로 들며, 박격포나 캐논을 얻은 듯 든든하다. 데이빗의 시범대로 콘크리트에 정을 갖다 대고, 온몸에 힘을 준 뒤 잭드릴의 방아쇠를 당긴다.



방아쇠를 당기자마자, 그의 온몸이 잭드릴과 함께 진동하기 시작한다. 진동이 너무 세서, 말조차 할 수 없다. 그의 의지와 전혀 상관없이 몸이 진동한다. 도저히 진동을 막을 수 없다. 사용자가 중심을 잡고 버티지 않으면, 콘크리트와 잭드릴 사이에서 생겨나는 반동에 이리저리 끌려가게 된다. 하지만 몸에 힘을 주고 중심을 잡아도, 잭드릴의 진동에 흔들리지 않을 수는 없다. 온몸이 잭드릴의 진동에 따라 흔들리는 와중에도 손잡이를 단단히 움켜쥐고, 체중을 실어 잭드릴을 콘크리트 쪽으로 밀고 있어야 한다. 잭드릴의 정 끝이 콘크리트를 파고 들어가기까지는 최소 5초 이상, 방아쇠를 당긴 상태에서 드릴을 밀어야 한다.


그는 데이빗이 잭드릴을 순순히 건네준 이유를 깨닫는다. 잭드릴은 노동 강도가 상당히 높다. 진동은 계속되고, 몸의 힘을 빼서는 안 되며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 잭드릴은 콘크리트를 조각낼 정도의 힘을 내는 기계이기 때문에, 까딱 잘못 튀면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잭드릴을 오래 사용할수록 집중력이 떨어지고, 특히 몸이 지친다. 손아귀의 힘이 점점 빠지고, 강한 힘으로 계속 진동하다 보니 팔과 다리는 물론 허리까지 저리다. 잭드릴의 가동을 멈춰도 팔이 덜덜 떨리는 느낌이다. 그는 잭드릴로 인해 온몸의 뼈가 흔들리는 느낌을 받는다. 이렇게 계속 진동하다가는, 골병이 들 것만 같다.


그는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르듯, 잭드릴 무서운 줄 모르고 덤볐다. 하지만 못하겠다고 그만두면, 옆에서 지켜보는 데이빗에게 체면이 서지 않는다. 그는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적어도 콘크리트 조각 하나는 떼어내고 그만두겠다고 생각한다. 이를 악물고 버틴 끝에, 간신히 콘크리트 조각 하나가 떨어져 나온다. 데이빗은 그에게, 아주 잘했다고 말한다. 그는 손과 온몸이 덜덜 떨리면서도 자랑스럽다.



이후 그와 데이빗은 번갈아가면서 잭드릴을 잡는다. 콘크리트 계단은 대여섯 단 밖에 안되지만, 너비가 넓고 콘크리트가 두껍다. 커다란 콘크리트 한 덩이다. 콘크리트가 너무 단단해서, 잭드릴의 정이 들어가다가 콘크리트에 끼어 멈춰버리기도 한다. 그럴 때는 잭드릴의 방향을 바꾸어가며 계속 눌러주어야 한다. 강한 콘크리트를 쪼개게 되면, 콘크리트 덩어리에 커다란 균열이 생긴다. 균열이 생기면 그 균열에 잭드릴을 꽂아 넣으면 되기 때문에 한결 수월하다. 하지만 균열을 만들기까지가 곤욕이다. 그와 데이빗은 골병이 들 것 같은 느낌이 오면 교체한다. 그는 잭드릴이 재밌으면서도 무섭다. 만일 이 잭드릴이 사람 몸을 향한다면, 끔찍한 일이 발생할 것이다. 절단과는 다르게, 뼈와 근육을 모조리 으스러뜨리는 치명적인 상처를 입힐 것이다. 물론 그렇게 되기까지 계속해서 사람 몸에 대고 잭드릴을 가동하는 일은 없겠지만, 그는 자신이 다루고 있는 공구의 유용성과 위험성을 동시에 깨닫는다.


커다란 콘크리트 계단을 잭드릴로 조각조각 쪼갠다. 그와 데이빗은 잭드릴로 인해 다른 때보다 휴식을 자주 취하며 작업한다. 쪼개진 콘크리트 덩어리들은 Wheel barrow에 실어서 쓰레기통으로 날라 쏟아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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