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8 - Frankston 바다, 도미노 피자
그가 투잡 생활을 하며 터를 잡은 곳은, 엄밀히 말하자면 멜버른이 아니라 Frankston(프랭스턴)이다. 멜버른에서 프랭스턴까지는 53km, 차로 40분 거리다. 그의 숙소는 멜버른과 프랭스턴 중간 지점이고, 철거 현장은 프랭스턴에 가깝다.
Frankston 사람들은 자신이 멜버른 사람이 아니라 프랭스턴 사람이라고 인식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는 언젠가 이야기하다가, 데이빗이 멜버른 사람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데이빗은 고개를 갸우뚱하며, 자신은 멜버른 사람이 아니라고 말한다. 그럼 어디 사람이냐고 물으니, 데이빗은 프랭스턴 사람이라고 답한다. 그는 자신이 멜버른에서 워킹홀리데이 중이라고 생각했으나, 엄밀히 따지면 프랭스턴에서 워킹홀리데이 중인 셈이다.
멜버른과 프랭스턴 모두 바다에 위치한 도시다. 멜버른은 바다가 도시 속으로 파고들어 페리가 있다. 프랭스턴은 바다가 내륙으로 파고들지 않았고, 인구도 적은 외곽이기 때문에 페리가 없으며 건물도 낮다. 그가 일하는 철판요리 레스토랑 뒤로 조금만 걸어가면 바다가 보인다. 그가 레스토랑 뒤 공용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내릴 때마다 바람이 세차게 분다. 그는 이유를 몰라 의아했는데, 바다를 보고선 이해가 됐다. 바다의 존재를 안 이후, 그는 웨이터일 전후로 바다를 보러 가곤 한다. 그는 개인적으로 프랭스턴 바다의 밤보다 낮을 선호한다. 이상하게 프랭스턴의 밤바다는 별이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바람이 정말 세다. 별도 보이지 않는 새까만 바다로부터 불어오는 강한 바람은 무섭기까지 하다. 그는 프랭스턴의 낮바다, 그중에서도 그가 웨이터 일을 시작하기 직전인 해질 무렵의 황금빛 노을로 물든 바다가 좋다.
프랭스턴과 멜버른은 커다랗고 평평한 만에 위치한다. 날씨가 좋은 날은, 프랭스턴의 바닷가에서 저 멀리 멜버른 도심이 보인다. 다양한 모양의 고층 빌딩들이 밀집되어 있다. 그는 지도를 보기 이전에도, 바다 저편 빌딩들을 보며 멜버른 도심일 것이라 생각했다. 커다란 빌딩과 건물들이 부러운 것은 아니다. 그는 프랭스턴의 여유로움과 탁 트인 하늘이 좋다. 다만 아득히 먼 거리에서 보는 고층 빌딩들의 모습은 신비롭다. 지평선 위로 조그맣게 삐져나온 것은 고층 빌딩들 뿐이어서, 더욱 눈길을 사로잡는다. 마침 해가 뉘엿뉘엿 저무는 시간이다. 멀리서 보는 고층 빌딩은 가까이서 볼 때와는 느낌이 많이 다르다. 황금빛 노을을 반사하는 조그만 네모 박스처럼 보인다.
그가 웨이터 일을 마치면 이미 해가 저문 밤이다. 그는 캠리를 운전해 숙소로 돌아간다. 퇴근길은 출근길과 다르다. 출근길은 일방통행 도로가 몇 군데 있어서, 퇴근 시에는 다른 도로로 운전한다. 그가 퇴근길을 따라 운전하다 보면, 그를 유혹하는 간판이 보인다. Domino Pizza다.
호주에도 도미노 피자가 있다. 한국의 도미노 피자와 똑같은, 파란색 주사위와 빨간색 주사위 간판이다. 이름도 회사도 같지만, 호주의 도미노 피자는 한국의 도미노 피자와는 정말 다르다. 한국의 도미노 피자는 가격이 비싼 프리미엄 브랜드 이미지가 강하다. 호주의 도미노 피자는 정반대다. 호주 도미노 피자의 이미지는, 한국으로 치면 피자 스쿨이라 생각하면 된다. 그도 처음에는 이를 알지 못해서, 비쌀 것이라 생각해 도미노 피자의 이름만 보고 아예 방문도 안 했다. 어느 날 퇴근길에 너무 배가 고파 어쩔 수 없이 도미노 피자를 들렀다가, 그는 가격을 보고 깜짝 놀란다. 도미노 피자인데, 대부분의 피자가 한 판에 5불(5,000원 미만)이다.
그는 너무나도 신이 나서, 두 판을 주문한다. 두 판 주문해도 10불이다. 호주의 도미노 피자는, 주문 시 이름을 말해야 한다. 주문한 피자가 준비되면, 스크린 화면에 이름이 뜬다. 자신의 이름이 뜨면 카운터에 가서 이름을 말한 뒤 받아가면 된다. 그는 처음에는 한국 이름을 그대로 말했으나, 직원이 못 알아듣는 일이 반복되자 그냥 이름을 알파벳 하나로 대체한다.
도미노 피자는 5불 치고는 맛과 크기가 괜찮다. 그의 양에는, 1판은 모자르고 2판은 조금 적고 3판은 조금 많다. 그는 주로 2판을 포장해서 캠리에서 먹는다. 배가 많이 고픈 날에는 3판을 시킨다. 그는 헝그리 잭스에 이어 두 번째 놀이터를 발견했다는 사실에 날아갈 듯 기쁘다. 계속된 방문에, 그는 5불짜리 메뉴는 모두 다 먹어본다. 치즈 크러스트 추가나, 더 큰 사이즈나, 프리미엄 피자도 있다. 프리미엄 피자의 경우 12.5불이다. 그는 5불짜리 피자만 시킨다. 피자를 먹을 때마다 뜨거워서인지 딱딱해서인지 입천장이 까지지만, 그는 피자가 마냥 좋다.
그가 방문하는 도미노 피자의 직원들은 모두 인도인이다. 그는 임금 체불 경험 때문에 인도인을 경계했으나, 이곳의 직원들은 해당 카페 고용주와는 관계가 없는 듯하다. 매일같이 도미노 피자를 먹으면서, 점차 그는 이곳에서 일하는 인도인 직원들에 대한 경계를 늦춘다. 카운터 너머로 직원들이 피자를 만드는 것이 보인다. 도우는 미리 준비되어 있고, 재료와 치즈만 솔솔 뿌려서 컨베이어 벨트 같은 그릴에 집어넣는다. 벨트가 그릴을 통과해 나오면 피자는 완성이다. 완성된 피자를 박스에 넣고 8등분한다. 커다란 반달형의 뭉툭한 칼인데, 직원들은 정확도보다 속도에 집중한다. 8등분이지만, 조각의 크기와 모양이 항상 제각각이다. 5불짜리 피자이니, 그는 너그럽게 이해한다.
확실하진 않지만, 그는 이때부터 조금씩 살이 찐 것으로 보인다. 일할 때를 제외하고는 캠리를 운전해서 거의 움직이지 않는다. 먹는 음식도 기름지다. 이 시기의 그가 저녁을 먹으면 십중팔구 아래 셋 중 하나다.
푸드코트 Big meal 2개 / 헝그리 잭스 커다란 햄버거 세트 / 도미노 피자 2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