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판요리 레스토랑의 주된 볼거리는 철판 요리사들이다. 그가 일하는 철판요리 레스토랑에는 세네 명의 철판 요리사가 일한다. 바쁠 때는 4명이 전부 출근하고, 평상시에는 두세 명이 출근한다. 고급 음식점이고, 인구가 많지 않은 Frankston에 위치해있기 때문에 레스토랑은 그리 바쁘지 않다. 보통 두세 명의 요리사가 출근해서, 테이블을 하나씩 맡아 요리한다. 먼저 요리를 끝마친 요리사가, 이어서 비어 있는 테이블에서 요리를 시작한다.
일식 철판요리 레스토랑이지만, 철판 요리사 중에도 일본인은 한 명도 없다. 요리사들은 모두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 동남아 계열로 피부가 까무잡잡하다. 철판요리 경력이 꽤 쌓였는지, 다들 칼질이 현란하고 철판 위에서 화려한 쇼를 벌인다.
그는 시중을 들기 위해 손님들 뒤에 계속 서 있으므로, 요리사들이 벌이는 철판요리 쇼를 매일매일 본다. 계속해서 보니, 일정한 패턴이 있다. 괄호 안의 내용은 그를 비롯한 웨이터가 해야 하는 일이다.
1. 어색함을 깨고 긴장감을 풀어주는 발랄한 인사와 함께 감자를 볶아서 준다. (전채요리 제공)
2. 손님들과 하하호호 이야기를 나누며, 각종 식재료를 볶아서 준다. (전채요리 치우고, 마실 것 주문)
3. 고기, 랍스타 등 메인 요리 시작. 칼과 조리용 포크를 손목 스냅으로 현란하게 돌리면서 조리 (뒤에서 대기)
4. 메인 요리가 익는 동안, 후추통을 휘휘 돌리고 모자를 이용해서 마술쇼 (뒤에서 대기)
5. 메인 요리가 익으면 철판 위에서 그대로 칼질, 손님들 접시에 담아 준다. (밥을 가져와서 제공)
6. 메인 요리가 다 익어갈 때 즈음부터 숙주와 시금치를 볶기 시작, 메인 요리와 함께 제공한다.
7. 1차로 철판을 닦아내고, 손님들이 메인 요리를 음미할 시간을 주고 식기를 대부분 정리한다.
8. 대망의 계란쇼 시작. 뒤집개로 계란을 깨뜨려서, 꽃이나 하트 등을 철판 위에 그린다. 손님들은 이를 보며 'Beautiful' 이라고 외침. 그림이 끝나고 나면, 계란을 전부 붓고 돌돌 말아서 계란말이를 만든다.
9. 이 계란말이를 조금씩 잘라내서, 요리사가 뒤집개로 던지면 손님들이 입으로 받아먹는다. 처음에는 하기 싫다고 하던 손님들도, 다른 이들이 하는 것을 보고 따라 한다. 잘 받아먹지 못하기 때문에 계란이 이리저리 날아간다. (미리 빗자루와 쓰레받기를 가져와, 떨어진 계란을 청소)
10. 계란말이의 30% 정도는 던져서 받아먹기로 소모하고, 나머지 70%는 마지막 쇼를 위해 남긴다.
11. 테이블의 손님들 중 가장 적극적인 이에게, 테이블 끝에서 허리를 숙이고 입을 벌리고 있으라고 한다. 손님의 입이 테이블 높이까지 낮아지면, 요리사는 뒤집개 두 개로 계란말이를 마구 잘라서 입으로 난사한다. 요리사가 컨디션이 좋은 날은 계란말이 파편들이 기관총처럼 손님 입속으로 들어간다.
12. 당연히 모두 다 입 안으로 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해당 손님의 얼굴은 물론 여기저기 계란말이 범벅이 되어버린다. (빗자루와 쓰레받기로 청소)
13. 계란 쇼를 끝낸 요리사는 퇴장한다. 손님들은 환호하며 보내준다.
14. 손님들은 여유롭게 식사한다. (식사가 끝나면 웨이터와 웨이트리스들이 입구까지 가서 문 열고 배웅)
위의 과정은 메뉴얼처럼 고정되어 있다. 그는 이러한 일련의 쇼를, 하루에 평균 2~4회 정도 본다. 식사가 한 번 시작되면 30분은 기본이고, 손님들의 식사 속도에 따라서 1시간 이상 걸릴 때도 있다. 예약이 많은 날은 같은 테이블을 여러 번 쓰기도 한다.
그가 보기에, 철판 요리사들도 서비스직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일반 음식점이라면 주방에서 요리만 하면 되는 기능직이겠으나, 이곳에서는 철판 요리사들도 손님을 웃게 하고 계속 볼거리를 제공해야 한다. 철판 요리사들이 주로 선보이는 묘기는 칼과 식기 돌리기 / 후추통 돌리기 / 모자를 이용해서 숨기기 / 뒤집개 위에서 계란 돌리기 / 계란을 잘 깨뜨려서, 흘러나오는 흰자로 그림 그리기다. 이 중 마지막 묘기인 흰자로 그림 그리기가 가장 힘들다. 계란을 던진 후, 뒤집개 모서리를 이용해 정확하게 무게중심을 맞춰 깨뜨려야 흰자가 알맞게 흘러나온다. 날이면 날마다 되는 것이 아니어서, 계란 깨뜨리기를 실패한 철판 요리사들은 하하하 웃음과 재치로 넘기면서 그림을 그리지 않고 바로 계란말이로 넘어간다.
철판 요리사들은 계속해서 손님들의 반응을 살피고, 웃음이 끊이지 않도록 실없는 농담도 한다. 하지만 영 반응이 시원치 않으면, 마이크를 틀고 노래를 하는 경우도 있다. 가끔씩 철판 요리사들은, 손님들의 반응이 너무 냉담해서 혼자서 분위기를 띄우려고 갖은 노력을 다하다가 목이 쉬어 버리곤 한다. 손님들 앞에서는 밝고 활발하게 이야기하고, 손님들이 없을 때는 쉰 목소리로 말을 아끼는 철판 요리사들의 모습은 조금 안쓰럽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