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판 요리사(2)

by 하얀 얼굴 학생

철판 요리사 중 가장 유쾌한 이가 있다. 인도네시아 출신으로, 키는 작지만 탄탄한 체구다. 이 철판 요리사는 그에게 몇 번 요리를 해 준 적이 있는데, 그가 남기지 않고 먹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란다. 사실 이 요리사는 무슬림이어서, 만들어 먹는 음식도 할랄 음식이다. 그는 해당 음식이 할랄인지 무엇인지 생각도 않고 먹어치웠다. 한식과 약간 흡사한데, 강낭콩과 간 고기를 주로 이용한 볶음과 국이다. 음식을 남김없이 먹는 그의 모습에 보람을 느꼈는지 이후 이 철판 요리사는, 마감 청소를 하며 요리를 할 때 꼭 그의 식사까지 챙겨준다. 는 너무나도 고마워서, 땡큐를 연발하며 바닥까지 싹싹 긁어먹고 설거지는 자신에게 달라고 한다.


그는 이 철판 요리사가 무슬림이라는 사실에 놀란다. 인도네시아에도 무슬림이 존재한다. 이 철판 요리사는, 일을 시작하기 전인 저녁 6시 즈음 홀로 직원 휴게실에 들어가 기도를 한다. 그는 처음에는 이를 전혀 인식하지 못해서, 옷을 갈아입으려 들어가려고 했다. 이를 보자 웨이트리스가 그를 말리며, 철판 요리사가 기도를 하는 중이라고 말한다. 놀랍고도 신기하다. 그는 무슬림을 실제로 보는 것이 처음이라 기도하는 광경을 한 번 보고 싶지만, 예의가 아닌 것 같아 포기한다. 철판 요리사는 항상 5~10분 정도 기도한 뒤에 나온다.



인도네시안 철판 요리사는, 가장 유쾌하고 일을 가장 잘하는 편에 속한다. 그는 철판 요리사들의 쇼 중에서, 인도네시안 철판 요리사의 쇼가 가장 재밌다. 손님들에게서 억지가 아닌 진짜 웃음을 유발해낸다. 이 철판 요리사는 큰 소리를 내지 않기 때문에 목이 쉬는 일도 거의 없다.


인도네시안 철판 요리사는 꽤 지능적인 패턴을 가지고 있다. 눈치가 빠르고 상황 판단이 우수해서, 처음부터 손님들 중 타겟을 제대로 잡으면서도 기분 나쁘지 않게 웃음을 유도한다. 테이블에 있는 손님들 중, 소심한 듯하면서도 착한 손님을 한 명 고른다. 여성인 경우가 많다. 철판 요리사는 해당 여성에게 관심이 있는 컨셉을 잡고, 여성에게 장난스럽게 구애하듯 한다. 시티에서 본 적이 있다던지, 본인에 대한 관심을 일부러 억누르지 말라는 식의 전형적인 작업 멘트다. 물론, 분위기가 너무 진지하게 가지 않도록 이따금씩 철판 요리사 본인이 게이라는 농담도 한다.(그가 보기에, 절대로 게이는 아니다) 몇 번 웃음이 터지고 나면, 긴장과 경계가 풀리면서 손님들에게서도 여러 농담이 나오기 시작한다.


인도네시안 철판 요리사는, 가장 어려운 계란 깨기 성공률이 매우 높은 요리사다. 주로 계란 지단으로 하트를 만들어, 시작부터 점찍은 손님에게 선보인다. 손님들의 반응은 매우 좋다. 얇은 계란 지단 밑에 뒤집개를 살짝 끼워놓고, 자신의 손을 잡아보라고 한다. 손님이 손을 잡으면, 다른 손으로 뒤집개를 건드려서 계란 지단이 꿈틀거리게 만든다. 계란 하트가 들썩인다. 그의 심장이 쿵쾅쿵쾅 뛴다는 개그다. 이를 보여주면, 손님들은 뒤집어진다.



장난이긴 하지만, 인도네시안 철판 요리사가 구사하는 유머 중에는 성적인 요소가 상당히 많이 포함되어 있다. 대표적인 사례를 꼽자면

1. 계란말이를 일부러 뭉텅 잘라서 던지려고 하면, 손님들은 대부분 너무 크다고 'Too Big!'이라고 한다. 그러면 요리사는 음흉하게 웃으면서 'I'll be gentle' (살살 할게) 라고 말한다.

2. 철벽을 치는 여자 손님이 있으면, 요리사는 포기하듯이 "Yes we are brother and sister" (그래 우린 그냥 형제자매야)라고 한다. 여자 손님은 그 정도는 봐주겠다는 식으로 말한다. 그러면 요리사는 "Brother and Sister In Tasmania!" (타즈매니아 형제자매야! - 타즈매니아에서는 근친을 한다는 오해를 이용한 유머) 라고 외치고 손님들은 뒤집어진다.


물론 이런 성적 농담은 미성년자 손님에게는 해당되지 않는다. 하지만 그가 보기에, 가족 단위 손님들이 있는 테이블에서도 상당히 수위가 센 성적 농담들이 오간다. 손님들도 이를 전혀 어색하게 여기지 않는다. 그는 이를 보며, 확실히 성에 대해서는 호주가 한국보다 개방적이구나 생각한다.



그와 친해지자, 철판 요리사는 마감을 하면서 그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한다. 한 번은 그들이 일하고 있는 레스토랑에 대해 이야기한다. 요리사는, 이 레스토랑의 사장이 고용주들이긴 하지만 그들은 식당 경영을 잘 모른다고 이야기한다. 철판 요리사의 말에 따르면, 고용주들이 이 식당을 시작한 이유는 식당을 제대로 운영하려는 생각보다는, 철판 요리를 자주 싸게 먹으려는 동기가 더 강했다고 한다. 어차피 철판 요리를 좋아해서 많이 먹으니, 아예 본인들이 철판 요리 레스토랑을 운영하면서 돈도 벌고 즐기기도 하겠다는 의도였다고 한다. 인도네시안 철판 요리사는 고용주들의 이런 생각을 간파해서 식당 창업을 제안했고, 자본과 사장 명함은 고용주들이 가져갔으나 실제로 레스토랑 경영과 관련된 전반적인 일들은 본인이 담당하고 있다고 말한다.


철판 요리사의 말이 100% 맞는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어느 정도 해소되는 의문들이 있다. 너무 쉽게 일자리를 얻었고, 고용주들은 계산과 돈만 관여할 뿐 다른 부분에 대해서는 거의 무지한 듯하다. 오히려 요리사들이 자신들의 식당인 듯 공들여서 청소하고 운영하고 있다. 또한, 고용주들은 레스토랑에서 항상 철판 요리를 먹는다. 그가 출근하면, 고용주들은 항상 테이블 하나를 차지하고 철판요리를 먹고 있다. 레스토랑이 마감할 때 즈음에는 와인을 꺼내서 마시기도 하며 즐거워 보인다. 일반적인 식당 주인이라면, 재료값을 하나하나 아껴가면서 약간 날카로운 것이 정상이다. 그가 고용주들의 모습에서 느낀 괴리감과 의문이 조금 해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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