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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얀 얼굴 학생 Jan 02. 2022

0번째 기업, 0번째 면접

2 - 지하철, 면접 대기

 면접날이 되어, 서류를 합격한 화학 회사로 향한다. 회사는 지하철 1호선 라인에 위치해 있다. 그는 대학교를 통학하며 아침 출근 시간대의 지하철을 경험해봤다. 그래서 아예 일찍, 혹은 아예 늦게 수업을 잡고 출근 시간대를 피하곤 했다. 하지만 면접 시간은 대학교 수업 시간처럼 마음대로 조정할 수가 없다. 면접 시간은 오전 9시, 어쩔 수 없이 출근 시간대의 지하철을 탄다.


 오전 출근 시간대의 1호선을 처음 맛본 그는, 지옥과도 같다고 생각한다. 1호선으로 환승하는 때부터, 자리에 앉는 것은 고사하고 서 있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가 1호선으로 환승한 이후, 연이은 역에서 사람들이 계속해서 탑승한다. 이미 열차 안은 사람들이 가득하지만, 새로이 타는 승객들은 아랑곳하지 않는다. 새로운 승객들은 미식축구하듯 몸을 들이받아 내부로 진입한다. 열차 안의 인구 밀도가 높아지고, 사람들은 끼이다 못해 압축된다. 여름 방학을 앞둔 여름, 그가 새로 사서 처음 입은 양복은 구겨지고 셔츠는 땀으로 젖는다.


 30분 정도 지나서 1호선 지하철을 내린다. 고작 30분이었지만 그는 기진맥진한 상태다. 만일 이 회사에 붙는다면, 매일같이 이런 출근길을 지나다녀야 한다는 것일까. 면접에 붙지도 않았건만 그는 벌써부터 출근길이 지긋지긋하다.



 회사는 지하철역에서 조금 걸어야 하는 위치다. 걷는 동안에도 날씨가 덥지만, 옴짝달싹 할 수 없이 끼여서 타 있던 지하철보다는 훨씬 낫다. 목적지에는 깔끔한 빌딩이 서 있다. 쭈뼛거리며,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건물 입구를 찾는 그를 경비원이 부른다. 경비원은 그에게 면접을 보러 왔느냐고 물은 뒤, 종이를 내밀며 사인을 하라고 말한다. 그는 사인을 하고 임시 출입증을 건네받는다.


 경비원의 안내, 여기저기 붙어 있는 화살표와 면접장 안내 종이를 따라간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8층으로 올라가니 비로소 인사 담당자가 그를 맞이한다. 이름을 확인하고, 담당자는 그를 면접 대기실로 안내한다. 그는 이 모든 것이 처음이라, 그저 쓰여 있는 글자와 안내를 따라간다. 생소함과 설렘이 긴장보다 커서, 떨린다기보다 싱숭생숭하다.



 면접 대기실에는 이미 여러 인원들이 도착해 있다. 그를 제외하고 약 대여섯 명, 모두 남성이며 정장을 빼입었다. 키도 외모도 훤칠한 남성들이 하나같이 정장을 빼입은 모습을 보며, 그는 이들 모두가 엘리트 같다고 생각한다. 면접자들은 긴장 때문인지 별로 말이 없지만, 말을 걸어주길 은근히 바라는 것 같다. 어느 한 명이 긴장된다는 식으로 말하면, 반드시 다른 몇몇이 동의하는 대답을 하고 짧은 대화가 오간다. 긴장한 면접자들은, 자대에 처음 배치받은 이등병처럼 딱딱하고 경직된 모습이다. 그래서인지 다들 순하고 착해 보인다.


 그는 면접 대기실에 있는 인원들의 대화를 듣고, 가끔 묻기도 한다. 오가는 이야기를 들어보니, 그를 제외한 면접자들은 모두 화학공학과 학생들이다. 면접 대기실에 있는 인원 중 오직 그 혼자만 경영학과다. 그는 이 사실을 인식한 순간, 자신이 다른 지원자들보다 우위에 있음을 직감한다. 채용하는 직무는 국내 영업 인턴이다. 화학 회사이니 화학공학과 학생들을 뽑는 것이 당연하다. 경영학도인 그가 서류를 합격한 이유는, 화학공학과 학생들만 뽑으면 회사의 인재풀과 색깔이 너무 단조롭고 획일화될 테니 변화를 주고자 하는 측면일 터다. 안 그래도 싱숭생숭하고 설레던 그는, 유일한 경영학과란 사실에 왠지 뿌듯하고 자신만만해진다.



 인사 담당자가 면접 대기실로 찾아와, 한 사람의 이름을 부른다. 대기실 인원 중 한 명이 불려 나간다. 면접은 면접관 여럿에 면접자 혼자 들어간다고 한다. 다 함께 면접을 볼 줄 알았는데, 그의 생전 첫 면접이 다대일 면접이다. 하지만 그는 유일한 경영학도라는 뿌듯함과, 근거 없는 자신감이 가득 차 있다. 인턴 면접은 별 것 아닐 것이다. 취미, 아르바이트 경험, 군대 이야기, 부모님 이야기 같은 쉬운 것만 물어보리라.


 불려나갔던 인원은 약 15분 뒤 대기실로 돌아온다. 긴장이 풀려서 후련하면서도 얼떨떨한 표정이다. 인사 담당자는 또다른 한 명의 인원을 데리고 나간다. 대기실에서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던 대기 인원들이, 이미 면접을 끝내고 온 인원에게 이것저것 묻는다.


 면접을 끝내고 온 인원은, 면접이 어려웠다고 말한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세 명의 면접관이 앉아 있고, 면접자는 일어선 상태로 인사를 한다. 인사 후 자리에 앉으면 면접이 시작된다. 그런데 면접관 셋 중, 가운데 앉은 면접관이 무섭게 생겼고 질문도 날카로웠다고 한다.



 첫 번째로 면접을 끝내고 온 인원은, 짐을 챙기며 짧은 후기만 남기고 떠난다. 자신은 망한 것 같으니, 면접 잘 보시라고 말하곤 대기실을 나간다. 그를 포함해서 남아 있는 대기자들은 말을 잃는다. 무거운 침묵 속에서 긴장과 걱정만 가중된다. 이윽고 두 번째로 불려나갔던 인원도 돌아온다. 두 번째 인원의 후기도 같다. 생김새도 질문도 무서운 가운데 면접관을 조심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자신은 가운데 면접관의 압박 때문에 너무 떨려서 답변을 제대로 못했다고 말하곤 짐을 챙겨 나간다.


 그는 면접이 처음이기 때문에, 자신을 짓누르는 것이 긴장인지 설렘인지 구분하지 못한다.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르듯, 다가올 일을 별 생각 없이 해맑게 기다리고 있다. 인사 담당자가 들어오더니, 그의 이름을 부른다. 그는 인사 담당자의 뒤를 따라 면접장으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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