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번째 기업 영업기획 최종면접, 총 소요시간 약 16분
면접자 : 그를 포함해서 총 3명, 모두 남자
그는 1번 면접자로, 모든 질문에 처음으로 대답한다.
항공사에서 일한 경험이 있다는, 조금 마른 면접자 2
해외 경험이 있는 것으로 보이는, 동글동글한 면접자 3
면접관 : 카메라가 커다란 회의실 전체를 비추고 있어, 면접관 하나하나가 자세히 보이진 않음.
커다란 테이블 상석의, 딱 봐도 회장으로 보이는 면접관 1
우측 상단, 1차 면접에서도 면접관이었던 면접관 2 (그는 이 면접관이 인사과일 것이라 예상)
우측 하단, 특징 없는 면접관 3
좌측, 구릿빛 피부에 안경을 낀 40대 후반 면접관 4
면접은 정해진 시각이 되어도 시작되지 않는다. 5분은 더 흘렀을까. 긴장한 그의 눈앞에, Zoom 프로그램 화면이 갑자기 바뀌더니 커다란 회의실이 보인다. 1번째 기업의 회의실로 보이는 장소에, 4명의 면접관이 앉아 있다. 면접관 하나하나의 얼굴은 제대로 보이지 않으며, 회의실 카메라 화질이 썩 좋지 않아 픽셀이 약간 뭉개지는 느낌이 든다. 가장 상석에 회장, 좌우로 면접관들이 앉아 있다. 그의 노트북 Zoom에는 화면이 4개로 나뉘어져 있다. 면접관들의 회의실 화면, 그의 화면, 면접자 2의 화면, 면접자 3의 화면이다.
면접관 4 : 성격 장단점을 중심으로 자기소개 해보세요.
그 : 안녕하십니까, 1번째 기업 영업기획 직무에 지원한 '하얀 얼굴'입니다. 저는 2가지 강점을 토대로 저를 간략하게 소개하겠습니다.
첫 번째, 실행력입니다. 저는 호주 워킹홀리데이에서 3가지 목표를 달성했습니다. ...
두 번째, 친화력입니다. 저는 취미 생활인 공놀이를 통해 친화력을 길렀습니다. 공놀이를 하며 다양한 사람들과 팀을 이루며 친화력을 길렀다고 말씀드리겠습니다. ...
이상 두 가지 강점, 실행력과 친화력을 바탕으로 1번째 회사에 기여하고 싶은 지원자 '하얀 얼굴'입니다. 감사합니다.
자기소개의 경우, 그는 1차 면접 때 했던 자기소개를 그대로 가져다 썼다. 임원 면접이라고 해서 굳이 자기소개를 다르게 해야 할 필요를 느끼지 못했고, 그가 보았던 면접 유튜브에서도 자기소개를 1차 면접과 최종 면접에서 똑같이 해도 무방하다는 말을 들어서다.
그의 뒤를 이어 두 면접자도 자기소개를 한다. 한 면접자는 항공사에서 일한 경험을 중심으로, 다른 지원자는 특성 위주로 말한다. 그는 항공사 경험이 있는 면접자 2보다, 면접자 3의 말투나 분위기가 면접 준비를 더 많이 한 것 같다고 느낀다.
자기소개 이후, 이력서에 기술된 내용 중 개인의 특이 사항에 대한 질문이 이어진다.
면접관 4 : '하얀 얼굴'씨, 특이한 경험이 많다. 조리, 청소, 건설 현장 등 특이한 이력이 많은데, 왜 그런 것인가?
그 : 맞습니다. 저의 선천적인 특성과 취향이 조금 독특해서라고 생각합니다. 제 학과 친구들은 주로 금융권이나 이제 그런 쪽을 더 선호했는데, 저는 실제적으로 제가 무언가를 하는 기능적인 측면을 더 좋아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관련된 많은 아르바이트를 했었고, 그러한 관심을 토대로 주거환경, 그리고 실물경제에 대한 관심이 모두 통합되어 1번째 기업에 관심을 갖게 되어 정말..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긴장했는지 그는 약간 더듬고 말도 길게 늘어진다)
그의 답변이 끝나고, 면접관은 면접자 2에게도 비슷한 질문을 한다. 항공사에서 어떤 일을 했는지, 무엇을 느꼈는지에 대해 묻는다. 면접자 2는, 항공사에서 고객들을 상대로 티켓 업무를 담당했을 때의 상황을 위주로 답한다.
면접자 3에게는 해당 질문을 하지 않고 넘어간다.
면접관 4 : 영업기획 직무에 대해 자신이 아는대로 이야기해보세요. 그리고 영업기획 직무에 필요한 역량을 기르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도 말해보세요.(최종 면접 직전에야 직무가 바뀐 것을 알아차린 그는, 이 질문을 듣자마자 속으로 욕을 한다)
그 : 네. 1번째 기업 홈페이지에 있는 직무소개를 봤습니다. 영업기획 직무는, 국내영업 사원들의 영업활동에 대한 방향을 정해주는, 영업을 기획하는 업무라고 보았습니다. 나아가서는 국내외적으로도 중장기적 계획을 수립하는 직무이므로, 이를 위해서는 기업의 전반적인 상황을 모두 파악할 수 있어야 하고 다른 부서와 협업을 많이 한다고 보았습니다.
저는 영업기획 직무를 준비하기 위해서, 음... 면접을 준비하며 대리점을 방문한 경험이 있습니다. 대리점 3곳을 방문하여 팜플랫도 받고, 현재 어떤 상품이 가장 많이 나가는지 대리점 사장님과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처음에는 리서치에서 나온 것이 아니냐며 저를 경계하셨지만, 제가 지속적으로 상황을 말씀드려 영업기획 직무에 관련된 정보들을 조금은 모을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준비와 제가 말씀드린 열정, 그리고 그동안 목표를 이루었던 경험들을 바탕으로 영엽기획 직무에서 제가 일조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감사합니다.
면접자 2의 경우 직무에 대해서는 그와 별반 다르지 않게 이야기했으며, 필요한 역량은 소통이라고 답한다. 그는 면접자 2의 답변을 들으며, 항공사에서의 업무 경험을 소통력과 연결시키는구나 생각한다.
면접자 3은, 마지막 차례여서인지 직무 소개가 가장 적절하다. 1번째 기업 홈페이지에 나온 비유 그대로, 영업기획 직무는 '나무와 숲을 동시에 볼 수 있는 직무' 라고 그대로 답한다. 그는 면접자 3의 대답을 들으며, 저걸 말했어야 하는데 까먹었다며 후회한다. 면접자 3이 직무에서의 강점으로 무엇을 꼽았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는다.
면접관 4 : 조금 민감한 질문일 수 있는데, 지금 현재 취업 상황이 어떻게 되는지 궁금합니다. 그러니까, 우리 회사 말고 다른 회사는 어디를 지원했는지, 어디까지 진행됐는지, 우리 회사랑 같이 붙었을 때 어디를 갈 것인지, 그 이유는 무엇인지 말해주세요. (그는 속으로, 답이 뻔히 정해진 이런 질문을 굳이 왜 하는 것인지 의문스럽다)
그 : 저는 학창 시절 0번째 기업에 인턴을 지원했습니다. 또한 제조업체 다른 기업에도 인턴을 지원했으나 안타깝게 면접에서 떨어진 경험이 있습니다. 어... 이 두 제조업체와 1번째 회사 중 어디를 갈 것이냐고 물으신다면 저는 당연히 1번째 회사를 선택하겠습니다. 그 이유는 앞서 말씀드린 두 회사의 경우는 저의 진로가 확실하게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지원을 했던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번에 지원을 하면서 사업분석과 기업분석을 하며, 1번째 기업이 보여주었던 기업활동, 경영이념, 경영비전, 전략 모든 것이 일맥상통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 점을 바탕으로 저는 1번째 회사에 정말 강한 신뢰감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는 지금 다른 어느 회사를 붙더라도 1번째 회사를 선택할 것이라고 말씀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면접자 2는 특출나지 않은 답변을 한다.
면접자 3 : 저도 물론 다른 기업들을 지원했고, 그중에는 최종 합격한 기업도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지금 이렇게 면접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이것으로 답변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면접자 3의 이 답변이, 약간은 건방지다고 생각한다)
답변이 끝나고, 면접관들은 말이 없다. 그가 뭉개진 픽셀의 화면을 유심히 관찰해보니, 상석에 앉은 대표가 이만 끝내라고 고갯짓을 하는 듯 보인다. 그러자 면접관 4가 말한다.
면접관 4 : 이것으로 면접을 마치겠습니다. 다들 수고하셨습니다.
면접이 끝났다. 너무나도 빠르게 끝나버려서, 준비한 것이 허무할 정도다. 면접 시간은 대략 16분으로, 초반의 자기소개 1분씩을 제외하면 13분 남는다. 3명의 면접자를 인당 4분 내외로 평가한 셈이다. 화면 속 면접관은 4명이었지만, 면접관 4 혼자서만 질문했고 다른 면접관들은 숨소리도 미동도 없었다.
끝나서 후련하긴 하지만, 그는 뭔가 기분이 꺼림칙하다. 최종 면접이란 것이 원래 이렇게 허무한 것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가뜩이나 그는 첫 최종 면접인 데다, 예상치 못하게 직무까지 변경된 탓에 답변을 명료하게 하지 못했다. 문장이 늘어진다던지, 의미가 명확하지 않은 말들로 인해 답변이 쓸데없이 길게 늘어진 부분이 없지 않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다른 두 명의 지원자가 그에 비해, 면접에서는 그다지 특출나게 뛰어나다고 생각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는 1차 면접에서 암기 서커스 쇼를 벌이며 면접관들에게 어필을 해놓았다. 최종 면접이 이렇게 허무할 정도로 간단히 끝났다는 건, 1차 면접에서 합격자가 거의 정해졌을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리라. 그는 1차 면접에서 강한 인상을 남긴 자신을, 해외영업에서 영업기획으로 직무를 변경하면서까지 채용하고 싶어하는 것이리라고 생각한다.
면접이 끝나자마자, 단톡방에는 방금 전의 영업기획 3인이 나타난다. 서로가 서로에게, 너무 말을 잘하셨다느니, 다 같이 붙었으면 좋겠다느니 등 진심인지 거짓인지 모르겠는 말을 한다. 대화하다 보니, 영업기획 직무로 최종 면접을 보는 인원은 3명이 전부인 듯하다. 그렇다면, 3명 중 한 명은 반드시 뽑힌다는 것이 아닌가. 그는 속으로, 뽑힌다면 그가 뽑히거나 아니면 답변을 명료하게 한 면접자 3이 뽑힐 것이리라 생각한다. 하지만 면접자 3도, 마지막 질문에 대한 답이 명확지 않았다. 그는 자신이 붙기를, 1번째 회사에 이렇게까지 충성을 다하는 자신이 붙기를 희망한다. 붙여주기만 한다면, 정말 무슨 일이든 다 할 수 있으리라. 1번째 회사의 매출을 2배로 늘리라는 지시를 받아도 기꺼이 행복하게 달성하리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