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계속해서, 지치지도 않고 서류를 지원한다. 서류 합격률이 5%에 육박하는 그가 계속해서 면접을 볼 수 있었던 이유는, 이러한 우직하고 성실하고 무식한 서류 지원 덕이었다. 면접 준비를 하면서도, 그는 틈만 나면 서류를 작성해 지원한다. 초창기에는 면접 준비 요령이 없어, 면접 준비 자료를 만드는 시간이 오래 걸렸다. 1번째 기업의 경우, 그가 만족하는 면접 자료를 완성하기까지 대략 한 달의 기간이 소요됐었다. (1번째 기업의 경우 첫 면접이었던 데다, 직무와 산업군이 마음에 들어 그가 특히 각별히 준비했었다)
여러 차례 면접을 거치면서, 그도 약간의 노하우와 요령을 터득한다. 막막하고 길게만 느껴지던 면접 자료 준비 기간이, 점점 줄어들더니 어느덧 최대 일주일로 단축된다. 그가 정말 마음먹고 진득하게 앉아서 면접 준비를 할 경우, 자료(간이 재무제표 작성 / 면접 질문 수집 등) 준비를 2~3일 내로 끝낼 수 있을 정도가 되었다. 면접 준비 기간에서 절약한 시간들은, 당연히 더 많은 이력서를 작성하는 데 할애된다.
취업준비생이 기업에 지원하기 위해서는, 즉 이력서를 작성하기 위해서는 채용 공고가 나야 한다. 채용 공고가 나지 않더라도 혼자 기업을 분석하고 기획서 등을 작성해서, 기업에 다짜고짜 이메일을 보내고 합격 통보를 받은 경우도 있다고는 한다. 하지만 그런 경우는 극히 드물며, 실제 해당 후기를 작성하는 이들도 감격에 젖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아주 불가능하진 않겠지만, 그런 식으로 합격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 전제조건이 필요하다.
1 - 현업에 바쁜 현직자를 매료시킬 만한 엄청난 퀄리티의 제출물(이력서/포트폴리오/기획안 등)
2 - 해당 기업이 마침 채용을 고려하고 있었거나, 마침 인력 충원을 고려하던 중일 것 (운)
그는 딱 정해놓은, 반드시 여기를 가야겠다는 기업이 없다. 명확한 목표가 없는 셈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는, 하나의 기업을 위해서 일편단심 노력하지 않는다. 바쁜 현직자의 눈길을 사로잡을 만한 자료를 만들 능력도, 의지도 없는 셈이다. 또한 만일 그가 억지로 좋은 자료를 만든다 한들, 때마침 기업이 그러한 자신의 노력을 알아주고 없는 자리를 만들어서 채용해줄 지도 심히 의심스럽다. 취업준비생은 기본적으로, 불확실한 미래에 대해 근거가 없더라도 희망차고 낙관적인 시선을 유지해야 한다. 그래야 지쳐 떨어지지 않고 계속해서 이력서를 넣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자신이 언젠가는 취업에 성공할 것이라는 희망을 가지고 있지만, 딱 거기까지다. 채용 공고조차 나지 않은 기업이 그의 제출 서류들을 보고, 없는 공석을 만들어서 뽑아주리라는 기대는 하지 않는다.
그는 채용 공고가 올라온 기업들을 타겟으로 이력서를 넣는다. 그는 경영학도가 넣을 수 있는 대부분의 직무들을 가리지 않기 시작했으므로, 새로이 올라오는 거의 모든 공고에 지원할 수 있다. 어떠한 기업이든, 경영지원 직무는 소수라도 채용을 한다.
그가 채용 공고를 확인하는 가장 주된 플랫폼은 '자X설닷컴'이다. 대기업, 중견기업, 중소기업 등의 국내 기업은 물론 외국계 기업들의 공고도 올라오기 때문에, 그가 가장 애용하는 플랫폼이다. 자X설닷컴에 공고가 올라오는 기업들은, 90% 정도가 자사 채용 홈페이지를 구축한 기업들이다. 자X설닷컴에서 공고를 확인하고, 지원하고자 마음먹으면 공고의 지원 탭을 클릭한다. 클릭 즉시 새로운 인터넷 창이 뜨면서 해당 기업의 채용 홈페이지로 넘어간다. 공고는 자X설닷컴에서 확인하더라도, 이력서 작성과 지원은 해당 기업의 채용 홈페이지에서 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자X설닷컴 이외에도 그가 채용 공고를 확인하는 웹사이트가 있다. 바로 사람X, 잡코X아다. 자X설닷컴보다 훨씬 역사가 깊은 웹사이트들이지만, 웬일인지 신흥 플랫폼인 자X설닷컴에 약간 밀린 느낌이다. 이는 해당 웹사이트에 어떠한 기업이 공고를 올리느냐에서 기인한 듯 싶다. 사람X과 잡코X아에 공고를 올리는 기업들은, 자사 채용 홈페이지를 구축하지 않은 기업들인 경우가 많다. 사람X과 잡코X아의 경우 로그인을 하면, 해당 웹사이트에서 기본적으로 제공하는 이력서 양식이 있다. 이 이력서를 작성해서 아이디에 저장해두면, 클릭 한 방에 해당 이력서를 첨부해서 기업에 지원할 수 있다. 클릭 한 번이면 되니, 자X설닷컴의 자사 채용 홈페이지를 가진 기업들에 비하면 서류 지원이 아주 간편하다. 문제는, 서류 지원이 간편한 회사들이 과연 서류 지원이 복잡하고 오래 걸리는 회사들보다 좋은 회사인가다.
자사 채용 홈페이지를 구축하는 데는 분명 시간과 돈, 관리 인력 등 많은 자원이 소요될 것이다. 이러한 자사 채용 홈페이지를 구축해 놓은 기업들은, 중견 기업이나 대기업이 많다. 또한, 그만큼의 자원을 채용에 투자할 만큼 여력이 있거나, 그만큼 인력 채용에 신경을 쓰는 기업이라는 반증이 된다.
자사 채용 홈페이지를 구축하지 않은 기업 중에서도, 중견 기업과 대기업도 있을 것이고 다른 방식으로 채용에 신경을 쓰는 기업들도 분명 존재할 것이다. 그가 취준생으로서, 개인으로서 보았을 때 일반적인 느낌이 그렇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일반적인 느낌은 꽤 잘 들어맞는다.
자X설닷컴에도, 자사 채용 홈페이지를 구축하지 않은 기업들의 공고가 올라오곤 한다. 그러한 기업들의 채용 공고는, 지원하고자 탭을 누르면 십중팔구 사람X이나 잡코X아로 화면이 넘어간다. 이렇게 자사 채용 홈페이지가 구축되지 않은 기업들은, 사람X이나 잡코X아에서 지원한다. 그는 서류 난사를 결심한 시점부터, 사람X과 잡코X아에 로그인하여 표준 이력서를 만들어 두었다. 그는 수많은 기업들의 공고에 클릭 한 방으로 답한다. 그의 이력서는 클릭 즉시 복제되어, 채용 홈페이지를 구축하지 않은 수많은 기업에 뿌려진다.
기나긴 이력서 작성을 수없이 경험한 그로서는, 자사 채용 홈페이지를 갖추지 않은 기업들이 은근히 고맙다. 그에게 고생을 덜 시킨다는 느낌, 즉 품이 덜 들기 때문이다. 취업 기간 중 그가 지원한 기업들의 비중을 대략적으로 파악한다면, 자사 채용 홈페이지를 가진 기업이 절반 정도 / 자사 채용 홈페이지가 없어 사람X이나 잡코X아에서 클릭 한 번으로 지원한 기업이 절반 정도일 것이다.
원래 그는 채용 공고를 유심히 확인하고, 몇몇 최소 조건을 충족시켜야 서류 지원을 시작한다. 그런 그도 사람X이나 잡코X아에서 채용 공고를 볼 때는 최소 조건이 다소 너그러워진다. 어차피 시간이 별로 안 드니, 마음에 덜 드는 공고여도 일단 클릭 한 방에 지원해놓고 보는 것이다. 자X설닷컴과는 다른 의미로, 그는 사람X과 잡코X아를 애용한다.
그가 서류 합격을 통보받은 6번째 기업은 이런 식으로 클릭 한 번에 지원한, 자사 채용 홈페이지를 구축하지 않은 기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