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18번째 기업, 20번째 면접 (1차 면접)

by 하얀 얼굴 학생

출석 부르기가 끝난 뒤, 그는 같은 조로 편성된 면접자와 함께 두 번째 대기실에 접속한다. 이윽고 면접이 시작된다.



18번째 기업, 전략/기획 직무


면접자 : 총 2명, 모두 남자

그 : 1 지망 전략/기획, 2 지망 물류 지원

면접자 2 : 둥그런 얼굴에 파마머리. 1 지망 전략/기획, 2 지망 구매 지원


면접관 : 총 3명 (여자 1 / 남자 2)

좌측 : 30대 중후반, 긴 머리에 안경을 끼고 인상이 온화한 여자 면접관 1

중앙 : 30대 중반, 뚜렷한 이목구비와 훤칠한 인상, 머리에 노란 염색 빛이 도는 남자 면접관 2

우측 : 30대 중반, 비교적 크고 둥그런 체구와 얼굴, 검은 곱슬머리 남자 면접관 3


면접의 진행은 면접관 1이 주로 하되, 질문은 면접관 2가 더 많이 한다. 면접관 3은 발언이 별로 없는 편으로, 가만히 앉아 무언가를 계속 적고 있다.



면접관 일동 : 안녕하세요~

면접자 일동 : 안녕하십니까!

면접관 1 : 네, 반가워요. 우선 화면이랑 음향 테스트부터 해볼게요. 제 말 잘 들리시나요?

면접자 2 : 잘 들립니다!

그 : 네, 잘 들립니다. 잘 들리십니까? (자신의 적극성, 의사소통능력을 어필하고자 한다)

면접관 2 : 아 네, 잘 들립니다.


면접관 1 : 네, 오늘 이렇게 면접 참석해주셔서 감사해요. 대면 면접을 진행하려고 했는데, 중간에 변경이 되어 많이 아쉽네요. 하얀 얼굴 씨, 면접자 2 씨 맞으시죠?

면접자 일동 : 네!


면접관 1 : 네, 그럼 면접 시작하겠습니다. 하얀 얼굴 씨부터 자기소개해주시겠어요?

그 : 네, 안녕하십니까! 18번째 기업 전략기획에 지원한 지원자 하. 얀. 얼. 굴.입니다. 저는 2가지 강점을 통해 저를 간략하게 소개하겠습니다. 첫 번째, 강한 실천력입니다. 저는 호주 워킹... ... 두 번째, 친화력입니다. 저는 취미 생활인 공놀이를 통해... ... 이상 두 가지 강점, 강한 실천력과 친화력을 바탕으로 18번째 기업에 기여하고자 하는 지원자 하. 얀. 얼. 굴.입니다. 감사합니다.

면접관 1 : 네, 면접자 2 씨?

면접자 2 : 안녕하십니까! 끊임없는 도전으로 성과를 만드는 지원자, 면접자 2입니다! 저는 어릴 적부터 운동을 좋아했고, 꾸준히 운동하여 조정 대회에서 우승을 한 경험이 있습니다! ... (조정 대회 우승 경험을 어필하는 자기소개다)



면접관 2 : 네, 잘 들었습니다. 하얀 얼굴 씨, 자기소개서에 재무제표를 상세 분석하겠다고 적으셨어요. 재무제표를 보고 오셨을 거 같은데, 우리 회사의 사업 부문을 말해보세요.

그 : (계속해서 외우긴 했지만 당황하여) 아, 네. 18번째 기업의 사업부문은 크게 3가지로 나뉩니다. 단체급식, 식품유통, 외식업 이렇게 세 가지입니다. 단체급식의 경우는 기업, 병원, 기숙사 등을 비롯해서 해외에도 진출했으며 매출 비율은 국내 OO%, 해외 OO%입니다. 식품유통은 백화점 유통과 업체 유통으로 나뉘며, 매출 비율은 각각 OO%, OO%입니다. 외식업은... ...

면접관 2 : 음... 긴장하셨는지, 건강식 XXX(최근 18번째 기업이 밀고 있는 신규 B2C 브랜드)를 빼고 이야기한 것 같네요. 우리 회사 사업 부문 중 앞으로 성장할 사업부문, 그리고 앞으로 없어지거나 철수해야 할 사업부문은 각각 어디라고 생각하시나요?

그 : (당황했지만 우선 질문받은 것에 집중한다)아, 네. 아무래도, 말씀하신 건강식 XXX 부문이 앞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합니다. 전염병으로 인해 사람들이 덜 모이고, 건강과 맛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식품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18번째 기업에서 새롭게 출시한 XXX는 이러한 상황과 요구에 부합하기 때문에, 앞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없어지거나 철수해야 할 사업부문이라 하시면, 음, 조심스럽지만 한 가지를 고르라고 하시면 외식업이라 말씀드리겠습니다. 단체 급식 부문도 포화 상태이긴 하지만, 단체 급식은 캐시카우로 남게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외식업으로 답변드리겠습니다. 전염병으로 인해 사람들이 모이는 것을 꺼려하는 상황입니다. 현재 외식업 매출이 조금씩 줄고 있는 것도 이러한 상황을 반영한 것이라 생각됩니다. 또한 저는, 18번째 기업의 음식점이 입점한 백화점을 방문한 적이 있습니다. 당시 냉면과 갈비탕을 먹었는데, 가격이 각각 8600원과 9600원으로 비싼 편에 속했습니다. 비싼 음식을 밖에서 사 먹는 것보다, 앞으로는 건강과 맛을 모두 잡을 수 있는 XXX로 소비자들이 옮겨갈 것 같아 외식업을 철수할 부문이라고 말씀드리겠습니다.


면접관 2 : 면접자 2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면접자 2 : 네, 저는 하얀 얼굴 지원자와는 의견이 다릅니다. 하얀 얼굴 지원자는 외식업계에서 철수해야 한다고 했는데, 저는 외식업계에 더욱더 집중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18번째 기업에서 출시한 XXX 브랜드와 외식업계를 적절히 조화시킨다면~#$@@#$^@#%^ ... 그리고 철수해야 할 사업부문으로는, 단체급식을 고르겠습니다. 단체급식은 현재 포화 상태이며...~#$@#%@#$^


그는 면접자 2의 대답을 들으며, 굳이 가만있는 자신을 왜 건드리나 생각한다. 면접자 2는 조정 대회에서 우승자였던 만큼 경쟁심이 강한가 보다. 하지만 이어지는 답변은, 그다지 설득력이 있거나 논리적이지 않다. 그는, 면접자 2가 경쟁자를 낮추는 무모한 전략을 써가면서 어필을 하기 위해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한 것은 아닌가 생각한다.

더해서, 면접자 2는 단체급식 부문에서 철수해야 한다고 답변했다. 이 부분에 대해서, 그는 반박할 것이 너무나도 많았지만 그냥 참는다. 면접관들 앞에서 면접자들끼리 옥신각신 다퉈봐야 도토리 키재기 수준이 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면접관 1 : 하얀 얼굴 씨, 외식업계에서 철수해야 할 것 같다고 답변하셨어요. 철수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그 : 네, 저도 답변을 위해 외식업계를 말씀드렸지만, 가능하다면 철수하지 않고 계속 뻗어나갔으면 좋겠습니다.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18번째 기업 외식업체의 음식은 고가에 속합니다. 하지만 가격이 고가인데 비해, 소비자들에게 잘 알려져 있지는 않습니다. 소비자들에게 적극적으로 홍보를 하면서, 외식업체 하나하나의 이미지를 각인시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에 더해, 전염병 상황이 완화될 수도 있겠습니다만 언제가 될지를 알 수 없습니다. 계속해서 줄어드는 이용률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층의 고객들을 끌어들일 수 있어야 합니다. 부족한 생각이지만 말씀드리자면, 이를테면 반려 동물과 함께 이용할 수 있도록 매장을 리모델링한다는 등의 방식으로 고객을 더 끌어들이고 매출과 홍보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 말씀드리겠습니다.


면접관 1 : 본인이 기획 직무에 있어 다른 지원자들보다 나은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그 : 네, 저는 두 가지를 말씀드리겠습니다. 요식업 관련 다양한 경험, 그리고 재무제표에 대한 관심입니다. 자기소개서에 적어놓은 것처럼, 저는 호주에서도 한국에서도 주방에서 아르바이트를 많이 했습니다. 이러한 경험들이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또한, 재무제표에 대한 관심입니다. 아까 면접관께서 사업 부문 중 건강식 브랜드 XXX를 빼먹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제가 그렇게 답변을 드린 이유는, 재무제표의 사업 구분에는 그렇게 적혀 있었기 때문입니다. 재무제표에는 건강식 브랜드 XXX를 식품유통에 포함시켜놓았지만, 18번째 기업 홈페이지에서는 건강식 브랜드 XXX를 하나의 사업 부문으로 분류해놓은 것을 보았습니다. 저는 재무제표와 기업 홈페이지 중, 재무제표의 사업 구분으로 답변을 드렸던 것입니다. (이 부분에서 면접관 1이 고개를 끄덕인다) 저는 이런 식으로, 재무제표를 여러 번 읽으며 재무제표에 대한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외식업 관련 아르바이트, 재무제표에 대한 관심 이 두 가지가 다른 지원자들보다 더 낫다고 말씀드리겠습니다.

면접관 1 : 네, 면접자 2 씨?

면접자 2 : 저는 조정 대회를 우승을 통해 열정과 협업을 동시에 기른 경험이 있습니다. ...



면접관 2 : 하얀 얼굴 씨, 아까 답변에서 단체급식 부문이 캐시카우(더 이상의 성장성은 없되, 안정적으로 매출이 보장되는 구조)로 남을 것 같다고 했습니다. 철수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캐시카우로 남기 위한 전략은 어떤 것이 있겠나요?

그 : 네, 단체급식 부문은 이미 시장이 포화 상태여서, 캐시카우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캐시카우로 남기 위해선, 아니 철수하지 않기 위해서는 아무래도 시장 점유율을 높여야 합니다. 현재 국내에서의 점유율 경쟁이 치열하며, 18번째 기업과 경쟁사들이 해외로도 뻗어나가고 있다는 기사를 보았습니다. 꾸준한 R&D와 신메뉴 개발을 통해, 국내 시장에서는 유지를 목표로 하고, 해외 시장을 개척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면접관 1 : (무언가를 적는다)



면접관 1 : 하얀 얼굴 씨, 기획 직무를 하려면 아무래도 여러 사업 부문에 대해서 잘 알아야 할 텐데, 만약 본인이 입사하게 된다면 어느 부문에서부터 일을 하는 게 좋을 것 같나요?

그 : 음... 단체 급식 부문에서 일을 시작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호주 워킹홀리데이, 그리고 한국에서도 주방 아르바이트를 많이 해보았습니다. 많은 양의 음식을 제공하는 단체 급식과 약간 결이 다르긴 합니다만, 그래도 주방 아르바이트와 단체 급식이 겹쳐지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저는 군 전역 이후, 기숙 학원에서 단체 급식을 제공하는 주방 아르바이트 경험도 있습니다. 그래서, 시행착오를 줄이기 위해서는 다른 사업 부문보다 단체 급식 부문에서 일을 시작하는 것이 더 적응을 빨리 하고 배울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합니다.



면접관 2 : (갑작스럽게) 하얀 얼굴 씨, 본인이 가진 컴플렉스에 대해 말해보세요.

그 : 컴플렉스... 말씀이십니까?

면접관 2 : 네.

그 : 음... (그는 컴플렉스란 말이 잘 와닿지 않는다. 그냥 약점이라고 생각한다)

면접관 2 : 답변하기 껄끄러우시면, 답변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 : 아닙니다. 저는... 지금 이렇게 면접에서는 제가 무엇이라도 되는 것처럼 답변을 드리고 있습니다만, 실상은 아직 제대로 된 사회생활을 해보지 못했습니다. 아르바이트 경험은 많지만, 직장 생활을 해야 제대로 된 사회생활을 해보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나이가 꽤 많은데도, 아직 사회생활을 제대로 해 본 적은 없는, 새파란 애송이인 것입니다. 이 부분이... 저에게는 컴플렉스라고 말씀드리겠습니다.

면접관 2 : 알겠습니다.


그는 자신이 말을 내뱉어놓고도, 단어 선택이 너무 과격했던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그는 자신이 생각한 바를 여과없이 말한 것이지만, '새파란 애송이'라는 단어가 면접에서 쓰기 적합했던 것인가에 대해서는 의문이 남는다. 그는 살짝 후회하지만, 뱉은 말은 주워 담을 수 없다. 그의 진심이 닿았기를, 면접관 2는 표정 관리가 철저해서 그 속내를 알 수 없다.



면접관 2 : 네, 마지막으로, 자신을 나타낼 수 있는 단어 두 개, 그리고 왜 그런지 말해주세요.

그 : 저는 도전, 목표 두 가지 단어를 말씀드리겠습니다. 호주 워킹홀리데이 때도 그렇고, 저는 항상 무언가에 도전할 때 보람을 느꼈습니다. 도전은 두 번째 단어인 목표와도 연관이 됩니다. 목표를 세우고, 그 목표에 도전하는 과정, 그리고 그 목표를 이뤄가는 과정이 너무나도 즐거웠습니다. 흔히 인생을 행복하게 살라고들 말하는데, 저에게는 그 행복이 목표라고 생각합니다. 목표를 이뤄가는 과정은 힘들지만, 행복은 그 힘든 과정을 나중에 뒤돌아보았을 때 느끼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목표, 그리고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한 도전, 두 가지로 저를 말씀드리겠습니다.

면접자 2 : 네, 저도 도전, 그리고 협동이라고 말씀드리겠습니다. ...


면접관 1 : 네, 이상으로 면접을 마치겠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면접자 일동 : 감사합니다!





18번째 기업 1차 면접에서, 그는 경쟁자에 비해 면접관들의 관심을 더 많이 받았다. 면접자 2는 조정 대회 우승이라는 독특한 경험이 있긴 했지만, 이외의 대답들은 무난했으며 그의 기억에도 별다른 인상이 남아있지 않다.


면접관 1과 2는, 그에게서 무언가를 기대한 것인지 그를 시험코자 한 것인지 꼬리 질문을 많이 했다. 마지막의 컴플렉스에 대한 질문은, 면접관 2가 즉흥적으로 던진 질문으로 보인다. 면접관 2는 다른 지원자에게는 묻지 않고, 오직 그에게만 컴플렉스에 관한 질문을 했다. 그는 자신의 답변이 약간은 과격한 느낌이 있지만, 전반적인 면접 분위기나 문답을 돌이켜보았을 때 면접을 썩 괜찮게 봤다고 결론 내린다.


그의 생각이 아주 틀리진 않았는지, 18번째 기업은 그에게 1차 면접 합격 메일을 날린다. 도대체 이게 얼마만의 1차 면접 합격인가. 그는, 면접관들이 자신을 인정해준 것이라 생각한다. 자신을 새파란 애송이라고 솔직하게 답한 것도, 면접관 2는 좋게 봐주었나 보다. 남들 다 정장 입고 머리 세웠을 때, 검은 맨투맨만 입고 면접을 본 그다. 그런데도 1차 면접을 합격했다.


실무진 면접에서 벌써 어느 정도 최종합격이 정해진 것은 아닌가, 그의 망상병이 다시 도진다. 하지만 18번째 기업 최종 면접은 아직 시일이 꽤 남았다. 최종 면접 전에 넘어야할 관문이 하나 남았다. 바로 17번째 기업의 면접이다. 그는 17번째 기업 면접 준비를 시작한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18번째 기업 면접 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