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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얀 얼굴 학생 Aug 27. 2022

탈락

이번에 끝내려 했는데

 처음 시작은 19번째 기업이었다. 19번째 기업은 면접을 보고 일주일도 안 되어 불합격을 통보한다. 동시에 진행되고 있던 4개 기업 중 가장 규모가 크고, 미래도 창창하고, 인지도도 높은 기업이었다. 그는 4개 기업 중 19번째 기업이 가장 가고 싶었지만, 내심 자신이 붙을 수 있을까 의심하던 상태였고 역시나 떨어졌다. 그보다 더 잘난 인재가 많아서일 것이다. 그런데 그는 19번째 기업 면접만큼은 꽤 잘 봤다고 생각한다. 면접을 더더욱 잘 봤어야 하는 것인가? 그런데 면접을 어떻게 이보다 더 잘 봐야 하나? 아니면 면접으로는 뒤집을 수 없는 학벌과 스펙 차이가 있었던 것인가. 알 수 없다.


 19번째 기업을 시작으로, 17번째 기업과 20번째 기업이 연달아 불합격을 통보한다. 20번째 기업은 면접 준비가 부실했으므로 이미 예상하고 있었다. 17번째 기업으로부터의 불합격 통보는 그에게 꽤나 타격을 준다. 실무진 면접과 임원 면접을 하루 만에 모두 치렀으니, 실무진과 임원 중 한쪽의 전폭적 지지를 받아 합격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했던 그다. 한국 내 1위를 다투는 건설사에서 일할 기회도 그렇게 날아갔다.



 대망의 종지부를 찍은 것은 18번째 기업이다. 가장 마지막까지 면접을 진행했으므로 탈락 통보도 가장 늦게 날아왔다. 다른 기업들을 모두 떨어지면서, 그는 18번째 기업으로부터의 합격 통보가 더욱 절박해졌다. 그래도 최종 면접까지 올라갔는데, 면접도 아주 못 본 것 같지는 않은데, 붙을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병풍 면접인 것 같긴 한데, 그뿐만 아니라 다른 면접자들도 비슷하다. 원래 임원 면접은 임원들에게 인사만 시키는 자리인가 보다. 그렇다면, 1차 면접을 꽤 잘 봤으니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결과적으로 허튼 기대였다.


그는 그렇게, 17 / 18 / 19 / 20 네 기업 면접에서 모조리 탈락한다. 오장육부가 뒤틀리고, 머릿속이 뒤틀리다 못해 정신줄이 끊어진다. 그는 웃어버린다.

(그와 함께 18번째 기업 면접 스터디를 했던 3명 중 1명은 1차에서, 2명은 최종에서 탈락한다. 최종 면접 결과 발표가 나기 무섭게 스터디원들은 단톡방을 나가버린다. 그는 마지막까지 남아있다가 나간다)



 4개 기업을 모두 탈락하고 난 뒤 그는 허탈하고 공허하다. 무엇을 위한 면접 준비였나. 무엇을 위해 그렇게 날밤을 새워가며 준비했나. 뭘 어떻게 해야 합격할 수가 있나. 도대체 어떤 인간들이 기업 면접에 합격하는 것일까. 그는 자X설닷컴과 단톡방에서, 합격자들을 찾는 공허한 외침을 부르짖는다. 


00번째 기업 누가 합격하셨냐. 스펙이 뭐냐. 면접 때 질문은 뭘 받으셨냐. 면접 분위기는 어땠냐. 


 불합격자의 외침에는 아무도 관심이 없다. 합격자들은 그들끼리 낄낄거리며 승리에 도취해 있다. 아주 가끔 그의 질문에 답이 오더라도 뻔한 답변들이다. 어느 대학교(대부분 상위권), 교환학생, 공모전 수상, 학점은 몇, 토익과 오픽 점수는 몇, 어디 인턴, 질문은 얼마 안 받았다, 면접 분위기 평범했다, 떨어진 줄 알았는데 붙었다 등.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는 단톡방에서 퇴장한다. 



 연달아 있는 4개 기업 면접 준비에 몰두하기 위해, 그는 면접 준비 기간 동안 서류 지원 횟수를 줄였다. 4개 기업을 모조리 탈락하고 난 직후, 그에게 남아 있는 면접 기회는 단 하나도 없다. 4개 기업 탈락 확정 후 일주일 정도, 그의 서류 지원이 잠시 멈춘다. 채용 공고가 모여있는 웹사이트를 접속하긴 한다. 그가 넣을 수 있는 공고는 여전히 많다. 하지만 그는 의욕이 생기질 않는다. 의욕이 다시 생겨나기까지 일주일 정도의 시간이 걸린다.



 탈락 통보 폭탄을 받으면서도 웃긴 했으나, 그의 스트레스는 극에 달했다. 한국은 당연하고 전 세계가 알아주는, ㄱ그룹 계열사의 최종 면접까지 봤다. ㄱ그룹 계열사에서 일하는 자랑스러운 모습을 몇 번이고 상상했던 그다. 거의 다 됐었는데, 정말 문턱 직전까지 갔었는데. 한순간에 그는 다시 백수, 취준생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맘스터치를 가야겠다. 햄버거를 먹어야겠다.


 얼마 전까지는, 밝은 미래를 꿈꾸는 자신감 넘치는 젊은이가 미래를 자축하며 맘스터치 햄버거를 먹었다. 지금은, 앞날 따위 없는 처음 서류 지원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는 갑갑한 젊은이가 햄버거를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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