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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얀 얼굴 학생 Sep 11. 2022

24번째 기업, 29번째 면접

최종 면접, 지각

 수십 번의 면접을 경험한 그도, 24번째 기업에서의 면접 같은 경험은 처음이다. 면접 당시 그가 느낀 점은, 24번째 기업이 고이다 못해 썩어버린 기업이라는 점이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그는 1차 면접을 망친 것 같다. 중앙에 앉아 면접 시간 내내 면접을 진두지휘한 상무는, 그의 대답을 탐탁지 않아했다. 그는 24번째 기업에 전혀 미련이 없다.


 그런데, 24번째 기업으로부터 1차 면접 합격 메일이 도착한다. 그는 고민에 빠진다. 고이다 못해 썩어버린 것이 거의 확실한 기업인데, 최종 면접까지 봐야 한다니. 만약에 최종 면접까지 합격해버리기라도 한다면 어떻게 해야 하나. 합격해서 24번째 기업에 다니는 자신을 상상하며, '흐어허허허' 웃는 상무 밑에서 굽신거리는 자신을 상상하며 그는 가슴이 답답하다.


 아예 면접을 불참해버릴까도 생각했지만, 그는 취업 준비 기간이 계속해서 길어지고 있는 취준생이다. 결국 상황이 그의 감정을 압도한다. 다시 방문하고 싶지 않은, 생각만 해도 갑갑한 24번째 기업이지만, 그는 최종 면접날 참석하겠다고 회신한다.



 최종 면접 당일, 그는 24번째 기업에 가기 위해 버스를 탄다. 그의 집에서 24번째 기업까지는, 버스로 보통 1시간 정도 소요되는 거리다. 그는 혹시 모를 교통 상황에 대비해, 2시간 정도 미리 나왔다. 이 정도면 늦지는 않겠지. 하지만 교통 상황은 여지없이 그를 배신한다.


 버스가 고속도로 중간에서 멈춰 서더니, 느려지다 못해 기어가기 시작한다. 그는 시계를 본다. 아직 면접 시간까지 1시간이나 더 남았다. 이러다가 풀리겠지, 곧 쌩쌩 달리겠지 생각했지만 버스는 도통 움직일 생각을 않는다. 10분, 20분, 시간은 계속 흐른다. 50분이 지난 뒤에서야, 버스가 속도를 내기 시작한다. 면접 시작까지 10분 남았다. 창밖을 바라보는 그의 온몸에서 땀이 솟구치려 한다.


 그의 핸드폰이 울린다.

  인사팀 직원 : 하얀 얼굴 씨, 오늘 면접 참석하시나요?

  그 : 네, 참석합니다. 그런데 도로가 막혀서, 3분 정도 늦을 것 같습니다.

  인사팀 직원 : 알겠습니다.

  그 : 네, 최대한 빨리 가겠습니다.



 야속하게도 버스는, 면접 예정시간을 5분 남겨놓고 도착했다. 1시간이면 될 거리를, 두 배 가까운 시간을 소요해서 도착한 것이다. 그는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뛴다. 버스 정류장이 24번째 기업 본사 건물 코앞이긴 하나, 백화점 안에 들어가 직원들이 일하는 층으로 올라가야 한다. 그는 미친 듯이 달린다.


 면접 안내 메일에 안내된 시간은, 4시 정각이었다. 그가 열심히 뛰어 사무실에 도착한 시각은, 4시 01분이다. 인사팀 직원이 그를 발견하고선 다가온다.


  그 : 안녕하세요. 면접 시작했나요?

  인사팀 직원 : 네. 방금 막 시작했어요.

  그 : ...

  인사팀 직원 : 일단 여기 앉아있으세요.


 인사팀 직원은, 사무실 한켠의 책상에 그를 앉힌다. 사람들이 오가는 통로 한가운데 벽에 책상만 덩그러니 놓아둔 자리다. 자리에 앉아, 그는 벽만 쳐다보고 있다. 그가 늦은 것은 명백한 잘못이긴 하다. 하지만, 미리 연락을 해서 조금 늦을 것 같다고 했는데, 딱 1분 늦었는데, 그새를 못 참고 면접을 바로 진행했다는 부분이 그는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 1차 면접 때도, 다른 대기실에서 약 5분 정도 대기하다가 면접을 시작했었다. 그런데 하필 최종 면접은 안내된 시간에 칼같이 시작해버리다니. 운도 지지리 없다. 애당초 참석하기 싫은 면접이었는데, 지각까지 해서 공연히 아쉬운 입장에 처하게 되었다고 생각하는 그다.



  인사팀 직원 : (물티슈와 휴지를 건네며) 자, 이걸로 땀 좀 닦으세요.

  그 : 아, 네.

  인사팀 직원 : 면접관님께 여쭤보니, 괜찮다고 지금 면접 끝나고 면접 따로 진행하겠다고 하시네요. 지금 들어가 있는 지원자분 면접 끝나면, 그때 하얀 얼굴 씨 면접 진행할게요.

  그 : 네.

  인사팀 직원 : 네, 그때까지 여기서 대기해주세요.


 그는 휴지를 사용해서 송골송골 베어나온 땀을 닦는다. 땀이 계속 나자, 물티슈를 대고 열기를 식힌다. 생각할수록, 인사팀 직원의 행동이 잘 이해가 가지 않는다. 그의 잘못이긴 하지만, 그는 억울하다고 생각한다. 어쨌든 면접을 진행한다고 하니, 그는 자리에 앉아 기다린다.


 면접자가 도대체 몇 명이 들어갔는지, 면접 시간이 길어진다. 10분, 20분, 30분이 넘게 걸린다. 책상에 앉아 벽을 보고 있는 그의 뒤로, 가끔 직원들이 왔다 갔다 한다. 그는 지각한 자신을 벌주려고 이렇게 모두가 볼 수 있는 위치에 앉아 벽을 보게끔 한 것이 아닌가 의심한다. 너무 오래 기다리자, 그는 그냥 면접을 보지 않겠다고 말하고 나가버릴까도 생각한다. 하지만 이내 고개를 젓는다. 그런 대담한 행동을 하기에는, 그의 현실은 너무나도 초라한 취업준비생이었다.



 30분이 훌쩍 지나서야, 회의실로 보이는 듯한 나무 문이 열린다. 인사팀 직원이 그를 부른다. 면접을 시작하겠다며, 그를 면접실로 안내한다. 면접실 앞에는 방금 막 면접을 마친 면접자가 서 있다. 너무 오래 걸리길래 여러 명이라고 생각했었는데, 면접자는 딱 한 명이다. 그는 면접자를 보는 순간 바로 알아챈다. 그와 함께 1차 면접을 보았던, 헬스 트레이너 출신 면접자 1이다. 면접자 1은 그를 보자, 의아하다는 눈빛으로 눈인사를 한다. 인사팀 직원은 그에게 면접실 안으로 들어가라 말하고는, 면접자 1을 바깥으로 안내한다. 그는 떨떠름한 기분으로, 면접실 안으로 들어간다.



 

24번째 기업, 사류영업 직무 최종 면접


면접자 : 총 1명 (원래는 2명이 들어갈 예정이었으나 그가 지각)

  그 혼자


면접관 : 총 1명

  이마가 벗겨지고 옆머리만 남았으며, 벗겨진 이마부터 얼굴까지 내려오는 피부는 약간 반질반질하다. 주먹코, 둥근 눈매, 동그랗고 알이 작은 안경으로 인해 만화 캐릭터(스머프) 같은 느낌이 있다. 50대 후반으로 보이는 남자 면접관



  그 : 안녕하십니까!

  면접관 : 그래요, 앉으세요.

  그 : (자리에 앉는다)

  면접관 : 자기소개부터 해보세요.

  그 : 네, 안녕하십니까! 24번째 기업 사류영업 직무에 지원한 하. 얀. 얼. 굴.입니다! 저는 2가지 강점을 통해 저를 간략하게 소개하겠습니다. 첫 번째, 강한 실천력입니다. 저는 호주 워킹... ... 두 번째, 친화력입니다. 저는 취미 생활인 공놀이를 통해... ... 이상 두 가지 강점, 강한 실천력과 친화력을 바탕으로 24번째 기업에 기여하고자 하는 지원자 하. 얀. 얼. 굴.입니다. 감사합니다.


  면접관 : 그래요. 오는 데 얼마나 걸렸나요?

  그 : (흠칫 놀라며) 아, 늦어서 죄송합니다. 보통 1시간 반 이내로 걸리는데, 오늘은 2시간 이상 걸렸습니다.

  면접관 : 음, 그렇군요.


 면접관은 그가 늦었다는 점에 대해 별 언급도 반응도 없다. 애초에 그에게 관심이 없었는지도 모른다.


  면접관 : (안경을 쓰고 이력서에 눈을 둔 상태로) 하얀 얼굴 씨, 대학교 입학부터 지금까지 본인의 스토리를 얘기해주겠어요? 그러니까, 대학교 입학해서 1학년은 뭐했고, 군대는 언제 갔고, 졸업은 언제 했고, 그런 식으로 지금까지의 스토리를요. 이력서를 봐도 그 스토리 라인이 잘 안 그려져서요.

  그 : 네, 알겠습니다. 대학교를 입학해서, 1학년 1년을 다닌 뒤 군대를 갔습니다. 21개월 군 생활을 마치고, 복학하여 2/3학년을 보냈습니다. 3학년 1학기를 마치고 호주로 워킹홀리데이 1년을 다녀오고, 다녀와서 복학 시기가 맞지 않아 한 학기를 건너뛰고 복학했습니다. 그리고 남은 3학기를 수강한 뒤, 졸업하고는 현재입니다.

  면접관 : 음, 그렇군요. 취미 같은 게 있나요?

  그 : 아 네, 저는 운동과 독서를 좋아합니다. 집 앞 공놀이장에서 공놀이하는 것과, 좋아하는 책을 읽는 것이 취미입니다.

  면접관 : 그래요... (다시 안경을 쓰고 이력서로 눈을 돌린다)


 면접관은 조용조용한 말투이며, 동그란 안경을 돋보기 사용하듯 눈에 썼다가 이마 위로 올렸다가를 반복한다. 안경을 내리고서는 이력서 한 번 보고, 안경을 이마 위로 올리고 질문하고, 다시 안경을 내리고서는 이력서 한 번 보고, 다시 안경을 위로 올리고 질문하는 식이다.


  면접관 : 하얀 얼굴 씨, 교우 관계는 어떻습니까.

  그 : 평범한 편입니다. 두루 넓게 사귀는 편입니다만, 친한 친구들은 정해져 있습니다.

  면접관 : 그래요...



 이력서를 계속해서 보던 면접관은, 이력서는 모두 읽었는지 안경을 완전히 벗어버리고는 그에게 눈을 고정한다. 면접관은 행동도 말투도 느긋하다.


  면접관 : 하얀 얼굴 씨, 면접 준비를 하셔서 아시겠지만, 우리 회사는 공장이 베트남에 있어요. 베트남 나가서 살 수 있나요?

  그 : (당연히) 네, 가능합니다.

  면접관 : 그, 지금 하얀 얼굴 씨가 입사하게 되면, 당장 나가는 것은 아닙니다 당연히. 뭘 해야 할지 배우고 나가야 하기 때문에, 약 2~3년 정도 있다가 나가게 될 거예요. 그렇게 되면 아마 결혼 적령기일 겁니다. 다른 직원들 중에도, 입사해서 배울 때는 근무하다가, 해외 파견을 보낸다고 하면 결혼해야 돼서 못 가겠다는 인원들이 있었거든요. 하얀 얼굴 씨는 어때요. 결혼 생각이 있나요? 결혼 적령기에 베트남 2~3년 파견 나가는 것도 괜찮나요?

  그 : 아, 결혼 적령기 말씀이십니까... 음... 그래도... 네, 괜찮습니다.


 그는 24번째 기업이 썩 마음에 들지 않는다. 지각을 했으므로 공손한 태도를 취하고 있기는 하나, 1차 면접 때 강하게 박힌 부정적 인식은 그대로다. 다른 기업 같았으면, 망설임 없이 무엇이든 다 하겠다며 가면을 썼을 것이다. 하지만 24번째 기업에게는 별로 그러고 싶지가 않다. 그는 속마음을 드러낼 뻔했으나, 다행히도 이를 덮는 데 성공한다. 면접관은 그의 이런 속내를 눈치챘을 수도 있다.



  면접관 : 아시겠지만, 우리 섬유 산업은 그렇게 다이나믹한 산업이 아니에요. 굉장히 정적이고, 조용한 편입니다. 그래서 직원들도, 무언가 큰 거 한방을 노리는 사람보다는, 꾸준하게, 작은 것도 꾸준히 하는 사람이 맞습니다. 연봉도 별로 높지 않아요. 우리 회사 연봉이 얼마인지는 알고 있죠?

  그 : 네? 아뇨, 모릅니다.

  면접관 : 그래요? 인사팀에서 이미 다 안내한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급여를 어느 정도로 생각하고 있나요.

  그 : (얼마를 이야기할까 고민한다) 음... 3천 중반 정도 아닌가요?

  면접관 : (조그마한 목소리로) 3천 중반... 그 정도는 맞춰줄 수 있지.


 면접이 끝나간다. 면접관은 그에게 별로 궁금한 것이 없는 것 같고, 그도 마찬가지다. 면접관은 피상적인 질문만 몇몇 하고는, 면접을 끝내려 한다. 면접관의 말과 행동이 느려서, 얼마 되지 않는 질문에 대한 문답만 해도 20분 가까이 걸린다.



  면접관 : 자, 그래요. 이제 슬슬 면접을 끝내야 하는데. 마지막으로 궁금한 것이 있으면 물어보세요.

  그 : (머리를 팽팽 굴린다) 그, 제가 면접관님 같은 높은 분을 만날 기회가 잘 없습니다. 그래서 그냥 한번 여쭤보려고 합니다. 혹시 섬유산업의 미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다들 섬유 산업이 포화 상태라고 하시는데, 저는 향후에 입을 수 있는 컴퓨터 등이 개발되면 또 새로운 산업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만.


 24번째 기업도, 답답한 사무실도, 답답한 면접 분위기도, 만났던 면접관들도 별로 마음에 들지 않지만 그는 머리를 쥐어짜서 질문을 한다. 좋든 싫든 면접이고, 불합격보다는 합격이 낫다. 합격한다면 그가 우위에 서게 되지만, 불합격한다면 남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는, 어차피 망한 김에 면접관 2가 실컷 떠들 수 있게끔 물꼬를 트려고 한다. 1차 면접 때의 면접관과는 성향이 달라 보이긴 하나, 면접관 2도 나이는 비슷해 보인다. 면접관 2 정도의, 50~60대의 사람들은 자신들이 일해온 경험과 산업에 나름의 자부심을 갖고 있다. 이 부분을 자극한다면, 면접관 2도 말문이 트이리라. 그의 예상은 절반 정도 적중한다.



  면접관 : (약간 귀찮다는 느낌으로) 섬유 산업이라는 게, 혁신이 쉽지 않아요. 사람들이 생각할 수 있는 대부분의 경우에 대해서 혁신이 이루어져 있어요. 요즘에 합성 섬유라던지 등을 통해서 다양한 소재가 이미 개발되어 있고. 뭐 빛이 비추는 방향에 따라 색깔이 다르게 보이는 정도는 개발 단계에 있기는 합니다. 하지만 이런 소재들도, 개발에서부터 실제 상용화까지는 상당히 오랜 기간이 걸리고, 또 상용화 직전에 막히는 경우도 많아요. 섬유 산업에서 혁신이 일어나기는 쉽지 않습니다.


  그 : (예상했던 것보다도 더 보수적인 답변이다) 아 그, 말씀드린 것처럼, 입는 컴퓨터 같은 것이 개발되어서, 나중에는 자신이 원하는 옷 모양으로 항상 변화시킬 수 있는 소재가 개발될 수도 있지 않을까요?


  면접관 : (그의 말을 이해하지 못한 듯하다) 이미 개발되어 있는 게 있어요. 각기 다른 섬유 사이에 전극을 집어넣은 소재라던지, 아니면 하나의 옷을 여러 부분으로 나누고, 전극을 사용해서 더 잘 융화되도록 하는 기술이 있어요. 벌써 몇십 년 전부터 개발됐던 소재인데, 섬유 사이사이마다 전극이나 전선이 들어가야 되다 보니 상용화에 문제가 많습니다. 이런 경우는 잘 개발되기 힘든 경우니까?


  그 : (그가 원하는 대답을 아직도 듣지 못했다. 세 번째 언급이다) 아, 그, 제가 말씀드린 것은, 투명한 소재인데 컴퓨터같이 연동이 되어서, 오늘은 이런 옷을 입고 싶다 하면 해당 투명 소재가 옷의 이미지나 색깔 등을 다운로드해서 정장처럼 보이게 하고, 다른 날은 청바지와 반팔처럼 보이는 등을 말씀드린 겁니다. 이런 경우도 개발이 가능할까요?


  면접관 : 본인이 이야기하는 기술이 무슨 기술인지 확실하게 감이 잡히지는 않는데, 그런 식으로 개발을 하려면 섬유뿐만이 아니라 전자전기 기술까지 접목을 해서 개발을 해야 된다는 말인 거 같네요. 앞에서도 말했지만, 이미 섬유산업에는 개발이 상당히 많이 이루어졌고 새로운 혁신이 생기기가 쉽지 않은 상태예요. 본인이 말한 그런 기술이, 뭐 아주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겠죠. 언젠가 개발될 날이 오게 될지도 모르겠는데... 글쎄요, 그렇게까지 개발을 할 필요가 있을지는 잘 모르겠군요.


  그 : (계속된 보수적인 답변에 지친다) 알겠습니다. 답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면접관 : 그래요. 이제 더 궁금한 것은 없죠? 밖으로 나가시면 됩니다. 수고하셨습니다.

  그 : 감사합니다!




 그는 마지막 질문을 통해 면접관과 나눈 문답에서, 알 수 없는 답답함과 갑갑함을 느낀다. 면접관은 나이가 많아서인지, 현업에 치이며 현실을 냉철히 파악한 것인지, '어렵다 / 힘들다 / 이미 다 개발되어 있다 / 포화 상태다' 라는 말을 계속해서 쓴다.


 24번째 기업에서의 면접들을 떠올릴수록 그는 가슴이 갑갑하다. 그도 한 방을 노리는 편은 아니다. 기초를 탄탄히 하며, 묵묵히 맡은 바를 수행하며 꾸준히 성장하는 것을 좋아한다. 문제는, 너무나도 정체되어 있는 것처럼 보이는 산업군과 회사의 모습이다. 변화도 없고, 혁신에는 수동적이고, 연봉은 적다. 그가 잘 보여야 할 상사들은 1차 면접 때의 상무, 그리고 지금 만난 임원이다. 앞으로도 딱히 변할 것 같지 않다. 이러한 회사와 산업에서 그는 버틸 수 있을까.



 면접을 보고 밖으로 나오자, 인사팀 지원이 그를 맞이한다. 인사팀 직원은, 그에게 수고했다며 집으로 돌아가면 된다고 한다. 그런데, 면접비에 대한 언급이 없다. 1차 면접 때는 2만 원이라도 받았었는데, 최종 면접 때는 면접비가 없다. 지각을 했으니, 괘씸죄를 적용해서 면접비가 없는 것일까. 그는 면접비에 대해 물어볼까 생각하다가, 그냥 입을 다문다.


 24번째 기업 건물 밖으로 나온다. 1차 면접 때와는 다른 의미로 가슴이 갑갑하다. 백화점 건물의 겉은 번쩍번쩍하고 내부도 화려하지만, 막상 안에서 일하는 직원들은 구석진 답답한 사무실에서 답답한 분위기 속에 일하고 있다. 두 번이나 방문했지만, 그가 받은 느낌은 달라지지 않았다. 그는 빠른 걸음으로 24번째 기업 건물로부터 멀어진다.




 최종 면접 이후, 그는 24번째 기업에 대한 생각을 하지 않는다. 생각을 할수록, 가슴만 갑갑해졌기 때문이다. 그런데, 혹시라도 그가 24번째 기업에 합격해버리면 어쩌나. 최종 합격을 하더라고 다니고 싶지 않은 기업이 생겼다.


 일주일 뒤, 24번째 기업으로부터 면접 결과가 도착한다.

최종 면접 불합격

 그는 면접 불합격 통보를 받고는, 다행이라 생각한다. 다행이긴 하지만, 취준생이라는 그의 현실은 변하지 않았다. 그는 또다시 모니터에 눈을 박은 채, 손가락을 움직여 이력서를 난사한다. 섬유업계와 사류영업은 제외하고 난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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