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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사막여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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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얀 얼굴 학생 Oct 22. 2022

웃음

 그와 그녀가 함께 있다.


그들은 데이트 중이다. 식사를 하고 카페를 가는, 여느 연인들의 일반적인 데이트다.


 어느 때였는지 정확하지 않다. 음식을 기다리던 중이었는지, 식사를 하는 와중이었는지, 커피를 기다리던 중이었는지, 커피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던 중이었는지. 아니면 그냥 길을 걷고 있는 중이었는지.


 누가 말을 먼저 꺼냈는지도 확실치 않다. 그녀가 먼저 물어봤을까. 본인 하고 싶은 말만 하는 그가, 기회를 엿보다가 어거지로 이야기를 꺼냈을까.


 어느 때였는지, 누가 시작했는지, 어떻게 대화가 흘러갔는지도 확실치 않다. 하지만 이 대화가 있었던 것은 확실하다.



...

 - 주말에 뭐해?

 - 평소처럼... 운동하고, 글 쓰겠지.

 - 아, 글.

 - 쓰다보니까 쓸 게 참 많더라고. 기억나는 것도 많고.

 - 그게 참 신기해. 어떻게 그렇게 다 기억을 해?

 - 잘 모르겠어. 뭔가... 그 상황에서 살짝 벗어나서, 관찰자같은 시점으로 보는 재주가 있는 건가?

 - 으응.

 - 그런데 이상하게 너랑 한 얘기는 기억이 잘 안난단 말야.

 - 그게 뭐야. 반대가 되야하는 거 아냐? 왜 나랑 한 얘기는 기억을 못해.

 - 너한테 너무 몰입해서.

 - 푸흡


 그의 말에, 그녀의 입에서 웃음이 터져나온다. 약간 어이없다는 투의, 그렇지만 기분이 썩 좋아보이는 웃음이다. 그의 눈과 귀에는 그렇게 보이고 들렸다.


 그는 속으로 내심 뿌듯하다. 자신이 꽤 로맨틱한 말을 했다고 생각한다.



 그가 그녀와 했던 대화를 잘 기억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정말 그녀에게 너무 몰입해서일까. 그냥 정신을 놓고있던 것은 아닐까.


 그녀는 그의 말이 로맨틱하다고 생각했을까. 아니면 헛소리라고 생각했을까.

그 웃음의 의미는 무엇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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