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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얀 얼굴 학생 Jan 15. 2023

신의 저주

 그는 모태 신앙을 가지고 있었다. 단어의 의미 자체가 그렇듯, 그의 모태 신앙은 그의 선택이 아니었다. 어린 그는, 주말마다 갔다 오는 장소가 익숙해지고 그곳에서의 이야기들을 무의식 중에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그가 처음으로 의심을 품은 이야기가 있다. 내용은 다음과 같다.




 무슨 땅에 욥이라는 사람이 있었는데 정직하고 신을 경외하며 악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다.

 욥의 자식은 아들이 여럿에 딸도 여럿이다.

 욥의 소유물은 양이 몇천에, 낙타가 몇천에, 암나귀가 몇백에, ... 등등 동방 사람 중 가장 많다.

 자식들은 자기 생일마다 욥과 함께 머릿수대로 제사를 드렸다. 욥이 말하기를 혹시 마음으로 신을 욕되게 하지 않았을까 염려해서라 하더라.


 하루는 신 앞에 신의 아들들과 사탄이 섰다.

  신 : 사탄아, 내 종 욥을 봐라. 그와 같이 온전하고 정직하며 나를 경외하고 악을 떠난 자는 없다.

  사탄 : 욥이 이유 없이 신을 경외하겠습니까? 신께서 그와 그의 집과 그의 소유물을 모두 지켜주기 때문이 아닙니까. 이제 신께서 손을 펴서 그의 모든 것들을 치시면, 틀림없이 그는 신을 향해 욕하지 않겠습니까

  신 : 내가 그의 소유물을 모두 너에게 맡기겠다. 다만 그의 몸에는 손을 대지 마라.



 욥이 집에서 음식을 먹던 어느 날, 시종들이 누군가에게 몰살당하고 가축들은 신의 불에 타죽었다.

 비보를 듣던 와중, 큰 바람이 집에 들이쳐 욥을 제외한 사람들이 깔려죽었다.

 욥은 신이 주신 것을 신이 거두어갔다 말하며 원망하지 않았다.


 얼마 뒤, 신 앞에 신의 아들들과 사탄이 또 섰다.

  신 : 사탄아, 내 종 욥을 봐라. 네 말대로 내가 까닭 없이 그를 치게 하였어도 그는 여전히 굳건하다.

  사탄 : 이제 신께서 손을 펴서 그의 뼈와 살을 치시면 틀림없이 신을 욕하지 않겠습니까

  신 : 내가 그를 너에게 맡기겠다. 다만 생명은 해하지 마라.



 사탄은 욥을 쳐서 그의 발바닥에서 정수리까지 종기가 나게 했다.

 온몸에 가려움이 도진 욥은 잿더미가 되어버린 집 한가운데 앉아서 깨진 기왓장(또는 질그릇) 조각을 가져다가 몸을 벅벅 긁었다.

 이 모습을 본 욥의 아내와 친구들은 신을 저주하라고 했지만 욥은 저주하지 않았다.


욥과 친구들이 이야기를 하고 있을 때, 신이 직접 등장한다.


  신 : 무지한 말로 생각을 어둡게 하는 자가 누구냐

 내가 땅의 기초를 놓고 있었을 때 네가 어디 있었느냐

 바다가 그 모태에서 터져 나왔을 때 문으로 그것을 가둔 자가 누구냐

 네가 바다의 샘에 들어갔었느냐 깊은 물 밑으로 걸어 다녀 보았느냐

 땅의 너비를 네가 측량할 수 있느냐 네가 그 모든 것들을 다 알거든 말해라

 누가 홍수를 위하여 물길을 터주고 우레와 번개 길을 내어 주느냐

 누가 사람 없는 땅에 사람 없는 광야에 비를 내리느냐

 너는 별자리들을 각 제때에 이끌어낼 수 있느냐

 ...

 (대강 너는 이것저것 우주와 대자연의 섭리 등 엄청난 것들을 할 수 있냐는 질타)

 ...


  욥 : 신께서는 못 하실 일이 없사오며 무슨 계획이든지 못 이루실 것이 없사오니...... (신에게 충성한다는 내용)


욥의 말을 듣고 신이 욥의 친구들에게 이르되

  신 : 너희가 나를 가리켜 말한 것이 내 종 욥의 말 같이 옳지 못하다. 욥에게 가서 너희를 위해 제사를 드려라. 내 종 욥이 너희를 위해 기도하면 내가 기쁘게 받겠다.



 욥이 그의 친구들을 위하여 기도할 때 신이 욥의 곤경을 돌이키시고 신께서 욥에게 이전에 주셨던 모든 소유보다 갑절이나 주신지라.

 신께서 욥의 말년에 욥에게 처음보다 더 복을 주시니 그가 양 만몇천에, 낙타 몇천에, 소 천에, 암나귀 몇을 두었고... 또 아들 일곱과 딸 셋을 두었다. 후에 욥은 백사십 년을 살았고 늙어 나이가 차 죽었더라.





지랄, 개 같은 신이네


 몇 번을 읽어도 짜증이 치민다. 신경질적으로 경전을 덮으며, 그는 더욱 세차게 몸을 벅벅 긁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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