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모태 신앙을 가지고 있었다. 단어의 의미 자체가 그렇듯, 그의 모태 신앙은 그의 선택이 아니었다. 어린 그는, 주말마다 갔다 오는 장소가 익숙해지고 그곳에서의 이야기들을 무의식 중에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그가 처음으로 의심을 품은 이야기가 있다. 내용은 다음과 같다.
무슨 땅에 욥이라는 사람이 있었는데 정직하고 신을 경외하며 악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다.
욥의 자식은 아들이 여럿에 딸도 여럿이다.
욥의 소유물은 양이 몇천에, 낙타가 몇천에, 암나귀가 몇백에, ... 등등 동방 사람 중 가장 많다.
자식들은 자기 생일마다 욥과 함께 머릿수대로 제사를 드렸다. 욥이 말하기를 혹시 마음으로 신을 욕되게 하지 않았을까 염려해서라 하더라.
하루는 신 앞에 신의 아들들과 사탄이 섰다.
신 : 사탄아, 내 종 욥을 봐라. 그와 같이 온전하고 정직하며 나를 경외하고 악을 떠난 자는 없다.
사탄 : 욥이 이유 없이 신을 경외하겠습니까? 신께서 그와 그의 집과 그의 소유물을 모두 지켜주기 때문이 아닙니까. 이제 신께서 손을 펴서 그의 모든 것들을 치시면, 틀림없이 그는 신을 향해 욕하지 않겠습니까
신 : 내가 그의 소유물을 모두 너에게 맡기겠다. 다만 그의 몸에는 손을 대지 마라.
욥이 집에서 음식을 먹던 어느 날, 시종들이 누군가에게 몰살당하고 가축들은 신의 불에 타죽었다.
비보를 듣던 와중, 큰 바람이 집에 들이쳐 욥을 제외한 사람들이 깔려죽었다.
욥은 신이 주신 것을 신이 거두어갔다 말하며 원망하지 않았다.
얼마 뒤, 신 앞에 신의 아들들과 사탄이 또 섰다.
신 : 사탄아, 내 종 욥을 봐라. 네 말대로 내가 까닭 없이 그를 치게 하였어도 그는 여전히 굳건하다.
사탄 : 이제 신께서 손을 펴서 그의 뼈와 살을 치시면 틀림없이 신을 욕하지 않겠습니까
신 : 내가 그를 너에게 맡기겠다. 다만 생명은 해하지 마라.
사탄은 욥을 쳐서 그의 발바닥에서 정수리까지 종기가 나게 했다.
온몸에 가려움이 도진 욥은 잿더미가 되어버린 집 한가운데 앉아서 깨진 기왓장(또는 질그릇) 조각을 가져다가 몸을 벅벅 긁었다.
이 모습을 본 욥의 아내와 친구들은 신을 저주하라고 했지만 욥은 저주하지 않았다.
욥과 친구들이 이야기를 하고 있을 때, 신이 직접 등장한다.
신 : 무지한 말로 생각을 어둡게 하는 자가 누구냐
내가 땅의 기초를 놓고 있었을 때 네가 어디 있었느냐
바다가 그 모태에서 터져 나왔을 때 문으로 그것을 가둔 자가 누구냐
네가 바다의 샘에 들어갔었느냐 깊은 물 밑으로 걸어 다녀 보았느냐
땅의 너비를 네가 측량할 수 있느냐 네가 그 모든 것들을 다 알거든 말해라
누가 홍수를 위하여 물길을 터주고 우레와 번개 길을 내어 주느냐
누가 사람 없는 땅에 사람 없는 광야에 비를 내리느냐
너는 별자리들을 각각 제때에 이끌어낼 수 있느냐
...
(대강 너는 이것저것 우주와 대자연의 섭리 등 엄청난 것들을 할 수 있냐는 질타)
...
욥 : 신께서는 못 하실 일이 없사오며 무슨 계획이든지 못 이루실 것이 없사오니...... (신에게 충성한다는 내용)
욥의 말을 듣고 신이 욥의 친구들에게 이르되
신 : 너희가 나를 가리켜 말한 것이 내 종 욥의 말 같이 옳지 못하다. 욥에게 가서 너희를 위해 제사를 드려라. 내 종 욥이 너희를 위해 기도하면 내가 기쁘게 받겠다.
욥이 그의 친구들을 위하여 기도할 때 신이 욥의 곤경을 돌이키시고 신께서 욥에게 이전에 주셨던 모든 소유보다 갑절이나 주신지라.
신께서 욥의 말년에 욥에게 처음보다 더 복을 주시니 그가 양 만몇천에, 낙타 몇천에, 소 천에, 암나귀 몇을 두었고... 또 아들 일곱과 딸 셋을 두었다. 후에 욥은 백사십 년을 살았고 늙어 나이가 차 죽었더라.
지랄, 개 같은 신이네
몇 번을 읽어도 짜증이 치민다. 신경질적으로 경전을 덮으며, 그는 더욱 세차게 몸을 벅벅 긁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