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6학년 때로 기억한다. 푸른 하늘과 따사로운 햇빛의 여름날, 그는 다른 학생들과 함께 학교 운동장에 서 있다. 앞으로 나란히를 해서 간격을 맞추고, 앞앞사람의 머리는 앞사람 뒤통수에 가려 보이지 않도록 해야 한다. 선생들의 고함 소리가 몇 차례 있은 뒤에야 대열이 갖춰진다.
이런 식으로 전교생이 운동장에 모이는 것은 꽤나 자주 있는 일이다. 새로운 계절을 맞이했거나, 학기를 시작하거나, 무슨 시험이 끝났거나 하면 으레 학교의 장이 학생들과 선생들을 운동장에 모아놓고 강단 위에 올라 뭐라뭐라 떠드는 의식이다.
천막이 없는 운동장, 햇볕 아래 서 있는 이들의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힌다. 다른 친구들의 표정을 보고 싶지만, 보이는 것은 앞사람의 뒤통수뿐이다.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가 걸리면 선생에게 한 소리 들을 터다.
가만히 서서, 학교 장의 이야기가 끝나길 기다린다. 학교 장의 이야기를 집중해 들어보고자 시도해본 적도 몇 번 있었지만, 항상 예외 없이 실패했다.
그런데 이날, 무언가 이상하다. 그는 목 부위에 가려움을 느낀다. 머리통을 오른쪽 어깨로 숙이면 접히는 바로 그 부위다. 참아보려 했지만, 가려움이 계속된다. 간질간질, 뭔가 기어가는 듯한, 손톱으로 한 번만 벅 긁으면 소원이 없겠다 싶을 정도의 가려움이다.
참다못해, 그는 손을 올려 목을 벅 긁는다. 시원하다.
쾌감을 느끼며, 혹시 선생이 볼까 급히 손을 내리고 다시 차렷 자세로 선다.
쾌감이 잦아들며, 같은 부위가 또 가려워지기 시작한다.
한 번만, 한 번만 더 긁으면 될 것 같다.
선생이 주위에 있는지 살핀 뒤, 다시 손을 올려 벅 긁는다. 처음 긁었을 때보다 더 시원하다.
시원함이 뿌듯이 퍼지는 목을 한번 으쓱하고, 차렷 자세로 선다.
그런데 이번에는 손을 내리기가 무섭게, 같은 부위가 또 가려워진다. 긁기 전 처음보다도 훨씬 가렵다. 도저히 참기 힘들다.
가려운 이유는 무엇일까, 긁으면 어떻게 될까를 생각할 겨를도 없다. 급히 손을 올려 긁는다.
벅, 벅, 벅, 벅, 벅, 척
긁을수록 시원하지만, 가려움은 사라지지 않는다. 그는 자신의 심기를 건드린 가려움을 단죄하기라도 하는 듯, 계속해서 시원하게 벅벅 긁는다. 그렇게 신나게 긁던 차에, 목을 긁던 그의 손톱이 난데없이 미끄러진다. 이게 무슨 일인가. 긁던 손톱과 손가락을 보니, 미끄럽고 끈적한 투명한 것이 묻어 있다. 무의식적으로 손을 코로 가져간다. 처음에는 냄새가 느껴지지 않았지만, 잠시 뒤 냄새가 난다. 무언가 고약한 것이 똥냄새와 비슷하다.
실컷 긁어댄 목 오른쪽 부위는, 껍질이 완전히 벗겨지기라도 했는지 허전하고 시리다. 왼손으로 오른쪽 목을 만져본다. 피는 나지 않지만, 끈끈한 것이 계속 묻어난다. 따가워야 정상일 텐데, 따갑지 않은 것이 오히려 더 불안하다. 본능적으로 그는, 무언가 잘못됐음을 직감한다.
이후 학교 장의 말이 끝날 때까지, 그의 머릿속은 온통 목이 어떻게 되었을지의 생각뿐이었다.
이것이 그가 기억하는 가장 처음의, 아토피와 만난 기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