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끝내겠다(2)

밀물

by 하얀 얼굴 학생

6번째 기업 면접이 끝난 직후, 그를 향해 서류 합격 메일이 쇄도하기 시작한다. 약 한 달 여의 기간 동안 끊겼던 연락이, 연말이 도래함과 동시에 한꺼번에 밀려온다. 물 들어올 때 노를 저으라 했다. 그의 20대는 이제 몇 달도 채 남지 않았다. 그는 지금의 합격 메일 세례가, 보통 기업의 보통 신입사원으로 합격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한다.


처음에는 두 개의 기업에서 합격 메일이 날아왔다. 하나는 보통의 기업들처럼 2번의 면접을 진행하고, 다른 하나는 특이하게도 면접을 3번이나 진행한다. 상관없다. 두 기업 모두, 그의 입장에서는 감사해 마지 않을 수준의 기업이다. 그런데, 서류 합격 메일이 계속 도착한다. 끊이질 않는다.



그는 이런 상황을 경험해본 적이 있다. 약 8개월 전, 17/18/19/20번째 기업의 면접을 동시에 준비할 때다. 각 기업이 각기 다른 전형을 실시하고, 또 그 전형을 실시하는 속도마저도 달랐기에 일정이 뒤죽박죽 엉켰었다. 그러한 상황 속에서, 그는 눈앞의 전형 하나하나에 집중해가며 모든 면접을 끝마쳤다. 17/18/19/20번째 기업 네 군데 중 하나는 붙겠지, 이번에 끝내고 말겠다고 생각했던 때다. 그리고 결과적으로 그는 자신의 취업준비생 생활을 끝내지 못했다.


그로부터 8개월이 지난 지금, 비슷한 상황이 찾아왔다. 아니, 오히려 더 좋은 상황이다. 그동안 그가 무지성으로 난사한 막대한 서류들이, 연말을 맞아 한꺼번에 결과를 발표하고 면접을 진행하기 시작한 것이다. 처음에는 두 개의 기업에서 면접 진행 메일이 왔다. 다음날, 또 면접 안내 메일이 왔다. 그 다음날, 또 면접 안내 메일이 온다. 이런 식으로, 약 한 달 동안 서류 합격 메일이 계속해서 날아든다.



8개월 전의 경험을 바탕으로, 그는 우선 눈앞에 닥친 전형과 기업 규모를 고려해가며 우선순위를 정해 면접을 준비하고 면접을 치른다. 물론 이때의 그는 알지 못했다. 결론적으로, 그는 1달이 조금 넘는 기간 동안, 평균 3일에 한번 꼴로 면접을 본다. 하나가 끝나면 또 하나가 이어지고, 그 하나가 끝나면 또 면접 안내 메일이 날아든다. 몰랐기에 망정이지, 처음부터 몇 번의 면접을 더 봐야 할지 종합해서 알려줬다면 그는 패닉에 빠졌을 터다. 그 정도로, 지금의 상황은 8개월 전에 비해서도 일정이 심히 빡빡하다.


AI면접/인적성/필기 등을 동시에 진행하면서, 3일에 한번 꼴로 있는 면접 준비를 위해 여러 밤을 지새운다. 바쁜 와중에도 그는 생각한다. 일정이 겹치지만 않는다면 모든 면접에 참석하리라. 그의 나이는 어느새 20대 막바지, 중간이라도 가는 기업의 신입사원으로 들어갈 수 있는 마지노선이다.

또 특이하게도, 면접 안내 메일을 보내는 기업의 대부분이 알짜배기다. 서류 난사를 했으니 쭉정이가 반쯤 섞여 있어야 하는데, 면접 요청을 하는 기업의 대부분이 그가 설정한 조건을 월등히 상회한다. 막판 스퍼트다. 미친 듯이 밀물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자칫 잘못하면 익사할 수도 있겠다.



이번이 마지막 기회다. 그는,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필사적으로 노를 저어볼 생각이다. 8개월 전 기회가 찾아왔을 때, 그는 이번에 끝낼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끝내지 못했다. 8개월이라는 시간이 지난 뒤, 그에게 마지막으로 한번 더 기회가 찾아왔다.


정말 마지막 기회인 것 같다. 그는, 이번에는 기필코 끝내리라고 다짐한다.

물론, 그의 바램대로 이루어질지 여부는 두고 볼 일이었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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