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접자 4명은 함께 밖으로 나와, 경비실에 출입증을 반납한다. 그를 제외한 3명이 모두 여성이기 때문에, 그는 이들과 함께 하는 것이 약간 불편하다. 면접자 1/2는 그새 친해졌는지 붙어서 가고, 면접자 3이 살짝 뒤, 그는 조금 더 거리를 두고 뒤따른다.
면접자 1 : 다들 어떻게 가세요?
면접자 2 : 저는 차를 타고 가려고요.
면접자 3 : 음, 저도 가려고요.
그 : 대중교통으로 갑니다.
6번째 기업을 빠져나가는 길, 주차장으로 향하는 길과 방향이 같다. 면접자 2는 무언의 압박을 느낀 듯하다.
면접자 2 : 어... 아무래도 저 혼자 차가 있는데... 태워드려야 할 것 같은 분위기네요... 다들 알아서 가시라고 하고 저만 타면 좀 그런 거 같아서요. 같이 타고 가요.
면접자 1/3 : 와 진짜요? 감사해요!
그 : 감사합니다. (감사하긴 하나 조금 불편하다)
면접자 2 : 어, 이 차가 부모님 차인데 제가 말을 안 하고 가지고 나온 거라... 멀리까지는 못 바래다 드리고 저희 집 근처까지 바래다 드릴게요.
면접자 2는 주차장에서 차문을 연다. 그런데 차가, 매끄럽고 검은 차체가 번쩍번쩍 빛나는 고급 외제차다. 그는 면접자 2의 차량을 보며, 아 좀 사는 집이구나 생각한다. 브랜드는 BMW, 벤츠, 재규어 중 하나였던 것 같은데 확실치 않다. 그가 차량을 타고 보니, 내부 시트도 갈색 가죽이다.
면접자 2 : 아 제가 부모님 차를 몰래 갖고 나오기도 했고, 운전이 아직 익숙지 않아서요. 다들 어디에서 내리는 게 편하세요?
면접자 1/3 : OO이요.
그 : XX도 지나시나요?
면접자 2 : 아, 거기는 저희 집 방향이 아니라서요.
그 : 그럼 저도 OO에서 내릴게요. 감사합니다.
면접자 2는 조심스레 차를 몬다. 본인의 말대로 운전이 아직 미숙한 것이거나, 고급 외제차에 스크래치가 나지 않게 하기 위해서이리라. 그런데 울퉁불퉁한 노면을 벗어나 고속도로에 진입하자, 면접자 2가 갑자기 엑셀을 밟기 시작한다. 그는 면접자 2의 운전 스타일을 보며, 안정적으로 판이 깔리면 자신감 있는 스타일이라고 생각한다.
면접자 2 : ... 다들 말이 없으시군요. 음악이라도 틀까요?
면접자 2의 말에, 아마 그가 먼저 물꼬를 튼 것으로 기억한다.
그 : 다들 어디 사세요?
면접자 1/2/3 : XX 쪽 살아요. (다들 6번째 기업과 위치가 가깝다)
그 : 오늘 면접 어떠셨나요. 붙으면 다니실 생각이세요?
면접자 1 : 좀 애매하긴 한데. 그래도 붙으면 다녀야 하지 않을까요.
면접자 2 : 저는 딴 거는 그렇다 치는데, 위치가 너무 별로더라고요. 오늘도 운전해 가면서, 와 여기 눈 오거나 비 오면 진짜 답 없겠다 했어요.
면접자 3 : 맞아요 맞아요.
그가 한번 물꼬를 트자, 면접자들은 알아서 말문이 터진다. 그는 이제 잠자코 듣기만 한다.
면접자 1 : 아니, 아까 인성 검사 결과를 대놓고 읽었잖아요. 저는 진짜 코앞에서 그렇게 다 읽어버릴 줄은 몰랐네요.
면접자 2 : 그러니까요. 막 엄청 길던데.
면접자 3 : 그리고 계속 뭐 숫자로 점수 매겨서 답변하라고 하고요.
면접자 2 : 저는 아까 그거 보고서는, 아 여기 MBTI 같은 거 엄청 좋아하겠다 싶었어요.
면접자 1 : 맞아요 맞아요! 그런 거 엄청 광신할 거 같아요.
면접자 2 : 뭐라더라, 내가 책임감이 없다고 했던 거 같은데.
그 : 저는 배려심이 없다더군요.
면접자 1,2,3 : 와하하
면접자 3 : 다들, 여기 말고 또 면접 보시는 데가 있나요?
면접자 1 : 아뇨, 저는 여기가 처음이에요.
면접자 2 : 첫 면접이에요?
면접자 1 : 사실, 서류도 처음 넣었어요.
면접자 2 : 뭐야, 그러면 언제 졸업했어요?
면접자 1 : 이제 막 졸업했어요.
면접자 2 : 아 어쩐지, 그럼 엄청 어리시겠다.
면접자 1 : 그렇게 어리지도 않아요.
면접자 3 : (그를 향해) 면접 또 있으세요?
그 : 지금으로서는 남은 건 없네요.
면접자 2 : 다른 곳 면접 보신 데 있으세요?
그 : 면접은 많이 봤죠.
면접자 1 : 왠지 말씀하시는 게, 면접 경험이 많으신 것 같더라고요.
그 : 아, 그런가요?
면접자 2 : 네, 답변을 차분하게 하시더라고요.
그 : 감사합니다.
면접자 1 : 면접 어디어디 보셨어요?
그 : 많이 봤어요. 1번째 기업도 보고, 29번째 기업도 보고, 뭐 그렇습니다.
면접자 1 : 결과가 어떻게 됐나요?
그 : 1차에서 떨어지기도 하고, 최종에서 떨어지기도 했어요.
면접자 2 : 와... 취업이 어려운가 보네요.
그 : 배려심이 부족해서 그런가 봐요.
면접자 1,2,3 : 와하하
면접장 내에서 경쟁자로서 대할 때의 모습과, 바깥에서 마주한 타인으로서의 모습은 상당히 다르다. 면접 당시에는, 그도 다른 면접자들을 평가하며 자신과 비교하곤 했다. 그렇게 면접장에서만 마주하고 다시 마주칠 일이 없는 경쟁자들은, 아쉽게도 면접장에서의 인상이 각인되기 마련이다. 하지만 지금의 면접자들은, 약간 불편하게 시작하긴 했지만 인간적으로 이야기를 나눌 상황이 생겼다. 그는 면접자들에 대한 편견과 경계를 조금씩 거둔다.
면접자 1 : 호주로 워킹홀리데이를 다녀오신 거예요?
그 : 네.
면접자 1 : 얼마나 계셨어요? 아 그리고 어디 계셨어요?
그 : 저는 딱 1년 있었고, 지역은 많이 돌아다녔어요. 브리즈번에서 시작해서 시드니, 멜버른 갔다가 다윈 케언즈 갔습니다.
면접자 1 : 워킹홀리데이 어때요? 저도 한번 가보고 싶은데.
그 : 사람 따라 다르긴 한데, 아무래도 약간 고생할 수 있어요. 나중에 스펙 삼으시려면 교환학생이나 유학을 추천합니다.
면접자 1 : 저도 유럽에서 교환학생 할 때, 나름 고생했거든요. 물가가 너무 비싸가지고, 밥도 샌드위치 직접 만들어서 포장해서 갖고 다니고, 대중교통 안 타고 걷고 그랬어요.
면접자 3 : 유럽 어디 가보셨어요?
면접자 1 : 독일이랑 이탈리아, 스위스 여행했어요.
면접자 3 : 아 스위스! 알프스 가보셨어요?
면접자 1 : 가보셨어요?? 스위스 물가가 진짜 너무 비싸서 고생했어요.
면접자 3 : 맞아요. 식비 교통비 숙박비가 진짜 너무 비싸더라고요.
...
6번째 기업이 워낙 후미진 곳에 있는 탓인지, 고속도로를 한 시간 넘게 달린다. 그와 면접자들은 1시간 가량 차량에서 수다를 떨다가, 마침내 도착한 면접자 2의 거주지 근처 지하철역에 내린다.
면접자 2 : 조심해서 들어가세요~
면접자 1 : 네 조심해서 가세요~
면접자 3 : 조심해서 가세요~
그 : 감사합니다~
사실 그는, 면접자 2의 차에 탑승함으로 인해 귀가하는 경로가 살짝 꼬였다. 굳이 거절하기 애매해서 차에 탄 것이었는데, 이야기도 나누고 하다보니 나름 괜찮은 판단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지하철 역 근처, 지역을 이동하는 붉은 버스를 탄다. 오후 3시, 시간대 덕에 자리가 텅텅 비었다. 그는 창가에 자리를 잡고 앉는다.
면접자들의 인간적인 모습을 보고 마음이 풀어지긴 했지만, 어쨌든 중요한 것은 면접이다. 그는 6번째 기업에서 면접을 보면서, 6번째 기업에 대한 마음이 더욱 알쏭달쏭해졌다. 무엇이 문제인가. 면접관이 문제였나, 면접자가 문제였나, 인사팀 직원에게 들은 회사 분위기가 문제였나, 회사 위치가 문제인가, 업계가 문제인가, 직무가 문제인가.
6번째 기업은, 후미진 곳에 위치해 있어 지원자를 구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인지, 면접자들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으려는 듯 조심스럽게 행동했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노조 면접관, 직원들이 먼 기숙사에서 카풀을 하며 출퇴근한다는 등의 숨길 수 없는 모습도 은근히 드러났다. 또 너무 조심스러웠던 것인지, 원하는 답변이 있음에도 우물쭈물하며 제대로 요구하지 못하는 모습도 보였다.
그는, 6번째 기업으로부터 마음이 점점 멀어지고 있음을 느낀다. 그가 생각하는 6번째 기업의 장점은 딱 두 가지다. 우선 연봉이 꽤 높다는 점, 그리고 눈으로 보았을 때 기업 문화가 꽤 수평적일 것이리라는 점이다. 하지만 그게 전부다. 업계나 직무, 개인으로서 커리어 성장이 어떨지는 미지수다.
혹시나 붙으면 어쩌나. 그러면 연봉이 높으니 가긴 가야 할까. 이는 그의 섣부른 착각이었다. 일주일 정도 뒤, 6번째 기업으로부터 결과 문자가 날아온다.
최종 면접 불합격
그는 물류 업계 사무직은 지원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