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소수, 러시아
잠을 조금 희생하여 면접 준비를 한다. 이튿날 아침, 그는 35번째 기업으로 향한다. 35번째 기업은 서울이긴 하나 외곽 지역에 자리를 잡고 있다. 그는 지하철역에서 내려, 콧김을 뿜으며 약 20분 정도를 걸어간다. 걸어가는 길 양옆으로, 철물점이 자꾸 보인다. 철물점에서 나는 것인지 도로에서 나는 것인지, 낯설면서도 약간 설레는 경유 냄새 같은 것이 난다.
35번째 기업은, 높지는 않지만 넓은 평면을 가진 사옥을 소유하고 있다. 안으로 들어가자, 데스크에 있던 경비원이 그를 알아보고는 부른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 좌측으로 쭉 들어가면 면접 대기실이 있을 것이라 한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 복도를 따라 걷는다. 복도 한편 벽면에, 35번째 기업이 제조하는 절삭공구가 전시되어 있다. 밀링 공구, 드릴 등이다. 홈페이지에서 사진으로만 봤던 것을 실물로 만나는 그다.
면접 대기실에서 얼마 동안 기다리자, 인사팀 직원이 들어온다. 얇은 테 안경, 옆과 뒤를 짧게 친 머리, 표정 변화가 거의 없는 얼굴, 덩치가 크지는 않지만 어깨가 탄탄해 보이는 체구다. 그는 인사팀 직원을 보며, 철강 업계의 강인한 모습인가 생각한다. 인사팀 직원 뒤로, 그와 면접을 볼 다른 면접자가 따라 들어온다.
인사팀 직원 : 안녕하세요. 하얀 얼굴 씨 맞으신가요?
그 : 네 맞습니다.
인사팀 직원 : (면접자 2에게) 네, 여기 짐 놓고 대기하시면 됩니다.
면접자 2 : (짐을 놓고 앉는다)
인사팀 직원 : 곧 면접을 시작할 텐데요. 음... 혹시 요즘 채용 공고가 많이 올라오나요?
그 : (의도를 잘 파악하지 못한 채) 조금 올라옵니다.
면접자 2 : 네, 조금 올라옵니다.
인사팀 직원 : 원래 지금 시간 면접조가 5명이었는데, 다른 분들은 불참하시는 것 같아서요. 그래서 요즘 면접이 많은 시기인가 해서 여쭤봤습니다. 잠시만 대기하시다가, 면접 들어가실게요.
인사팀 직원이 밖으로 나간다. 면접자 2는 화장실을 갔다. 그는 면접 준비 자료를 훑다가, 대기실 앞 화이트보드에 붙어 있는 종이를 발견한다. 가까이 다가가서 살피니, 35번째 기업의 계획을 출력해서 붙여놓은 듯한 종이다. 인력 계획 몇 명, 채용 시기는 언제까지 등이다. 엄청난 정보가 있을까 살펴봤으나, 인사 관련 내용만 있다. 그는 다시 자리에 앉는다.
면접자 2가 먼저 돌아오고, 얼마 뒤 인사팀 직원이 들어온다.
인사팀 직원 : 지금 면접장으로 이동하시겠습니다. 짐은 여기 놔두세요.
인사팀 직원을 선두로, 면접자들이 일렬로 따라간다. 면접장으로 보이는 커다란 나무 문 앞, 인사팀 직원이 말한다.
인사팀 직원 : 먼저 들어가실 분이 하얀 얼굴 씨, 두 번째로 들어가실 분이 면접자 2 씨 입니다. 들어가시면, 자리에 앉기 전에 인사를 하셔야 합니다. 하얀 얼굴 씨가, 두 분 모두 자리 옆에 섰는지 확인하신 다음, 차렷 경례를 해주시면 됩니다.
그 : 알겠습니다.
면접장은 대회의실로 보이며, 엔티크한 느낌을 풍기는 커다란 나무 서랍장이 한켠에 서 있다. 하부는 막혀 있지만, 상부는 유리로 되어있어서 안에 무엇이 들었는지 보인다. 35번째 기업이 그동안 수여받은 트로피들이 보인다.
면접관들의 뒤편 벽면에는 기다란 창이 뚫려 있다. 면접 시간은 빠른 오전, 해가 떠오르는 시간대라 그런지 눈이 부시다. 뒤편의 후광으로 인해, 면접관들의 얼굴이 어두워 보이는 경향이 있다.
면접자 : 총 2명, 모두 남자
그
20대 중반, 러시아어과, 러시아와 한국에서 인턴 경험 있는 면접자 2
면접관 : 총 4명, 모두 정장 차림이며 남자
좌측, 인사과로 보이며, 하얀 피부에 인상이 조금 날카로운 40대 면접관 1
좌측 두 번째, 검은 피부에 안경, 덩치가 작고 이목구비가 가운데로 모여 있다. 그의 개인적 느낌상 인상이 좋지 않은 40대 면접관 2
우측 두 번째, 커다란 덩치에 보통 피부, 짧은 머리, 첫인상이 가장 무서운 40대 면접관 3
우측, 검은 피부, 별 특색이 없는 40대 면접관 4
면접관 일동 : 아, 들어와요.
그 : (면접자 2가 자리 옆에 올 때까지 기다린다) 차렷, 경례!
면접자 일동 : 안녕하십니까!
면접관 일동 : 그래요. 앉으세요.
면접관 4 : 네, 반갑습니다.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하얀 얼굴 씨부터 해주세요.
그 : 네, 안녕하십니까! 35번째 기업 해외영업 직무에 지원한 지원자 하. 얀. 얼. 굴. 입니다! 저는 두 가지 강점을 통해 저를 간략하게 소개하겠습니다. 첫 번째, 실행력입니다. 저는 워킹홀리데이 기간... ... 두 번째, 친화력입니다. 저는 취미인 공놀이를 통해... ... 이상, 두 가지 강점, 실천력과 친화력을 통해 35번째 기업에 기여하고자 하는 지원자 하. 얀. 얼. 굴. 입니다. 감사합니다!
면접자 2 : 안녕하세요, 35번째 기업에 지원한 면접자 2입니다. 저의 강점은 도전정신이라고 말씀드리겠습니다. 저는 러시아어를 공부하고, 러시아에서 인턴을 한 경험이 있습니다. 그리고 한국에 돌아와서도... ...
면접관 1 : 하얀 얼굴 씨, 학점이 낮네요. 이유가 뭐죠.
그 : 맞습니다. 저학년 때, 경영학과 수업이 실제 현실과는 거리가 멀다고 느껴 학과 공부에 집중하지 않았습니다. 아르바이트를 하고, 호주 워킹홀리데이를 다녀오는 등 나름 방황을 했다 말씀드리겠습니다. 그러다가 호주에서, 수많은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제가 수업 때 배웠던 내용들이 실제에도 적용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한국에 돌아와, 최대한 많은 전공 수업을 듣고자 했습니다. 저학년 때의 학점을 복구하기보다는, 차라리 고급 전공을 더 듣고자 해서 학점이 낮습니다. 후회는 없습니다.
면접관 2 : 후회가 없다는 건, 본인이 후회가 없다는 거겠죠.
그 : 아, 맞습니다.
면접관 3 : 우리 회사 위치가 약간 멀 텐데, 다들 오늘 어떻게 왔나요?
그 :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왔습니다. 00 정도 걸렸습니다.
면접자 2 : 저도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왔습니다. 저는 집이 이 근처라, 얼마 걸리지 않았습니다.
면접관 3 : 아 그렇군요. 우리 회사가 지금은 여기 있지만, 곧 옮길 계획이 있어서요. 다들 알고 계시지요?
면접자 일동 : (어리둥절한다)
면접관 3 : (면접관 1에게) 채용 공고에 명시 안 했나?
면접관 1 : 아 이번 채용 공고에는 명시하지 않았습니다.
면접관 3 : 음, 아무튼. 내년부터는 회사가 서울 쪽으로 옮길 계획입니다. 참고하시면 됩니다.
그 : 네, 감사합니다.
면접관 4 : 지금 두 분이 지원하신 직무가 아무래도 해외영업이다 보니, 영어를 쓰셔야 합니다. 최근에 발생한 요소수 사태에 대한 의견을 영어로 말해보세요. 하얀 얼굴 씨부터 해보세요.
그 : (낭패다. 요소수가 영어로 무엇인지 모른다) K, I'm not sure It's right but, I'll name it as coal water.
(요소수의 원료가 석탄이니, 그는 일단 '석탄 물'이라고 말한다. 면접 후 확인해보니 요소수의 정식 영어 이름은 Urea Solution이다)
Accroding to news, Chinese government and Australian Government has an conflict and that result into export resctriction. Chinese government prohibited to import coal from Australia, but that action causes lack of coal in China. China doesn't have enough coal, so they decided to ban exporting the coal, which realated to Korean economy. Cause Korea higly rely on Chinese coal, Chinese action affect huge impact on our economy. We can't get an enough coal, so we cannot get enough coal water then the whole logistics system stopped, cause trucks need the coal water. So I think, It's important to diversify the raw material sources. In this case, we highly depend on one supplier, China, that supplier stopped selling the resources and we start to fall. I think we need to find another suppliers so we can diversify suppliers and protect our economy. (갑작스러운 주제의 질문이라, 그는 어떻게든 말하긴 했지만 중간중간 절었다)
면접자 2 : OK. I think, we have to manage coal water... ... (면접자 2는 그가 사용했던 Coal water라는 단어를 그대로 쓴다)
면접관 1 : 면접자 2 씨, 러시아어학과를 졸업하셨네요.
면접자 2 : 네 맞습니다.
면접관 1 : 러시아어를 어느 정도 하시나요?
면접자 2 : 아, 러시아에서 인턴도 했었고, 어느 정도 합니다.
면접관 1 : 러시아어로 자기소개해줄 수 있나요? 우리 회사가 러시아와도 거래가 많습니다.
면접자 2 : 아, 자기소개 말씀이십니까.
면접관 3 : 그, 지금 니콜라이 없나? (러시아인 직원인 듯하다)
면접관 2 : 니콜라이 지금 출장 갔어요.
면접관 3 : 음, 아쉽군.
면접관 1 : 러시아어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이 자리에 있는 저희는 러시아어를 하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느낌은 알 수 있으니까요.
면접자 2 : 아, 네. 어... 쓰바시바. @@#$%@!#$^$&($$$@#$%$%$^&*&(^%$... ... ...
면접관 3 : ... 면접자 2 씨, 러시아어학과 졸업생인데 러시아어가 그리 유창하지 않은 것 같네요. 어떻게 된 겁니까.
면접자 2 : (당황하여) 아, 그, 졸업한 지 조금 되어서 약간 까먹은 것 같습니다...
면접관 3 : 여러분이 지원한 직무는 해외영업입니다. 그런데 영업을 하기 위해서는, 팔아야 할 물건에 대해서 우선 알아야 해요. 그래서, 여러분이 입사하게 된다면 지방 공장에서 교육을 6개월 정도 받을 겁니다. 이 점에 대해서 괜찮나요?
그 : (면접관의 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네, 괜찮습니다!
면접자 2 : 네, 괜찮습니다.
면접관 3 : 지방 근무는 문제가 없다는 거죠. 다들 몸은 건강한가?
그 : 네, 문제없습니다!
면접관 1 : 그, 면접자 2 씨는 군대 면제를 받으셨다고요?
면접자 2 : 네, 어릴 적에 수술을 해서 면제받았습니다.
면접관 3 : 지금도 아프거나, 부작용이 있나요.
면접자 2 : 아닙니다. 어릴 적에 받았던 수술이고, 또 아프지는 않은데 왜인지 면제 목록에 포함되어 있어서 면제를 받아서요. 지금은 전혀 지장이 없습니다.
면접관 3 : 그렇군요. 해외 출장도 다들 가능한가요?
그 : 네, 가능합니다!
면접자 2 : 가능합니다!
면접관 1 : 아, 다들 백신은 접종하셨죠?
그 : 네, 2차까지 접종했습니다!
면접자 2 : ...
면접관 1 : 면접자 2 씨는요?
면접자 2 : 아, 저는 아직 접종하지 않았습니다.
면접관 1 : 1차도요?
면접자 2 : 1차도 접종하지 않았습니다.
면접관 1 : 왜 접종을 안 했나요?
면접자 2 : 아... 이번 전염병 사태가, 빨리 지나갈 것 같아서 아직 맞지 않았습니다.
면접관 1 : ...
면접관 3 : 음... 기다리다가 기회를 놓치는 타입이구만.
면접관 1 : 마지막으로, 회사에 궁금하거나 하고 싶은 말 하시고 면접 끝내겠습니다. 면접자 2부터 하세요.
면접자 2 : 네, 저는... ...
그 : 네, 우선 전염병 시기에도 이렇게 면접을 진행해주셔서 감사합니다. 35번째 기업 면접 준비를 하면서, 제 자신에 대해서도 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부디 면접에 합격하여, 35번째 기업이 그리는 미래에 함께하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면접이 끝나고, 그와 면접자 2는 면접 대기실로 돌아온다. 대기실에 돌아오니, 그새 도착한 면접자들이 꽉꽉 들어차 있다. 인사팀 직원은 면접 잘 보셨냐며, 면접비를 건넨다. 면접비를 받으며 그는 경쟁자들을 빠르게 훑는다.
훑어보니, 그의 경쟁자인지는 확실치 않다. 면접자 대부분이 외국인이다. 하얀 피부, 푸른 눈, 금발이거나 흑발의 외국인이다. 명찰에 적힌 이름을 보아하니, 전부 러시아인일 것으로 추측된다. 딱 한 명, 외모가 친근한 면접자가 있다. 그가 빠르게 명찰을 보니, 성은 한국식인데 이름이 외국식이다. 검은 머리 외국인이구나, 그는 생각한다.
인사팀 직원이 엘리베이터까지 바래다준다.
그 : 저기, 담당자님. 혹시 이번에 해외영업 직무를 몇 명이나 채용하시나요?
인사팀 직원 : 정확히 알려드릴 수는 없지만, 최대한 많이 채용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그 : 아,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최대한 많이 뽑으려고 한다. 그런데 면접조 5명 중 3명이 불참했다. 그는, 자신이 뽑힐 가능성이 꽤 클 것이리라 생각한다. 다만, 면접을 잘 봤는지는 확실치 않다. 같이 면접을 본 면접자 2보다 잘 본 것은 확실하지만, 면접관들은 그에게 그리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어쨌든 면접이 끝났으니, 마음은 후련하다.
밖으로 나와 집으로 가려는 그때, 면접자 2가 묻는다.
면접자 2 : 혹시 어느 방향으로 가세요?
그 : 지하철 역으로 갑니다.
면접자 2 : 아 같은 방향이네요. 저 잠깐 담배 좀 피워도 될까요?
그 : 네, 그러세요.
의도치 않게 면접자 2와 말문을 튼다. 면접장 밖의 면접자 2는, 그가 면접장에서 보았던 모습과는 딴판이다. 그는 면접자 2와 이야기를 나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