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번째 기업

절삭공구, 여성 CEO

by 하얀 얼굴 학생

35번째 기업은 '초경합금 절삭공구'를 제조하고 판매하는 기업이다. 쉽게 말해, 금속을 가공하는 공구를 제조한다. 금속을 가공하는 공구는, 금속보다 더 강력한 합금으로 만들어진다. 그는 해외영업 직무에 지원했다.


35번째 기업의 매출액은 1000억을 조금 넘는 규모이며, 전염병 시기여서 그런지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손실이 발생했다. 전년도 재무제표와 손익계산서에는 손실이 없으며, 전염병이 잦아들 것이라 판단했는지 손실을 봤음에도 채용 공고를 냈다.



여느 때처럼 자기소개서를 복사-붙여넣기 하던 와중, 35번째 기업의 마지막 문항이 눈에 띈다. 35번째 기업, 그리고 초경합금 절삭공구에 대해 서술하라는 항목이다. 기업이 크지 않고, B2B 위주의 알려지지 않은 업종이다 보니 답변을 작성하기 위해 조사를 하라는 의도인 듯싶다. 그는 해당 문항을 본 순간, 유튜브에서 보던 영상이 떠오르며 답변이 저절로 구성된다. 그가 작성한 35번째 기업 자기소개서는


1) 35번째 기업 지원 이유

- 실물 경제 이바지하겠다


2) 지원한 직무 필요 역량, 그 역량을 위한 본인 노력

- 소통, 협업 능력이 필요하다. 공놀이 동아리 경험


3) 35번째 기업 인재상 중 부합하는 것, 관련 이유 또는 경험

- 능동적, 호주 워킹홀리데이 경험


4) 입사 후 5, 10년 후 본인의 모습

- 주체적으로 발전하겠다


5) 35번째 기업 및 초경합금 절삭공구에 대해 서술하시오.

- 35번째 기업은 절삭공구 제조업을 영위하는 기업입니다. 초경합금 절삭공구는 이름 그대로, 초경합금으로 만들어진 절삭공구입니다.

초경합금 : 경도가 대단히 높은 금속입니다.

절삭공구 : 무언가를 자르거나 깎는 공구입니다.

초경합금 절삭공구는 경도가 대단히 높기 때문에, 금속 제품을 자르거나 깎는 용도로 사용됩니다. 즉 35번째 기업은 금속을 마음대로 가공할 수 있는 초경합금 절삭공구를 제조하는 회사입니다. 유튜브 알고리즘으로부터, 마음이 편안해지는 영상을 추천받는 경험을 해보셨을 겁니다. 그러한 마음이 편해지는 영상 중, 금속을 가공하는 영상이 있습니다. 쇳덩어리를 회전축에 고정시키고 고속으로 돌리면서, 막대기 같은 것을 갖다 대서 쇳덩어리를 일정한 모양으로 만들어내고 매끈한 금속 색깔을 드러내는 공정입니다. 개인적으로 원형 문고리를 만드는 공정을 많이 보았습니다. 이러한 공정과 영상에서 쇳덩어리를 매끄럽게 다듬는 막대기도 초경합금 절삭공구입니다.


그는 자신이 마지막 항목에 대한 자기소개서를 나름 잘 작성했다고 생각한다.




신경 써서 작성한 자기소개서를 인정한 것인지, 35번째 기업은 그에게 서류 합격 및 1차 면접 안내 메일을 보낸다. 그는 혹시라도 면접에서 질문을 받을까, 문고리 만드는 영상을 더 자주 보면서 면접 준비 자료를 만든다.


면접 준비 자료 제작을 위해, 그는 35번째 기업 홈페이지와 관련 기사들을 검색한다. 이전 기업들에 비하면 매출액이나 규모가 비교적 작은 편이라, 나름 수월한 편이다. 그런데 그의 눈길을 끄는 이야기가 있었으니, 35번째 기업의 회장에 관련된 이야기다.



35번째 기업은, 특이하게도 회장이 여성이다.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회장이 직접 가족사를 상세하게 밝힌 부분이 있다. 여느 기업들처럼, 35번째 기업도 원래는 회장이 남성이었다. 그런데 회장이 젊은 나이에 갑자기 건강이 악화되면서, 부인(현 회장)에게 자리를 넘긴 것이다. 부인은 평범한 주부였기 때문에, 갑자기 경영 일선에 뛰어드는 것이 상당히 힘들었다고 한다. 가뜩이나 초경합금 절삭공구 제조업이라는 35번째 기업 특성상, 업계 대부분의 사람들이 남성이었고 여성에 대한 분위기도 배타적이다.


남편(전 회장)은 아내(현 회장)를 위해서, 병석에 있는 기간 동안 준비를 해주었다. 입는 옷, 구두, 들고 다니는 가방부터 시작해서 펜과 같은 필기구까지 맞춰주었다고 한다. 어두운 색 계열의 옷과 구두, 각진 가방, 금속성 펜 등 아내가 업계 사람들에게 무시당하지 않도록 하기 위한 마지막 선물이자 배려다. 현 회장은, 경영 업무 적응은 물론 IMF 시기까지 극복하고 35번째 기업을 이끌고 있다. 그는 기사를 읽으며, 진정한 여성 CEO라고 생각한다.



매출액이 크지는 않지만 그의 기준인 1000억을 넘으며, 그가 선호하는 무거운 종류(금속) 제조업에, 직무는 해외영업이며 회장의 스토리도 감명 깊다. 이 정도 기업이라면, 크지는 않지만 커리어를 시작하기에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는 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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