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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번째 기업, 53번째 면접

최종 면접

by 하얀 얼굴 학생

39번째 기업, 재경 직무 신입 최종 면접


면접자 : 총 4명, 모두 남자

1차 면접 때 만났던, 몸이 둥글고 덩치가 있는 면접자 1

면접자 3 (별다른 기억이 없다)

회계사를 공부한 경험이 있는 면접자 4


면접관 : 총 6명, 모두 남자

맨 좌측, 생글생글 웃는 모습을 보이는 40대 면접관 1 (그는 인사팀 소속일 것이라 예상)

좌측 두 번째, 1차 면접관이자 재무 실세 차장인 40대 면접관 2

중앙 좌측, 눈이 작고 코가 둥글며 인상이 좋은 50대 면접관 3

중앙 우측, 검은 피부에 상고머리, 건설 소장 느낌이 나는 50대 면접관 4

우측 두 번째, 덩치가 크고 후리스를 입었으며, 큰 눈, 머리와 눈썹이 검고 숱이 많아 인상이 강한 면접관 5

맨 우측, 1차 면접관, 검은 피부, 회색빛 머리, 목소리가 걸걸한 50대 면접관 6


면접실은 대회의실로 보이며, 중앙 부분이 뚫린 커다란 나무 책상이 자리 잡고 있다. 면접관들과 면접자들은 서로 마주 보고 앉는다. 특이한 점은, 면접자들이 면접실에 입장하기 직전, 종이와 펜을 나눠줬다는 점이다. 어떻게 답변을 할지, 종이에 적어가며 정리를 한 뒤 말해도 된다고 한다. 최종 면접 자리는 항상 긴장되기 마련이다. 그는 손에 무언가라도 잡을 것이 생겨 좋다고 생각한다.


임원 면접관 중, 면접관 3/4가 핵심인듯하다. 면접관 3/4를 제외한 다른 면접관들은 거의 질문이 없다. 면접은 면접관 3/4가 개인적으로 궁금한 것을 물어보거나, 공통 질문을 하는 것으로 진행된다.





면접자 일동 : 안녕하십니까! (자리에 앉는다)

면접관 1 : 안녕하세요.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면접자 1 : 안녕하십니까! 39번째 기업에 지원한 면접자 1입니다. 저는 숫자와... ...

그 : 안녕하십니까! 39번째 기업 재경 직무에 지원한 지원자, 하.얀.얼.굴. 입니다! 저는 2가지 강점을 통해 저를 간략하게 소개하겠습니다. 첫 번째, 실행력입니다. 저는 호주 워킹홀리데이에서 3가지 목표를 달성했습니다. ... 두 번째, 친화력입니다. 저는 취미 생활인 공놀이를 통해 친화력을 길렀습니다. 공놀이를 하며 다양한 사람들과 팀을 이루며 친화력을 길렀다고 말씀드리겠습니다. ... 이상 두 가지 강점, 강한 실행력과 친화력을 바탕으로 39번째 기업에 기여하고자 합니다. 감사합니다!

면접자 3 : 안녕하세요. 저는... ...

면접자 4 : 안녕하세요. 저는... ...



면접관 4 : 면접자 4 씨, 학점이 왜 이래?

면접자 4 : 학창 시절 공부가 아닌 다른 것에 집중하느라 학점이 낮습니다.

면접관 4 : 음... 회계사 공부를 했다고?

면접자 4 : 네.

면접관 4 : 어디까지 붙었어.

면접자 4 : 1차까지 붙었습니다.


그는 면접자 4의, 회계사 1차 시험을 합격했다는 답변에 놀란다.


면접관 4 : 하얀 얼굴 씨도, 학점이 왜 이래?

그 : 저도 공부보다, 학교 밖에서 경험을 많이 쌓고자 하여... ... (방어형 답변이다)


면접관 4 : (뒤이어) 면접자 2 씨. ... 이건, 뭐라고 할 거야? (학점이 상당히 낮은 듯하다)

면접관 일동 : 허허허~

면접자 2 : 아, 저는... ... (기억나지 않는다)




면접관 3 : 하얀 얼굴 씨, 책을 많이 읽은 것 같네요. 인상 깊게 읽었거나 추천하고 싶은 책이 있나요?

그 : (1차 면접 때와 똑같이) 제레드 다이아몬드 교수의 저서 ‘대변동’을 추천드리고 싶습니다. 변화가 많은, 즉 위기의 때를 대변동이라고 저자는 말합니다. 그리고 그러한 위기, 대변동 속에서 국가가 어떻게 대처했나를 다룬 책입니다. 일본의 메이지 유신, 2차 세계대전 후의 독일 재건 등이 있습니다. 국가의 위기 대처에 관한 책이지만, 기업과 개인의 상황에도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해서 추천드립니다.

면접관 3 : (그를 보며) 최근 우리나라도 주변의 국제 정세가 복잡합니다. 최근 우리나라의 국제 정세에 대해 본인의 생각이나 말할 것이 있나요? (그의 의견을 말하라는 듯하다)

그 : (최대한 위험을 분산시키려) 음... 아직 제가 홀로 의견을 내지는 못했습니다만, 혹시 책을 읽고 조금 다르게 보인 부분에 대해 말씀드려도 되겠습니까.

면접관 3 : 그렇게 하세요

그 : '대변동'에서 폴란드의 사례를 읽었습니다. 폴란드는 러시아와 전쟁을 하면서 수많은 국토와 국민들을 잃은 역사가 있습니다. 이러한 역사적 경험으로 인해, 폴란드는 소련과 러시아에 굽신거리는 듯한 모습을 보입니다. 굳이 러시아가 뭐라 하지 않더라도, 폴란드는 언론까지 자체 검열하며 러시아의 비위를 맞춥니다. 주변의 유럽 등 폴란드의 역사를 모르는 국가들은 이런 폴란드를 놀리며 자존심이 없다고 합니다. 하지만 역사적 배경을 보면, 폴란드는 러시아의 바로 옆이라는 지리적 위치에서 살아남기 위해 전략을 구사하는 것입니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현 정권 들어서 친중국 행보를 보이고 있습니다. 많은 국민들이, 왜 중국에 굽신거리느냐며 비판하곤 합니다. 공산주의인 중국보다는, 동맹국인 미국이나 자유주의 서방 국가들에 더 잘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고 말입니다. 저도 처음에는 그렇게 생각했었지만, 폴란드의 사례를 읽으며 생각이 조금은 바뀌었습니다. 현 정권의 친중국 행보 또한, 우리나라의 지리적 위치와 역사를 돌아보았을 때, 무작정 비판할 수만은 없는 어쩔 수 없는 조치일 수도 있다고 생각하게 됐습니다.

면접관 3 : 음... 궁금한 게 더 있지만 시간 관계상 이쯤 하겠습니다.


그는 자신의 책 어필이 통했다고 생각한다.




면접관 3 : 여러분이 지원한 재경 직무는, 숫자를 다루는 직무입니다. 숫자는 기업의 언어다. 자신이 재경 직무를 수행함에 있어, 이러한 부분에 강점이 있다는 것을 말해보세요.

면접자 1 : 저는... (기억나지 않는다)

그 : 저는 ... (기억나지 않는다)

면접자 3 : 저는... (기억나지 않는다)

면접자 4 : 저는... (기억나지 않는다)



면접관 1: 하얀 얼굴 씨, 운동 대회에서 우승을 했다고 했는데, 무슨 대회인가?

그 : 시에서 주관하는 조그만 대회였습니다. 제 체급의 인원도 얼마 되지 않았고, 운 좋게 2등을 했습니다.

면접관 4 : 운동을 오랫동안 한 거야?

그 : 군대 전역 후 5개월 정도 해서 낸 성과입니다.

면접관 4: 어떻게 5개월 만에 2등이나 했나?

그 : 아, 제가 타고난 힘이 좋은 것 같습니다.

면접관 일동 : 하하하~



면접관 3/4의 질문이 계속 이어지고, 생각보다 면접이 길어진다. 그러나 면접자들은 미리 지급받은 종이에 답변을 구상할 시간이 없다. 면접관 4는 성격이 꽤 급한 듯하다.


면접관 4 : 다들 군대는 어디 나왔나? 해병대 나온 사람 있나? (그는 면접관 4가 해병대 출신일 것이라 짐작한다)

면접자 1 : 육군 나왔습니다.

그 : 육군 나왔습니다.

면접자 3 : 육군 나왔습니다.

면접자 4 : 육군 나왔습니다.

면접관 4 : 뭐야, 해병대 없어?



면접관 4 : 자, 다들 취미가 뭔가? 너무 길게 얘기하지 말고. 짧게, 짧게 답변해요.

면접자 1 : 저는 헬스를 좋아합니다... ...

그 : 저는 공놀이와 독서를 좋아합니다. (더 자세히 이야기하려 했으나, 면접관 4의 표정을 보고는 멈춘다)

면접자 3 : 저는 음악 감상과 명상을 좋아합니다.

면접관 4 : (갑작스럽게) 음악 감상이랑 명상이 취미라고? 그게 무슨 취미야

면접자 3 : (당황한 듯) 아, 하하...

면접관 4 : 몸을 움직이고 해야 스트레스도 풀리고 하는 거 아냐? 나는 그렇던데. 가만히 앉아서 음악 듣고, 명상? 가만히 앉아서 음악 듣고 명상하는 게 뭐가 좋은지 난 잘 모르겠더라니까.

면접자 4 : 저도 운동을... ...



면접관 4: 하얀 얼굴 씨, 자격증 같은 거는 따로 준비는 안 했나?

그 : 네 준비는 하지 않고 책을 보았습니다.

면접관 4: 아니 그러니까, 우리가 평가할 수 있는 거는 없지 않느냐는 말이야.

그 : 아 해당 부분은... 스펙보다 다른 부분에 집중했습니다. 혹시라도 기회가 된다면, 제가 정리한 도서 목록 자료를 꼭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그는 이 부분에서, 면접이 망했다고 생각한다)



면접관 3 : 오늘 다들 회사 면접 본다고 하고 나왔을 텐데, 아버지께서 뭐라고 하셨나요?

면접자 1 : ... ... (기억나지 않는다)

그 : 우리 아들, 차분하게, 너무 말 많이 하지 말고. 라고 하셨습니다.

면접관 4 : 지금 이미 충분히 말 많이 하고 있어!

그 : 아, 그런 것 같습니다. 하하...

면접자 3 : .. ... (기억나지 않는다)

면접자 4 : ... ... (기억나지 않는다)


면접관 4 : 그래요. 시간이 벌써 이렇게. 지금 제가 갖고 있는 이게, 여러분 인성 검사 결과 종이예요. 여기 보면, 여러분들 모두들 계획성이 뛰어나다고 나왔어요. 재경팀에서 일하려면 꼭 필요한 역량인데, 다들 이 역량을 갖춘 것으로 나왔네요. 어떻게 이럴 수가 있지? 그러니까, 여기 계신 분들은 다 재경팀에 어울리는 인재들이라는 말이에요. 오늘 면접은 여기까지입니다. 이제 우리도, 면접 본 내용을 바탕으로 좀 우리끼리 얘기를 해봐야겠으니까? 그러고 나서 결정을 내리도록 할게요. 수고했어요.

면접자 일동 : 감사합니다!




면접자들이 밖으로 나온다. 면접관 4로 인해, 질문이 폭풍같이 몰아친다고 느껴진 면접이었다. 면접자들은, 면접 시작 때 받았던 A4용지를 다시 들고 나왔다. 그는 빽빽하게 적고 답변을 구상하리라 생각했지만, 그럴 만한 여유 시간이 없었다. 면접자들의 A4용지는 백지에 가깝다.


인사팀 직원과 함께 지하로 내려가, 면접비를 받는다. 1차 면접 때와 동일한, 은행에서 방금 출금한 듯한 빳빳한 3만 원이다.



그는 39번째 기업에 대해 별 감흥이 없다. 업계도 회사 정보도 많이 공개되지 않은 데다, 인사팀 직원의 인상은 좋지만 임원들의 인상은 특별한 것이 없었다. 무엇보다, 최종 면접을 약간 망친 듯하다. 면접관들의 입에서 웃음이 나오게 하긴 했지만, 면접관 4는 그에게 스펙 등의 증거를 요구했다. 그에게는 그 증거가 없었다. 독서를 했다며 얼버무렸지만, 면접관 4의 귀에 들렸을지는 알 수 없다.


39번째 기업도, 최종 면접에서 탈락이겠구나. 하지만 괜찮다. 그는 믿는 구석이 있다. 2차 면접까지 통과하고 3차(최종) 면접 결과를 기다리는 33번째 기업이 있으니 말이다.


오전 면접이 끝났으니, 한결 가벼워진 마음으로 그는 다음 기업으로 향한다. 40번째 기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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