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사막여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하얀 얼굴 학생 Mar 02. 2023

어머니와 같이 잘 때

어머니

 이부자리에 누워 잠에 드는 순간까지도 몸이 가렵다. 그는 어머니에게 등을 긁어달라고 한다. 어머니가 등을 긁어주거나 쓸어주면, 가려움이 해소되면서 잠이 솔솔 온다. 그렇게 그의 눈이 감기면, 어머니의 밤은 그때부터 시작이다.



 아토피를 앓는 모든 이들이 동일한지는 모르겠으나, 그는 밤에 잠을 자는 와중에 특히 심하게 긁었다. 낮에는 생각이라는 것을 할 수 있기 때문에, 긁고 난 뒤의 후폭풍이 두려워서라도 억지로 가려움을 참는다. 가려운 부위를 때리든, 약을 먹든, 어쩔 수 없이 손톱을 대더라도 중도에 멈추고자 한다. 가려움이 사라지는 그 순간까지 그저 긁어대지는 않는다. 물론 아무리 긁어도 가려움이 사라지는 순간이 오지는 않을 테지만.


 하지만 밤에 잠을 자고 있는 동안에는, 생각이 멈춘다. 생각이 멈추고 기억도 나지 않는데, 그런 와중에도 가려움은 느끼는가 보다. 잠에서 깨어나는 순간부터, 몸 전체에서 버석버석하고 따가운 느낌이 난다. 그야말로 쾌락 없는 책임이다. 차라리 시원하게 벅벅 긁은 것이 기억이라도 난다면. 그런 기억은 없는데, 아침에 일어나면 몸 여기저기 난리가 나 있다.

 밤새 긁어댄 상처에서 나온 피와 진물이 말라붙은 것, 그 위를 또 긁어 말라붙은 것이 때처럼 밀려 손톱에 낀 것, 손톱 사이에 낄 공간이 없어 피부에 때처럼 잔류해 있는 것, 이외에도 그의 피부가 비정상적으로 배출하는 각질과 살 껍질, 딱지.

 잠에서 깨자마자 그는 인상을 잔뜩 찌푸리고, 얼굴만 빼놓고는 애벌레처럼 이불을 목까지 감싼다. 오늘은 또 어디에 무슨 상처가 났을까. 이불과 베개에는 피가 묻었을까. 눈을 뜨고 싶지도 않다.




 밤마다 이 모양이니, 그의 어머니는 그를 가만둘 수가 없다. 손에 양말을 신겨보았지만, 그는 무의식 상태에서도 손쉽게 양말을 벗어던지고는 벅벅 긁어댔다. 손에 양말을 신기고 고무줄로 양말의 발목 부분을 조여보았다. 소용없다. 결국 어머니는 곁을 지키다가 그의 옆에서 같이 잔다. 같이 자는 날이 점점 많아진다. 결국 매일같이 같이 잔다.


 양말 다음으로, 어머니는 그의 몸에 로션을 발랐다. 초등학생, 중학생, 고등학생. 몸만 큰 아들의 몸 여기저기에 보습 로션을 바른다. 그는 로션이 싫었다. 상처, 피, 진물, 각질 등으로 피부는 이미 극도로 예민해져 있다. 그냥 피부를 건드리는 것 자체가 싫었다. 그런 몸에 로션을 바르라니, 미끌한 크림 같은 것이 상처에 닿는 순간 이미 그의 눈동자가 돈다. 그냥 닿는 것도 싫은데, 문지르면서 넓게 펴발라야 한다? 하도 난리를 쳐서, 깨어있는 동안에는 로션을 바를 수가 없다. 그가 자고 있을 때나 가능하다.

 

 

 아침에 눈을 뜰 때마다 버석거리는 느낌과 따가움으로 인해 짜증이 난다. 그런데 손에 양말이 신겨져 있으면, 그는 화가 끓어올라 신경질적으로 손에서 양말을 벗겨내 집어던졌다. 신경질적으로 벗는 찰나, 양말 끝에 피라도 묻어 있으면 더욱 성질이 났다.


 몸의 일부분이 미끌거리거나, 미처 다 흡수되지 않은 로션이 보이기라도 하면 그는 참지 못한다. 피부에 남아있는 로션을 없애려 옷이나 이불에 닦거나, 괜히 한번 흡수시켜 보겠다고 손으로 문대다가 또 몸에 열이 올라 득득 긁었다.



 상쾌해야 할 아침, 양말과 로션은 그의 신경을 거스르는 것들이었다. 아니, 무엇이 됐건 마음에 들지 않았을 터다. 그를 위한 것이었건만, 그는 기억하지도 감사하지도 않았다. 한껏 성질이 날 때마다, 그는 애꿎은 어머니에게 분노의 화살을 돌렸다. 곁을 지키다 잠이 든, 아직 자고 있는 어머니에게 화가 치밀었다.


 아토피를 앓으면서 그는, 참으로 패륜적인 생각을 많이 했다. 계속되는 가려움, 갈수록 심해지는 피해의식이 그를 잠식한다. 그는 이러한 상황을 이겨낼 만큼 성숙하지도, 강인하지도 못했던 것 같다.



 일관성 있게 철이 없는 그는, 깨어있을 때도 언제나 어머니를 찾았다. 시도 때도 없이 어머니에게 등을 긁어달라고 한다. 가족 중 어머니가 긁어주는 것이 가장 시원했다. 등부터 시작해서, 나중에는 목까지 긁어달라며 들이미는 지경에 이른다. 어머니가 그의 피부 상태를 보고 손톱을 세우지 않으면, 시원하지 않다며 또 짜증을 냈다.


그는 손이 많이 가는 아이였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 아직도 엄마랑 자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