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그는 때때로 아버지와 함께 잤다. 그럴 때는 주로 거실이었다.
자면서 몸을 긁어대는 그에게, 어머니는 양말을 신기거나 로션을 발랐다. 아버지의 방식은 달랐다.
그가 처음 알게 된 것은, 아마 식사 자리였을 터다. 간밤에 자면서도 몸을 긁어대길래, 긁고 있는 것을 저지했노라고 했다. 그랬더니 그가 손을 후다닥 내리고는 조용히 잠을 자더란다. 잠시 뒤, 옆에서 또 긁는 소리가 났다. 다시 저지하니 또 후다닥 손을 내리고는 자더란다. 아니나 다를까, 잠시 뒤 또 긁는 소리가 났다. 다시 저지하려 몸을 일으키니, 소리만 듣고도 그가 혼자서 파바박 손을 내리고 가만 있더란다.
이야기를 하는 아버지는 기분이 좋아 보인다. 어차피 기억이 나지도 않으니, 그는 웃는 아버지를 따라서 같이 웃었다. 엄한 아버지가, 그 자신으로 인해 웃는다는 것 자체가 기분이 좋았다. 어린이는 어른에게 잘 보이고 싶은 마음, 아니 본능이 있나 보다.
그러던 어느 날, 말로만 듣던 자신의 상황을 그는 마침내 마주하게 된다. 삐약거리는 듯한, 이상한 소리와 함께 그는 잠을 깼다. 거실에서 잠을 자던 중, 새벽인 듯하다.
어떻게 강제로 잠이 깬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일단 무언가에 놀란 것만은 확실하다. 다시 잠을 자려 가만히 있으니, 여지없이 몸이 가렵다. 왠지는 모르겠지만 본능적으로 주변을 살핀 뒤, 소리가 최대한 덜 나도록 이불 속에서 조심스레 득득 긁는다.
아뿔싸, 소리가 들렸나 보다. 긁고 있던 쪽 손의 손목이 둔탁해진다. 잠시 긁는 것을 멈췄지만, 가려움은 가시지 않는다. 긁다가 도중에 멈췄기 때문에, 오히려 더더욱 가렵다. 결국 또 손을 댄다.
곧이어 이번에는 귀에서 한 차례, 삐약거리는 소리가 난다. 훗날 그가 거친 운동을 하며 깨달은 사실인데, 삐약 소리는 귀가 귓구멍을 덮었다가 열리면서 나는 소리다. 평소에는 뒤통수 방향으로 펼쳐져있던 귀가, 외부 영향으로 인해 급작스럽게 귓구멍을 덮었다가 열리는 소리다. 귀가 접히면서 귓구멍을 덮었거나, 아니면 뭐, 알 수 없는 외부 물체가 덮었거나.
삐약 소리가 날 때면, 눈에서도 불빛 같은 것이 번쩍 도는 듯하다. 가려움이 계속 몸을 기어다니긴 하지만, 다시 긁을 만한 용기는 없다. 괜히 숨소리까지 죽이며, 주변의 눈치를 살핀다. 그 와중에도 몸은 계속 가렵다. 방법을 찾아야 한다. 손을 살며시 대고, 이번에는 긁는 게 아니라 손톱으로 누른다. 이 방법은 소리가 들리지 않나 보다. 다행이다.
가려운 곳을 손톱으로 꾹 누르며, 어두컴컴한 주변 눈치를 살핀다. 그렇게 있는데 괜스레, 갑자기 눈에서 눈물이 나온다.
도대체 내가 뭘 잘못했길래, 왜 이렇게 있어야 되는 거지?
베개와 이불에 얼굴을 파묻는다. 혹시라도 우는 것이 들키면, 보나마나 또 귀에서 삐약 소리가 날 터다. 당장의 서러움보다, 들켰을 때의 두려움이 더 크다. 터져나오는 울음을 삼킨다. 코에 콧물이 그득히 들어찬다. 그래도 들이마시는 것을 가능한 한 억제한다. 한 번에 들이마셨다간 큰 소리가 나올 테니, 나눠서 조용히 들이마셔야 한다.
이후에도 한 두 차례, 그는 밤에 이런 식으로 삐약 소리를 듣고 깼던 기억이 흐릿하게 있다. 그때마다 울었는지는 확실치 않다. 다만 그런 밤을 보내고 나면, 아침에 깨는 순간 자신 안의 무언가가 달라진 것 같다는 느낌이 들곤 했다.
어린 그가 억울하고 서러웠던 것은 맞다. 자기연민, 서러움, 억울함에 터져나오는 울음소리를 삼키며 베개에 얼굴을 파묻고 이불을 싸맸으리라. 훗날 돌이켜보았을 때, 다행히도, 그에게 개인적인 악감정이 남아있는 것 같지는 않다. 그가 어렸을 적에는 학교에서도 체벌이 있었고, 가정도 엄한 편이었다. 상처 위를 벅벅 긁는 그의 모습에 속상했던 것이겠거니, 대하는 방식이 서툴렀던 것이겠거니 한다.
그때는 그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