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눈을 뜬다. 목이 따갑다. 심할 때는 가슴과 배, 등까지 포함한 상체 전체에 불쾌함이 퍼져있다. 간밤에 그의 손톱이 또 어디를 얼마나 헤집어 놓았을까.
조심스럽게 손을, 따가움이 느껴지는 부위로 가져간다. 팔을 움직이는 순간, 팔과 이어져있는 겨드랑이마저도 따갑지만 당장 확인해야 할 부위는 따로 있다. 목부터 시작해서, 쇄골과 가슴 위쪽을 만져본다. 따갑다. 날카로운 손톱자국, 찐득한 진물, 진물이 말라붙고 피 딱지가 생기며 피부가 오그라들듯 당기는 느낌. 목은 언제나처럼 가로 세로 골고루 긁혀 있다. 쇄골은 나름 억울한 부위다. 목이나 주변을 긁다가 의도치 않게 쇄골 뼈에 손톱이 걸려서 생긴, 세로로 파인 상처 위주다.
혹시, 혹시나 오늘 아침은 다르지 않을까. 상처가 조금 덜 나지 않았을까. 헛된 희망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헛된 희망을 품고 몸 여기저기를 만져본다. 역시나. 기분이 급락한다. 또 긁었구나. 어제와 똑같은 시작이다. 목을 중심으로, 상처 난 곳이 시리다. 이불을 목 부위에 붕대마냥 동여맨다. 이불에 피가 묻고 여기저기 각질이 흩어지겠지. 신경 쓸 겨를이 없다. 있는 대로 인상을 쓴다. 일어나는 순간부터 미간이 구겨진다.
눈을 뜨고도, 몸에 이불을 친친 동여매고 웅크린 상태로 한참 시간을 죽인다. 이불을 벗어나, 몸을 곧추세우는 순간이 겁이 난다. 밤새 긁어놓은 상처들, 미처 아물지 못한 상처들이 공기에 노출되면서 따갑고 시리겠지. 웅크린 상태에서 피와 진물로 간신히 말라붙은 것들이, 몸을 일으키는 순간 쩍쩍 떨어지면서 또 한 번 상쾌한 아침을 선사하리라. 그냥 이대로 누워만 있었으면. 아무것도 하고 싶지가 않다.
한참 시간을 죽이다가, 등교를 위해 어쩔 수 없이 몸을 일으켜 세운다. 움직일 때마다 새로운 부위가 갈라지며 버석함과 따가움을 선사한다. 가끔씩, 그는 자신의 이부자리를 손으로 쓸어 봤다. 눈에 보이지 않게 퍼져있던 모래 알갱이 같은 것들이, 쓸면 쓸수록 한 곳으로 모인다. 검은색, 갈색, 검붉은 색의 조그만 알갱이들. 그의 몸에서 떨어져 나온 각질과 딱지다. 모아서 손바닥 위에 올려본다. 그를 이루는 신체의 일부, 피부의 일부였겠으나 그는 이 모래 알갱이들을 볼 때마다 성질이 난다. 버석한 쓰레기들. 그가 등교하면 어머니가 매일같이 이불을 바깥에서 털었으리라.
되도록 이불과 베개를 자세히 보지 않으려 하지만, 스쳐가는 시야에 핏자국이 보일 때가 있다. 손가락과 손톱에도 핏자국이 있는 것 같기도 하다. 한술 더 떠 손톱에는 검붉은 때 같은 것이 잔뜩 껴 있다. 반항심과 피해의식이 고조된다. 아침부터 피를 보다니. 잘 모르겠지만 생리가 이런 기분인 것일까. 그는 어처구니가 없다.
이 상태로 샤워는 또 어떻게 해야 하나. 다 죽여버리고 싶다.
몸을 일으킨다. 아침에 이불을 벗어나 화장실까지 걸어가는 순간이 가장 싫다. 피부에 닿는 공기가 너무 차갑다. 상처 난 곳이 너무 시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