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시절 어느 때, 그는 같은 학급 친구들이 이야기하는 것을 듣고 있었다. 그가 대화에 참여한 것은 아니었고, 거리도 약간 있었으므로 그의 귀에는 이야기가 드문드문 들렸다. 그런데, 그의 귀에 순간 박히는 것이 있다.
- ... ... 어제 엄마랑 자는데...
- 야, 니 아직도 엄마랑 자냐?
- 어?? 아니, 그러니까 그게...
- 야, 아직도 엄마랑 자는 애가 있네!
엄마랑 자느냐고 묻는 아이는, 키가 크고 목소리도 굵고(변성기가 빨리 왔을 터다) 축구를 잘하는 아이였다. 다른 한 명은 기억나지 않는다. 축구를 잘하는 아이의 말에, 다른 아이는 당황한 듯하다. 말을 더듬으며 횡설수설, 변명 아닌 변명을 한다. 축구를 잘하는 아이는, 주변에 있던 아이들에게 돌아가며 묻는다.
- 야, 너 엄마랑 자냐?
- 아니.
- 야, 너는?
- 나는 유치원 때부터 혼자 잤지.
- 너는?
- 당연히 아니지
...
어린 남자아이들 특유의 허세인지, 다들 혼자 잔다며 으스댄다. 멀찍이서 대화를 듣고 있던 그는, 속으로 뜨끔한다. 그는 어머니와 거의 매일 같이 자기 때문이다. 그에게는 너무나도 당연한 것이어서, 무엇 때문에 다른 아이들이 저렇게 말하는지 오히려 뒤늦게 파악했을 정도다. 축구를 잘하는 아이는, 조금 떨어져 있던 그에게까지 찾아와 묻지는 않았다. 그는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변명일지 모르겠지만, 그는 아토피로 인해 매일같이 어머니와 함께 잤다. 가려움은 밤에도 계속되며, 그는 밤마다 가족들에게 등을 긁어달라고 들이밀었다. 이부자리에 누워서도 가려움은 그치지 않았고, 그의 어머니가 등을 조금이라도 긁어주어야 잠에 들었다. 그가 잠에 든다고 끝이 아니다. 가려움은 무의식 중에도 끊이질 않는지, 그는 자면서도 몸을 긁어댔다. 그의 어머니는 날뛰는 그의 손톱을 막으려 손에 양말을 신기는 등 몇몇 방법을 시도했지만 모두 실패했다. 그는 잠을 자면서도 양말을 손쉽게 벗어던졌고, 결국 그의 어머니가 매일 밤을 새다시피 하며 그의 옆을 지켰다.
그는 가려움으로 인해 자신이 가장 고통받는다고 생각했겠지만, 정작 그로 인해서 가장 고생한 것은 그의 어머니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