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개팅이라는 것을 주선받았다. 그에게는 첫 소개팅이다. 원래 대학생 시절에 과팅이나 소개팅을 많이 한다고들 하는데, 그는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다. 소개팅이라는 것도 일종의 면접이다. 꾸미고, 차려입고, 가면을 쓰고, 상대방에게 잘 보이고자 어필하는 면접. 그는 대학생 때부터 이미, 자신이 꾸미는 것과 면접에는 젬병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는 '자만추'라는 이름 아래, 진정한 자신을 봐주는 이성과의 만남을 꿈꿨다.
그랬던 그도 직장인이 되고 나이가 드니 조금씩 조바심이 들었나 보다. 회사-집-운동을 반복하는 일상. 세 가지 장소 모두, 연애할 수 있는 또래 이성을 만날 확률은 희박하다. 자연스럽게 만난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에 가까워진다.
사실 소개 이야기는 제법 꾸준히 나왔었다. 겁이 나기도 해서 거절했다. 지금 하고 있는 일도 확실치 않은데, 직장을 때려치네 마네 하고 있는 와중에 연애가 가당키나 한가. 새로운 사람을 만날 수 있는 정신 상태는 맞는 건가... 몇 번이고 거절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외로움이 엄습해 온다. 소개팅 통해 많이들 만난다던데. 결국 그도 '자만추'에 대한 집착을 내려놓고 소개팅을 받는다.
손에는 향이 나는 핸드크림도 발랐다. 사놓고서 안 쓴지 한참 지난, 나름 유명한 브랜드의 제품이다. 향이 좋긴 하나, 평소에는 없던 향이 나니 조금 어색하다.
속내를 간파당한 것인지 대화를 이어가기 위해서인지, 상대방이 물었다.
- 요즘 제일 고민이 뭐예요?
- (어떻게 대답할까 고민하다) 아무래도... 커리어죠.
- 커리어 어떤 게요?
- 이 일이 맞는건가 할 때가 있어요. 사무직 대부분이 느끼는 감정일 수도 있고요.
- 맞아요. 저도 동감해요.
- 지금 하고 계신 일이 꿈이라고 하지 않으셨어요?
- 꿈은 맞는데... 저는 하루하루 일을 끝내다 보니까. 다른 분들 보면 장기적으로 프로젝트 같은 것도 많이 하시잖아요? 그런 게 좀 부럽더라고요. 말씀드린 것처럼 하루하루 일하는 게, 어떻게 보면 하루살이 같기도 하고요.
- 장기적으로 하시는 것도 있는 거잖아요? 그리고 꿈꾸던 일을 하시는 거니까,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셔도... ...
- 취미가 뭐예요?
- 아, 저 운동 좋아해요.
- 어떤 운동하세요?
- '특이한 운동' 합니다.
- '특이한 운동'이요? 와 진짜 신기하네요! 시작한 지 얼마나 되셨어요?
- 얼마 안 됐어요. 한 1년 됐을 거예요.
- 와 진짜 특이하네요. 이따 집 가면 머릿속에 '특이한 운동'만 기억날 거 같아요.
- (웃으며) 아 그런가요.
그가 하는 운동이 약간 특이하긴 하다. 그는 자신의 부족한 매력을, 특이한 운동이라는 취미로 보완하려는 것은 아닐까. 별 생각이 다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