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카르마2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하얀 얼굴 학생 Jun 11. 2023

6 - 사업부장 신입사원 교육

전투, 전략, 취합(?)

 그는 전반적인 사업과 기술 관련하여 동영상 교육을 시청하면서, 가끔 팀장에게 1대1 교육을 들었다. 이번에는 임원의 교육이다. 공교롭게도 그의 자리는 임원실 앞이다. 그냥 앞도 아닌, 말 그대로 코앞이다. 사업지원팀 특성상, 임원을 가장 가까이에서 보필해야 하기 때문이리라. 이 임원은 IT사업부에서 가장 높은 사업부의 '장', 즉 사업부장이다.


  사업부장 : 그래, 이름이 뭐라고?

  그 : 안녕하십니까. 하얀 얼굴 사원입니다!

  사업부장 : 그래, 얼굴아. 동기가 몇 명이지?

  그 :  (그도 자세히 모른다) 대여섯 명 정도입니다!

  사업부장 : 그래. 위층 관리팀은 빼고, IT 애들만 모이라고 해. 이따 10시부터 교육 진행할 테니까. 장소는 내 방에서.

  그 : 알겠습니다!

  사업부장 : (가려다가 다시 돌아와서) 이참에 아예 너가 단톡방을 만들어. 그래서 앞으로 거기 공지도 하고.

  그 : 알겠습니다!



 사업부장의 말대로, 그는 단톡방을 개설한다. 임원의 명에 따라 수행하는 것이니, 묵직한 책임감이 느껴지는 것 같다. 하지만 동시에, 무언가 살짝 쎄한 느낌도 든다.


단톡방 내부

  그 : 안녕하세요 동기님들. 하얀 얼굴 사원입니다. 오늘 임원께서 신입사원 교육 진행하신다고 해요. 임원실로 9시 50분까지 와주실 수 있나요?

  동기들 : 네 가능합니다. 

  그 : 감사합니다. 9시 50분 임원실에서 뵙겠습니다.



 교육 10분 전, 임원이 다시 그에게 묻는다.

  사업부장 : 공지했니?

  그 : 네!

  사업부장 : 몇 명이니?

  그 : 관리팀 빼고 4명입니다!

  사업부장 : 그래. 아 내가 파일 보내줄 테니까, 출력 좀 해줄래? 교육 듣는 사람들 인원수에다가, 내 것까지 해서.

  그 : 알겠습니다!


 사업부장은 자리로 돌아가더니, 메신저로 파일을 보낸다. 사업부 인재상이 적혀있는 PPT 파일이다.


  사업부장 : (자리에서 목소리를 약간 높여) 내 것까지 포함해서 1장씩 출력해서 테이블에 놔줘

  그 : (자리가 코앞이므로 잘 들린다. 임원실로 달려가) 알겠습니다!

 



사업부장 교육

  사업부장 :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IT사업부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신입사원 일동 : 안녕하십니까!

  사업부장 : 그래요. 이름이 어떻게 되죠?

  동기 1 : ㄱㄱㄱ입니다.

  사업부장 : 전공은?

  동기 1 : IT입니다.

  사업부장 : 이름이 어떻게 되죠?

  동기 2 : ㄴㄴㄴ입니다.

  사업부장 : 전공은?

  동기 2 : 지리학입니다.

  사업부장 : 이름이 어떻게 되죠?

  동기 3 : ㄷㄷㄷ입니다.

  사업부장 : 전공은?

  동기 3 : IT입니다.

  사업부장 : (그를 보며) 얼굴이고.

  그 : 네!

  사업부장 : 전공은?

  그 : 경영입니다.


 사업부장은 화이트보드에, 그를 포함한 신입사원들의 이름과 전공을 적는다. 이어서, 직무를 묻고 직무까지 적는다.


  사업부장 : 맡은 직무가 뭐죠?

  동기 1 : Cloud입니다

  동기 2 : Cloud에서 써드파티 맡고 있습니다

  동기 3 : 컨택센터입니다

  그 : 사업지원입니다.


  사업부장 : 그래요. 다양한 파트에 다양한 분들이 들어오셨네요. 지금 하는 교육은, 우리 회사가 어떻게 걸어왔는지, 그리고 앞으로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 그리고 여러분이 어떻게 성장할지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려 해요. 앞으로도 계속 이런 자리를 만드려고 하니까. 편하게, 우리 IT사업부는 딱딱하고 그런 거 없어요. 수평적이고 편안한 분위기를 지향합니다. 그러니까 궁금한 게 있으면 언제든지 편하게 이야기해요.

  신입사원 일동 : 네!



사업부장의 교육 내용은, S 팀장의 교육 내용과 겹치는 부분이 꽤 많았다. S 팀장이 발표 자료 없이 즉흥적으로 교육하는 식이었다면, 사업부장은 발표 자료를 띄우고 목차에 따라 교육을 한다. 큰 흐름은 비슷하나, 세부 내용은 약간씩 다르다.


  사업부장 : 우리 회사는 원래 전기 공사, 통신 사업을 시작해서... ... CDN을 거쳐서... ... 지금 이렇게 현재 IT사업부로 거듭나게 되었습니다. 현재 우리가 영위하고 있는 사업에는, 여러 경쟁자들이 있어요. 아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AAAA와 BBBB라는 회사예요. AAAA가 1순위, BBBB가 지금 우리랑 2위를 다투고 있어요. 마켓쉐어로 치면... 얘가 한 70? 나머지가 10 20? 아냐 AAAA가 60, 나머지가 20.

  동기 3 : 매출은 어느 정도 되나요?

  사업부장 : 매출은 AAAA가 0000억, 나머지가 0000억 정도 됩니다.


  사업부장 : AAAA 같은 경우는, 인원수만 해도 우리의 몇 배에요. 가용한 자원이 많습니다. 그래서 얘네는, 음, 전쟁으로 비유를 하자면. 모든 전장에 인원을 투입해요. 전선이 이렇게 있다고 치면(화이트보드에 길게 선을 그린다), 모든 전선에 인력이 투입되는 거죠. 그럴만한 인원과 자원이 있고.

 우리는, 그만한 자원이 없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소규모 정예로 집중하는 전략으로 갑니다. 우리가 인력을 투입하지 못하는 곳은 어쩔 수 없지만, 우리가 들어가는 곳에서만큼은 반드시 성과를 낼 수 있도록. 그래서 다른 회사들에 비해서 우리 인력들은, 멀티플레이가 가능한 인재들이에요. 어디에 투입되든 성과를 낼 수 있으니까. 여러분들도 아까 말한 직무들에서 전문성을 키운 다음에는, 다른 분야를 하나씩 더 할 수 있어야 해요. Cloud면 CDN까지 할 수 있다던지, 콜센터면 Cloud까지 할 수 있다던지. 사업지원도 마찬가지고.


 

 사업부장의 교육에, 그는 그냥 고개를 끄덕이며 듣는다. 하지만 IT 동기들은 궁금한 것이 꽤 많은 듯하다. 동기들이 몇몇 질문을 했으나,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는다. 나중에 친해진 뒤에 들은 바로는, IT 동기들은 사업부장이 교육했던 내용이 인력을 갈아넣는다는 말로 들렸다고 한다. 




 교육이 끝나고, 동기들은 다시 자리로 돌아간다. 사업부장이 그에게 말한다.

  사업부장 : 얼굴아, 동기들이랑 단톡방 팠니.

  그 : 네!

  사업부장 : 오늘 내가 교육한 내용, 어땠는지 피드백을 취합해서 나한테 줘. 좋았던 점은 뭐고, 아쉬웠던 점은 뭐였는지. 양식은 상관없으니까 자유롭게 해서. 아, 무기명으로 하고.

  그 : 알겠습니다!


 사업부장의 첫 업무지시. 자유로운 양식이라. 아는 것이 전무한 그로서는, 자유로운 양식이라는 말이 너무나도 어렵다. 물론 어떤 양식을 지시했다 하더라도, 컴퓨터에 익숙하지 않은 그로서는 한참을 해맸을 터다. 어느 쪽이든 한참 걸릴 것은 똑같다. 우선은 단톡방에 다시 공지를 올린다.


  그 : 동기님들, 안녕하세요. 사업부장께서, 오늘 교육 내용에 대해서 피드백을 취합해 달라고 하셔서요. 교육 들으시면서 좋았던 점, 아쉬웠던 점 적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무기명이에요.

  동기 일동 : 넵 보내드릴게요!



 취합 결과는 아래와 같다.

좋았던 점

  1) 자사 강점만 강조하지 않고 경쟁사와의 장/단점을 객관적으로 분석

  2) 입사 후 처음으로 조직도 보며 설명 들음. 자사의 업계 내 위치 파악 가능

  3) 각 부서 역할, 사업구조와 방향성, 자신의 역할 생각해 볼 수 있었던 기회


아쉬운 점

  1) 조금 더 구체적인 지표 필요. 최근 인원, 매출, 매입 등을 보고 싶다

  2) 앞으로 이뤄질 신입사원 교육에 대한 설명 필요

  3) 자사만의 솔루션이나 향후 방향을 더 설명했으면



 IT 동기들은, 다들 회사 경험이 조금 있는 듯하다. 온전히 속내를 드러내진 않았으나, 어느 정도 예의를 차리면서도 독설이 섞인 평이다. 쌩신입인 그가 보기에는, 어투가 강한 것이 아닌가 싶은 것도 있다. 그는 동기들의 답변을 참고하여, 무난하고 색깔 없게끔 자신의 답변을 추가한다. 


 취합은 완료되었으나, 보고할 양식이 정해져 있지 않다. 그는 어떤 식으로 제출을 해야 할지 고민이 많다. 우선은 Word파일에 표를 만들어서 적는다. 표를 몇 칸으로 만들지, 글자 크기는 몇으로 해야 할지 이리저리 정하는데만 30분이 넘게 걸린다.

 사업부장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물어볼 때 즈음, 간신히 작업이 끝난다.


  사업부장 : 얼굴아, 취합 다 됐니?

  그 : 네! 지금 보내드리겠습니다!




 원래 동기 단톡방이라 함은, 동기들끼리 친목을 도모하고 사담도 주고받고자 개설하는 경우가 많다. 그도 그럴 용도로 단톡방을 만들었지만, 두 차례 공지로 인해 단톡방의 성격이 순식간에 변질된다. 그가 만든 동기 단톡방은, 이후 사업부장이 교육이나 공지할 것이 있을 때마다 쓰이는 창구로 쓰일 예정이다. 


 S 팀장의 직무/커리어 교육에서도 느꼈던 은근한 불쾌함이 다시금 그를 찾아온다. 앞으로 그는 사업부장의 스피커로써 사업부장의 말을 전달하고 사업부장이 원하는 정보를 취합하는 로봇, 일종의 '공지봇'이 될 것인가. 아마 그럴 터다. 단톡방의 분위기도 달라졌고, 동기들도 그를 대하는 태도가 약간 달라진 듯하다. 그는 자신이 닥친 이 상황에 대해, 어떤 기분이고 어떻게 생각하고 있나. 무언가 은근한 불쾌함이 느껴지는 것 같긴 한데, 아직 확실치 않다. 그는 다시금 생각을 비우고, 한없이 맑은 신입사원의 마인드를 장착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5 - S 팀장 (3)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